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이란 무엇인가? 다른 경로로 질문하신 분이 있어서 답변 격으로 씁니다. 구조론은 건조하게 구조 중심으로 보므로 질문하신 분의 의도와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냉소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죠. 한이라면 서정적인 관점에서 봐주기를 바랄텐데. ### 한恨은 일본인 ‘야나기 무네요시’가 한국인들 엿먹이려고 퍼뜨린 거짓말인데 그걸 굳게 믿는 한국인이 있다면 슬픈 거다. 한은 말하자면 좌절된 희망이다. 특히 집단에 공유된 희망이 좌절되었을 때, 조상숭배 신앙에 따라 그것을 유산처럼 후손에게 상속한다. 조상의 한을 풀지 않으면, 한 맺힌 귀신들이 설쳐서 농사가 흉년이 될 것이 뻔하므로, 제사라도 잘 지내서 한을 풀어줘야 한다. 무당들의 푸닥거리도 방법이다. 한은 제삿날이 되어 고향에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 동생들 때문에 부아가 치민 고향 형님의 넋두리다. 또는 무속신앙에서 무당들이 민중의 주머니를 털어먹는 노하우이기도 하다. 이걸 가지고 뭐 거창하게 한국인의 원형질 운운하며 대단한 것처럼 선전한다는건 상상력 부족이다. 한은 특히 여성이 가문의 결속을 끌어내려는 의도에서 쓰는 레토릭에 불과한 것이다. 집단의 규모가 큰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기껏해야 사촌이나 팔촌을 넘지 않는 한국의 전통촌락 규모로 보아, 한국에 들어맞는 단어로 보여지는건 한국의 지정학적 배경이 그런 거다. 구글 어스로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는게 일단 인간이 많고, 집을 평지에 짓는다. 씨족의 규모가 크다. 그러므로 한 개념이 씨족의 결속을 유지하는 단어가 되기 어렵다. 어느 한 많은 할매가 한을 품고 죽었다 해서, 그 마을에 흉년이 들거라는 위협을 한 대서, 1만명은 족히 될 인간 중에서 누구도 그 말을 믿지 않는다. 혹은 한국에 비해 약하다. 일본도 대개 도시 위주로 주거가 발달해서 마쓰리와 같은 씨족축제라든가, 혹은 다이묘가 지배하는 봉건국가 단위로 의사결정규모가 확대되어 있으므로, 한이라는 귀신을 부리는 단어 하나로 공동체의 결속력을 꾀하기는 어렵다. 무당은 대부분 여자무당이다. 여자무당이 한을 구사하여 일본의 도시 하나를 제압하기는 무리다. 그러나 한국의 촌락 하나는 충분히 제압한다. 한국은 구글 어스로 딱 보면, 죄다 산골이고 집이 보통 산 기슭에 있다. 전통촌락이라면 기껏해야 20호나 30호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 대부분이다. 마을의 한 많은 과부가 원통하게 죽으면 반드시 원귀가 되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리게 하는 등으로 마을에 해꼬지를 할 터이니, 과부에게는 홀아비를 소개시켜 드려야 하고, 시집 못간 노처녀와 노총각도 짝을 찾아줘야 하는 것이다. 여자무당의 선전술 먹힌다. 조선시대는 정부에서 노처녀 시집보내기 운동을 벌이곤 했다. 노총각도 정부 차원에서 구제해줬다. 솔로의 비애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노총각이나 노처녀가 한을 품고 죽으면 마을 전체가 연대책임으로 처벌받는 향약이 있었다. 과부, 홀아비, 장애인도 챙겼다. 한국에서 장애인이 지압을 하거나 침사가 되는 것도 조선시대의 그러한 정부정책과 관련이 있다. 결론적으로 한은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귀신이나 혼령의 근거를 찾으려 하는 믿음의 형태로 공동체의 결속력을 높이는데 사용된다. 상대적 약자인 여성이 가문의 결속이나 약자보호를 위해 쓰는 언어구사다. 혹은 무당들이 민중을 제압할 때 쓰는 개념이 된다. 한국은 씨족규모가 작으므로 이런 믿음이 먹힌다. 물론 도시가 발달하면 콧방귀도 뀌지 않게 된다. 한은 귀신신앙, 조상숭배 신앙에 기초하여 개인의 희망이 집단에 공유된다는 믿음이다. 특히 집단의 좌절된 희망은 상당한 파워가 있다. 액막이 굿으로 막을 수 있다. 교조신원을 주장한 동학운동이 한을 쓴 예다. 그래서 조선시대 역적들도 대개 신원되었다. 당쟁으로 잇달은 사화에 화를 입은 선비가 한을 품고 '한 공격'을 가하여 흉년이나 천재지변을 일으키는 수가 있으므로 사당을 지어 회피하는게 주요한 정부기능이었다.
일본인이 퍼뜨린 거짓 믿음을 이제는 졸업해야 합니다. 한을 한국인의 민족성과 연결시키려 한다면 초딩입니다. 한은 스트레스가 쌓이면 귀신이 되어 보복한다는 믿음인데, 귀신숭배 신앙에서 파생된 신념이며, 최영장군이나 남이장군의 한이 무당들의 수익원이 되는 식이죠. 특히 여성들이 스트레스를 근거로 누군가를 제압할때 쓰는 개념입니다. 어느 나라든 이와 유사한 주술적 믿음은 있습니다. |
감사히 읽었습니다.
또다른 한국인의 민족성으로 이야기되는 "신명"은 어떻게 풀면 될까 궁금해집니다.
신바람이니 흥이니 하는 말은
한국인의 정서가 한이라는 주장에 맞서기 위해
누가 한의 개념을 반대로 풀어서 퍼뜨린 주장입니다.
한이 우리민족의 정서라면 서구인의 정서는 원죄가 되겠지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는건 원죄라는 단어에서 힌트를 얻어 프로이드가 지어낸 말이죠.
누가 힌트만 주면 사람들은 말을 금방 지어냅니다. 돈 안 드는 작업인데.
진짜 한국인의 정서는 선비의 프라이드, 자부심, 군자개념 이런 겁니다.
원한다면 더 세련된 걸로 만들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일본인의 정서는 마쓰리나 카미카제라고 하면 되고
중국인의 정서는 군만두라고 하면 되고, 러시아의 정서는 크렘린이 좋겠고.
100% 공감이 갑니다.
동렬님처럼 정리된 언어로 풀어쓸 능력은 없지만 유사한 생각의 흐름을 보았다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1. 한국인의 정서가 한이라고 하면 너무 서글프잖아?
2. 신나고 멋들어진거 뭐 없을까?
3. 신명!
더 세련된 걸로 하나 만들어보면 좋겠네요:)
한은 한국의 고유한 형태라 딱히 다른 언어로 뭐냐고 묻길래
들은 얘기인지 또는 제가 한 얘기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Korean Blues라
표현했던 적이 있었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