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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283 vote 1 2015.01.23 (11:32:29)

     

    깨달을지어다


    세상에는 분명한 답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답이 있다’는 사실은 대중의 희망과 배치된다. 대중은 확실한 답이 없기를 원한다. 세상의 답은 보편적 진리다. 보편적 진리를 부정하고 싶어한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에게 역할을 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와 군중으로 나누고 자신에게 군중의 역할을 주어 지도자에게 맞서려고 한다. 깨달음은 그러한 역할본능을 깨는 것이다. 말은 사람을 태우고 싶어할 때 망하고, 개는 집을 지키고 싶어할 때 망하고, 소는 쟁기를 끌고 싶어할 때 망한다. 사람은 집단 안에서 역할을 얻으려고 할 때 망한다. 먼저 역할이라는 껍질에 갇힌 자신을 부정해야 한다.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와야 한다.


    세상은 크고 자신은 작다. 세상은 강자이고 자신은 약자이다. 여기서 포지션의 문제가 제기된다. 골리앗에 맞서는 다윗의 이미지를 얻고 싶어한다. 강한 세상에 맞서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다가 집 지키는 개가 되고, 쟁기 끄는 소가 되고, 사람 태우는 말이 된다. 


    세상의 맞은 편에서 바라본다면 이미 실패다. 세상과 한 편에 서서 세상과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기차가 달리는 방향을 바라보아야 한다. 강 건너 편에서 불구경 하듯이 하면 안 된다. 진리는 총과 같다. ‘저 총이 언젠가 나를 해치겠지’ 하는 생각은 곤란하다. 그 총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 → ← 무지는 세상의 맞은편에서 바라본다.
    ◎ ← ← 깨달음은 세상과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


    정답을 찾자


    공자가 답을 제시하자 노자가 막아섰다. 소크라테스가 답을 제시하자 아리스토파네스가 비웃었다. 오자가 답을 제시하자 손자가 틀었다. 진보가 답을 제시하면 보수가 막아선다. 노무현이 답을 말하자 이명박이 웃었다. 합리주의가 답을 제시하면 실용주의 틀어버린다. 대승이 답을 제시하면 소승이 찢어놓는다. 


    항상 이런 식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 두 번이면 모르겠으되 같은 패턴이 계속 반복되면 여기서 뭔가 포착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정설과 이설, 오소독스와 패러독스다. 기관차와 객차와 같다. 물론 현실에서는 둘 다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가 취해야 하는 것은 오소독스이다. 그런데 대중은 패러독스를 원한다. 


    공자는 무섭고 노자는 친하다. 소크라테스는 겁나고 아리스토파네스는 즐겁다. 오자병법은 엄격하고 손자병법은 유쾌하다. 진보는 위태롭고 보수는 안전하다. 합리주의는 차갑고 실용주의는 따뜻하다. 대승은 버겁고 소승은 살갑다. 기관차는 기관사에게 맡기고 나는 객차에 타련다. 그런데 말이다. 남들도 다 그렇다. 남들도 당신처럼 객차에 타고 있다. 기관사가 되어 스트레스를 받느니 승객이 되어 투덜거리며 욕이나 하는게 낫다. 그리고 세상은 그렇게 무너져 간다.


    ◎ 뼈와 살
    ◎ 공자와 노자
    ◎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파네스
    ◎ 진보와 보수
    ◎ 합리주의와 실용주의
    ◎ 노무현과 이명박
    ◎ 대승과 소승
    ◎ 오자병법과 손자병법
    ◎ 오소독스와 패러독스
    ◎ 기관사와 승객


    당신은 본능적으로 오른쪽을 선택하지 않았는가? 오른쪽이 더 즐겁기 때문이다. 편한대로 하고 욕망대로 하면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그럴 때 세상은 당신을 아웃시킨다. 진리를 갈구해야 한다. 진리의 팀에 들어야 한다. 진리를 만나는 기쁨을 느껴야 한다. 전율해야 한다. 묻어가는 승객이 더 편하지만 그래도 진짜라면 핸들을 잡아야 한다. 당신은 진짜인가?


    게시판 대화에서 일단 상대방이 오른편에 서 있다는 점이 포착되면 더 이상 대화할 이유가 없어진다. 구조론은 뼈다. 지도자는 뼈를 제시하고 대중은 살을 붙인다. 자신은 대중이므로 살 붙이는 일이나 하겠다면 더 이상 대화는 불통이다. 뼈를 파는 가게에서 살을 달라고 요구하면 곤란하다. 


    구조론은 에너지를 다룬다. 왼쪽은 에너지의 작용이고 오른쪽은 반작용이다. 작용이 먼저고 반작용은 따르는 것이다. 본능적으로 다들 오른쪽으로 간다. 그래서 깨달음이 필요한 것이다. 당연히 오른쪽으로 가겠다면 깨달음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 대화할 이유는 없는 거다.



   111.JPG


    어느 쪽을 선택했습니까? 노자가 공자보다 더 왼쪽일 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그대가 노자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노자가 간만에 바른 말을 했을 때가 아니라, 노자가 늘 그러하듯이 웃겨주는 실언을 했을 때입니다. 대중은 김대중보다 김영삼을 좋아합니다. 김대중은 무서운 선생님같고, 김영삼은 웃긴 개그맨 같으니까요. 그렇게 자기 맘대로 결정하면 나라가 망합니다. 자기 마음을 극복하고, 천하의 마음을 따르십시오. 그렇지 않다면 이곳을 찾을 이유는 없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5.01.23 (16:24:35)

너나 할 것 없이 인간은 우향우 하게 되어있다.

깨달음으로 이를 견제할 일이다.

  ◎ 좌와 우란 이것이다:


    ◎ 뼈와 살
    ◎ 공자와 노자
    ◎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파네스
    ◎ 진보와 보수
    ◎ 합리주의와 실용주의
    ◎ 노무현과 이명박
    ◎ 대승과 소승
    ◎ 오자병법과 손자병법
    ◎ 오소독스와 패러독스 
    ◎ 기관사와 승객

프로필 이미지 [레벨:11]오맹달

2015.01.24 (02:53:22)

"말은 사람을 태우고 싶어할 때 망하고, 개는 집을 지키고 싶어할 때 망하고, 소는 쟁기를 끌고 싶어할 때 망한다. 사람은 집단 안에서 역할을 얻으려고 할 때 망한다. "

대기만성 - 큰 그릇은 결코 완성되지 않는다. 완성 = 역할을 얻음.

[레벨:6]홍가레

2015.01.24 (14:30:59)

어렸을때 무위자연 하나만 보고 노자의 책을 샀는데.   자연으로 돌아가라길래.ㅋ 자연에서 어떤 패턴을 찾아
제가 하는 일에 적용시키는 것과 비슷한 내용같아서.    노자의 사상이 절대성이 아니고 상대성이었나보군요.
하긴 읽은 책내용을 다시 떠올려보니.     노자의 사상이 뭐랄까 답없는 말만 많았던것 같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구절이   한이라면 덕으로 갚아라.  이런건데.    법륜스님이 하는 말과 다르지 않다는거
공자는 거의 읽어보지도 않았지만 노자를 다시 읽어보고  공자를 읽어봐야겠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5.01.24 (15:02:30)

노자도 절대성을 말한 부분이 분명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자를 좋아하게 된 부분은 상대성 부분이더라는 거죠.


예컨대 제갈량은 전형적인 오자병법 스타일인데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제갈량의 수법은 거의 손자병법입니다.


사람들은 손자병법을 좋아하므로 대중의 기호에 맞추어 왜곡하는 거지요. 

[레벨:6]홍가레

2015.01.24 (15:21:16)

제가 읽은 책들이 허접한작가가 책의 내용을 대중의 취향에 맞게 바꾼게 많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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