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read 3367 vote 0 2002.09.14 (16:14:58)

스크린쿼터제=>충무로대학장학금임.

영화인들이 스크린쿼터제의 필요성을 잘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래 답글에다 몇자 추가하기로 합니다.

충무로는 대학입니다. 영화인들을 키우는 대학이죠. 영화는 절대적으로 사람장사입니다. 충무로대학에서 인재를 끊임없이 키워내야 합니다. 문제는 충무로대학의 장학금을 누가 주는가이죠. 스크린쿼터제라는 것은 본질에서 충무로대학에 주는 장학금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영화는 흥행이 되든 안되는 간에 무조건하고 만들어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영화는 결국 만들어본 넘이 만들기 때문입니다. 두어번 망해봐야 비로소 영화가 눈에 보이는 겁니다. 작가주의 영화라면 열번을 쪽박차봐야 한 편의 진짜가 나오는 겁니다.

돈이 되든 안되는 엉터리든 아니든 무조건하고 자꾸만 영화를 찍어대어야 합니다. 극장에 못걸더라도 일년에 100편의 영화는 무조건하고 나와야 합니다. 스크린쿼터 없으면 영화 일년에 스무편도 안만들어집니다. 충무로대학이 무너지는 거죠.

인재를 안키우고 어찌 대박을 바라겠습니까? 영화는 사람장사입니다. 사람에 투자해야 대박입니다. 사람을 키우려면 무조건하고 영화를 찍어야 합니다. 망해도 찍고 흥해도 찍고 자꾸만 찍어야 대박이 나오는 겁니다.

스크린쿼터제의 가장 큰 기여는 첫째 영화인들이 영화판을 떠나지 않게 붙잡아둔 것이고 둘째 영화인들이 한마음으로 단결하게 한 것입니다. 이 점을 간과해서 안됩니다. 영화계는 단결이 재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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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잘나가는 이유는 영화인들이 극장주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위에 섰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영화판은 철저하게 사람장사입니다. 돈보고 투자하는 사람은 다 쪽박차고, 사람보고 투자하는 사람은 다 대박 맞습니다.

김기덕감독같은 사람에게 투자하는거 보세요. 돈보고는 절대 투자 못합니다. 영화 여섯 번 찍어서 여섯 번 쪽박찬 감독에게 누가 돈을 대겠습니까?

영화계를 강우석이 잡고 있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사람이냐 돈이냐인데, 돈이 우위에 서면 영화가 망하고, 사람이 우위에 서면 영화가 흥합니다. 강우석이는 그 사람을 쥐고 있는겁니다.

스크린쿼터제가 직접적으로 한국영화발전에 기여한거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나 스크린쿼터 없었다면 한국영화 망했습니다. 왜?

이거 미국영화냐 한국영화냐의 흥행싸움이라고 보면 착각입니다. 돈이냐 사람이냐의 전쟁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크린쿼터제문제는 감독과 배우가 주인공이냐 극장주가 주인공이냐의 투쟁이고 여기서 감독-배우 우위가 된 것이 스크린쿼터제의 기여입니다.

스크린쿼터 없었다면 영화판이 돈놓고 돈먹기로 흘러가서 극장주들이 영화계 장악하고 배급사가 다 말아먹고 절단냈을 겁니다. 영화는 절대로 사람장사입니다. 영화를 여섯 번 망해먹어도 일곱 번 째 밀어줄 투자자를 위해서는 절대로 사람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스크린쿼터제는 영화계 판도를 감독-배우, 영화인들이 힘의 우위에 서도록 만들었고 이 때문에 한국영화가 살아난겁니다. 이건 중요한 겁니다.

투자문제입니다. 자본회수 기간을 몇 개월로 할거냐 이거죠. 스크린쿼터제 때문에 투자자들이 자본회수기간을 늘려잡은 거고 그 때문에 한국영화가 살아난겁니다.

강우석이 표현대로라면 영화 열편 개봉해서 2개 건지고 8개 망하는데, 그 두 개가 대박쳐서 8개 망한거 보상합니다. 근데 이건 돈계산으로 나가면 절대 못하는 도박입니다.

강우석이 이런 도박을 할수 있는 저력이 어디에서 나오겠어요. 영화를 말아먹어도 경험이 남고 사람이 남습니다. 영화는 밑졌지만 사람을 건졌기 때문에 플러스다 이거에요. 근데 그렇게 건진 사람이 나중에 대박쳐주는 겁니다.

요즘 영화판에 영화 두 편 찍어서 말아먹은 감독(곽경택 등)이 세 번째 대박내는게 유행입니다. 이게 영화는 망해도 사람은 건진다는 원리입니다.

본질은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입니다. 배급사인가 영화인인가? 영화는 영화인이 맡아야 살아난다는 것이 스크린쿼터제의 본질입니다. 스크린쿼터 없어지면 배급사-극장주가 우위에 섭니다. 치명적입니다.

하여간 영화문제는 스크린쿼터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고, 헐리우드 자본의 습격이 문제가 아니고, 본질은 영화인이 영화를 하느냐 자본가가 영화를 하느냐의 문제이고, 스크린쿼터는 이 사이에 끼여서 기묘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건 충무로가 살아야 인재가 키워진다는 점이며,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하고 일년에 일정 수의 영화는 제작되고 개봉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영화의 경쟁력은 이념성에서 나옵니다. 분노와 한과 의식과잉 ..헐리우드는 너무 가벼워져서 힘이 없어요. 예를 들면 왼쪽에서 점수 따놓은 노무현이 오른쪽으로 이미지를 부드럽게 가져가서 표를 늘리는건 가능해도, 원래 오른쪽인 김중권이나 이인제가 곽제 나도 개혁이다 해서는 안먹히는 원리입니다.

이념과 의식에 토대를 두고 그 위에 헐리우드의 기술과 포장을 양념으로 하면 작품이 나오는데, 반대로 포장기술만 가진 헐리우드가 곽제 그 안에 이념이나 의식을 억지로 채워넣기는 불능입니다. 이건 물리학적으로 가능하지 않아요.

좌를 먹은 사람이 우를 포용하는건 가능해도, 우를 먹은 사람이 좌를 포용하는건 물리적으로 불능입니다. 이건 자연법칙에 안맞아요. 의식과잉의 한국이 헐리우드의 포장기술을 수용하는건 가능해도, 헐리우드가 한국영화의 문제의식을 수용하는건 물리적으로 불능입니다.

고로 구조적으로 한국영화가 발전하도록 되어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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