글읽기
아래 인용하고 있는 책 소개 신문기사는 한때 유행한 "교육에 의해 여성은 여성으로 남성은 남성으로 길들여진다"는 주장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성 정체성은 타고나는 것이며 인위적으로 바꿀 수 없다. 남자는 원래 남자이고 여자는 원래 여자이며 동성애자는 원래 동성애자이다.

보봐르의 여성은 여성으로 길들여진다는 주장이 확대해석되면 동성애자가 동성애자로 길들여진다는 편견을 낳는다. 이 잘못된 편견이 비정상인(?) 동성애자를 재교육하여 정상인(?)으로 만들려는 부질없는 노력을 만들었다.

성 정체성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며 동성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제한되어 있으며 성 정체성을 인위적으로 바꾸려 해서는 안된다.


[여자로 길러진 남자 ]

-아기 브루스, 수술 도중 페니스를 잃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으로 `타고난 성, 만들어진 성`이란 책을 읽게 되었다. 많이 개방되었다고들 하지만 아직까지도 `성(性)`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우리나라에 이 사건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건 당연한 걸까? 어렴풋이 들어 알고 있었던 일명 `쌍동이 케이스`는 당사자인 데이비드의 굳은 의지가 없었다면 결코 세상에 그 진실이 드러나지 못했을 이야기이다.

불의의 사고로 페니스를 잃은 남자 갓난아이가 저명한 의사의 권유로 성전환을 받아 여자로 태어난다! 설정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이 스토리의 이면에는 학계와 세상에 알려진 것과 반대되는 엄청난 진실이 숨어있었다.

사건의 전모부터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캐나다의 평범한 가정에서 쌍동이 형제로 태어난 브루스와 브라이언. 생후 8개월이 되었을 때 쌍동이는 남자들이면 대다수가 받는 수술(?)을 받게 되는데, 먼저 수술대에 누운 형, 브루스는 그만 기계조작 혹은 의사의 실수로(이는 아직까지도 의견이 엇갈리는 점 중 하나다) 그만 페니스를 잃고 만다. 난감해진 부모는 미국의 저명한 성전환 전문가 존 머니 박사(실제로 sex pioneer라고도 불리는 머니 박사는 쌍동이 케이스로 엄청난 부와 명예를 독차지했으며 1921년 태생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음에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의 권유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브렌다가 된다.

머니 박사에 따르면 생후 30개월 전에는 성 정체성이 완성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바뀐 성대로 교육시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즉, 내가 남자냐 여자냐 하는 성 정체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교육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머니 박사의 논지이다. 이는 의학계와 사회학계,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한 학자의 잘못된 오판은 반대 학설을 주장한 학자들을 매장시켰으며, 한 인간의 가정과 인생을 불행의 늪에 빠뜨렸다.

(sex pioneer John Money박사. 엄청난 독설가에 프리 섹스주의자였으며 이혼 후 혼자 살았다. 브렌다를 여성으로 만들기 위해 심리 상담 중에 포르노를 보여주는가 하면 쌍동이 동생인 브라이언과 성행위 자세를 취하게 하는 등의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자연의 순리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 브루스로서 산 것은 1년도 채 안되지만, 온몸으로 브렌다이기를 거부한 데이비드가 처음으로 자신의 성전환 이야기를 듣고 질문한 것은 자신의 이름이 무엇이었냐였다. 어쩌면 자신을 그토록 불행하게 만든 부모가 미웠을 법도 한데, 그는 존재성의 상징인 이름을 물어본 것이다.

치마와 긴 머리, 예쁜 인형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은 과연 부모님의 교육이 불충분해서였을까? 저자인 존 콜라핀토처럼 필자 역시도 nature냐 혹은 nurture냐 하는 식의 이분법적인 판단은 내리고 싶지 않다. 가령 한 남자는 여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여성스런 성격으로 자랄 수 있고 그런 이유로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여성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서건 본인의 정체성을 타인이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학자의 존경스러운 아집?

책에서 그려지는 머니 박사는 엄청난 달변가에 책략가인데다가 권력욕과 명예욕도 강하고 성적으로도 매우 개방적인 사람이다. 자신의 이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점점 남성적이 되어가는 브렌다를 보면서도 데이비드의 가족을 조종했을 뿐 아니라 브렌다가 데이비드로 성 전환하여 이미 실패로 돌아갔음이 확실한 상황에서는 특유의 처세술로 쌍동이 케이스에 대한 언급을 피하면서도 끊임없이 잘못된 자신의 이론을 주장했다.

(Money박사 이론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했던 Mickey Diamond박사. 그는 순수한 학자적 입장에서 머니 박사의 이론에 의의를 제기했으나 머니는 그를 공적, 사적 자리에서 공격했다)

저명한 의학자들까지 제대로 된 확인절차 없이 머니 박사의 말을 그대로 믿은 것도 통탄스러울 뿐 아니라 여전히 많은 학자들이 머니 박사를 지지하고 있으며, 완전하게 실패로 드러난 실험을 주도했던 머니 박사는 그 이후로도 정부지원을 꾸준히 받고 있었다. 그러나 이 어처구니없는 현실보다도 더욱이 화가 나는 것은 머니 박사가 지닌 학자로서의 책임과 양심에 대한 부분이다. 과연 머니 박사는 자신의 이론에 정당한 확신이 있었을까? 그의 학설에는 충분한 과정이 부재했으며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가 하버드 재학 시절 발표한 논문은 현재 자신이 내놓은 이론과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을 담고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데이비드 만큼이나 머니 박사는 불안하고 괴로왔는지도 모른다.

신이 된 듯 브루스를 브렌다로 새롭게 만들어 주었지만, 그 역시도 인간이었기에 자신의 생각과 달라져가는 브렌다를 보고 당황했을 것이다. 어쩌면 위대한 실험의 실패를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학자로서의 자존심 때문에 그 결과를 미루고 싶어했던 것 같다.

어찌되었건 이제는 데이비드가 된 브렌다...아니 원래부터 데이비드였던 이 남자는 한 여성과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고 있다. 과거를 지울 수 없겠지만, 어쩌면 그런 상처 때문에 데이비드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 것이다.

동물만이 귀소본능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철저하게 브렌다로 살았던 데이비드의 본능이 남보다 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히 자신을 찾아간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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