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피도 눈물도 없이'는 일찌감치 주목되었다. 결과는 예상에 다소 못미쳤으나 가능성은 확인되었다. 여기서 가능성은 아류작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영화의 전형을 의미한다. 공장영화란 것은 시나리오 없이 그냥 막 찍어대는 영화를 말한다.

액션영화는 원래 싸구려다. 그냥 액션되는 배우 두엇 구하고 허름한 창고 하나 있으면 된다. 에로영화나 코미디영화도 비슷하다. 코미디를 하려면 일단 코미디배우가 한명은 있어야 한다. 주성치나 짐 캐리 같이 먹어주는 배우만 하나 있으면 9할은 된거다. 에로영화도 그렇다. 잘나가는 홀딱배우만 하나 확보하면 영화 반은 된거다.

액션영화는 먹어주는 액션배우 하나만 구하면 절반은 된거다. 시나리오? 필요엄따. 그냥 짜맞추면 된다. 허름한 창고나 공장이나 이런 기괴한 공간 하나만 확보하면 된다. 벽타기액션을 보여줄 벽 하나있으만 되고, 유리창깨기액션 보여줄 유리창 하나 구하만 되고, 급할 때 굴려먹을 드럼통도 몇 놔두고 그러면 된다.

이렇게 배우먼저 구하고 장소헌팅부터 해놓고 그대로 작업들어간다. 시나리오? 걍~ 짜맞춰! 배우와 장소가 먼저고 시나리오는 거기에 맞춰쓴다. 운명적으로 B급영화다. 그러나 액션에는 고정팬이 있으므로 문제없다. 관객수를 계산해서 거기에 예산을 맞추면 된다.

그렇다면 류승완은 이런 공장영화의 모범을 창출하는데 성공했는가가 이 영화관람의 포인트가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2프로 부족했다. 왜?

우선 예산을 너무 많이 썼다. 배우들을 혹사시켰다. 배우 혹사시키면 안되는거다. B급영화를 하려면 B급답게 예산 적게 썼어야지. 20억을 초과해서 안될 영화였다.

또 B급과 A급 사이에서 왔다갔다 했다. 이 영화는 다소 난해하다. 감독의 철학이 난해하고 페미니즘이 난해하다. 액션영화에 델마가 왜 나오고 루이스는 뭐하러 왔남? 이건 아닌거다. 뭐 정치적 풍자같은 것도 있다.

김금복>금복주(대구경북지역의 소주)>한나라당?
재민련(재활민주연합)>자민련?

펄프느와르를 표방한다면서 거기에 페미니즘이 왜 들어가는가? 페미를 하려면 첨부터 컨셉을 아주 그리로 가져가던지. 남자가 여자를 필요이상으로 구타하는 장면은 괜히 넣었다. 수진은 한때 용맹하게 맥주병을 휘두르다가 막판에는 겁먹고 가만있는다. 어색하다.

액션으로 가려고 작정했다면 처음부터 단순무식해야 했다. 우선 관객층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다. 10대 후반이어야 했다. 이 영화 연소자가인지 모르겠다. 10대관객을 빼먹고 액션을 하려했다면 농담하는거다.

이 영화는 가만보면 30대 이상의 대학물 먹은 지식인관객들만 이해할 수 있는 코드가 많았다. 뭘 하자는 건지! 그거 잘못가면 지식인의 자기연민, 곧 한국영화의 고질병인 지리멸렬주의로 빠지는 수 있다.

결정적으로 멜로가 빠졌고 영웅주의가 빠졌다. 이거 빠지면 액션영화 실패다. 액션을 하려면 멜로나 영웅주의나 둘 중 하나는 반드시 꼽살이를 끼워주어야 했다. 특히 영웅주의가 빠진건 썰렁하다.

그러려면 대타로 있어야 하는게 머리싸움인데, 말하자면 그럴듯한 반전같은거다. 반전을 하려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이 고수와 하수의 수준차이를 보여주는 거다. 이거 빠졌다. 여기서 보면 다 하수들만 있다. 고수는 한넘도 없다.

하수(류승범을 비롯한 양아치 3인방)은 현장에서 열심히 노가다 하고, 양복에 선글라스 잡순 고수(레옹)는 뒤에서 정보만 얻고 있다가 마지막에 나타나서 가방만 낼름 낚아채어가는 거다. 근데 여기선 생뚱맞게 제일 하수인 양아3인방이 가방을 들고간다.

이런 머저리같은~!
떠그랄~!
승완아 승완아~ 장난하자는거니?

이거 빠지면 재미없다. 펄프픽션의 백미는, 식당을 털어먹으려는 하수와 그 식당에서 밥먹다 골로갈뻔한 고수의 대결신이다. 하수가 식당을 털려다가 진짜 고수에게 걸려서 실패하는데 고수가 도리어 돈가방을 하수에게 던져준다. 어차피 식당은 보험에 들었을거니까.

그리고 훈계 한마디. "인생 똑바로 살아 이 밥통아"

이게 없으면 펄프픽션은 죽은거다. 펄프픽션은 요거 하나가 생명인데 말하자면 피눈물엄씨는 펄프픽션에서 맨 앞대가리위 뒤꽁무니를 빼먹고 나머지만 끼워놓은 거다. 그러니 영화가 될 리가 있나? 2프로 부족한거다.

하여간

- 여성관객을 위한 가슴 따땃한 멜로가 엄따.
- 중딩들을 위한 똥꼬 뻑적지근한 영웅주의가 엄따.
- 고딩들을 위한 머리싸움(고수와 하수의 수준을 겨루는)이 엄따.

위 셋중 하나도 엄따는건 말이 안된다. 그럼 모냐? 이 영화는 모냐? 액션의 바탕위에 뭘 더 얹어보려 했나? 원래 B급영화냐? 정체가 모냐 말이다. 누구보라고 맹글었냐? 10대? 20대? 30대? 대학생? 액션은 원래 중딩주의다. 거기에 먹물을 부으면 맛이 쓰다. 아깝다.

하여간 피눈물엄씨에 뭐가 부족한지 이렇게 답이 나왔으니까 담엔 예산 적게 쓰고, 배우 고생 덜 시키고, 위에 셋중 하나만 끼워넣으면 공장영화의 모범답안이 나오게 되어 있다. 안되면 성룡식으로 코미디라도 가미하던지. 이렇게 답이 나왔으니깐 담엔 잘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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