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7번째 글입니다. 노무현과 김구의 공통점은 이중적이고 타산적인 민중의 마음을 꿰뚫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중은 순박하면서도 교활합니다. 할퀴고 물어 뜯거나 아니면 온몸을 던져 올인하거나..!

15. 민중의 지도자로 거듭나다

도둑의 괴수 김진사의 말을 듣고 생각하여 보았다. 『내가 나라를 위하여 큰 계획을 품고 일어난 신민회 회원이지만 저 강도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조직과 훈련이 유치한 것을 깨닫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였다. [백범일지]

귀족출신, 엘리트 출신, 지식인 출신으로는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도둑에게도 배우는 겸허한 자세이다. 백범과 노무현의 공통점은 세계 어느 나라나 서민 출신 지도자가 가지는 공통적인 특징이다. 민중의 지도자가 만들어지는 공식이 있는 것이다.

민중의 마음은 이율배반적이다. 그들은 귀족을 좋아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귀족을 거부한다. 민중의 마음에 꼭 드는 영웅상은 원래 귀족의 신분이었는데 어떤 이유로 신분이 추락하여 민중과 함께 하다가 마침내 귀족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예컨대 삼국지의 유비 캐릭터가 그러하다. 유비는 당시 황제의 숙부 뻘이 되는 황실의 먼 친척이다. 어떤 이유로 민중이 되었다가 다시 황제의 자리로 돌아간다. 그러나 가짜다. 이는 민중에게 모순된 두 가지 마음이 혼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신분이 같은 서민계급에서 지도자가 탄생하고 자신이 그 서민지도자의 밑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신분이 하락한 느낌이 든다. 불쾌하다. 그러므로 자신과 같은 계급 출신일수록 도리어 배척하려는 심리가 있다.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습니다』[노무현어록 - 2000년 총선에서 부산에서 낙선한 후]

예수도 고향에서는 환대를 받지 못하였다. 노무현도 고향 부산에서 낙선하고 있다. 민중은 민중의 지도자를 거부한다. 그러므로 서민 출신의 지도자는 두 배로 단련된다. 민중은 민중의 지도자에게 엘리트출신의 지도자보다 열 배의 가혹한 시험을 거치게 한다. 못 배운 사람은 아무래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그 시험을 모두 통과한 민중의 지도자에게는 대단한 신뢰와 카리스마를 부여한다. 절벽을 기어올라오는데 성공한 새끼 사자처럼.

 

16. 벼랑에서 잡은 가지 마저 놓을 수 있는 사람

득수반지무족기 현애살수장부아(得樹攀枝無足奇 懸崖撒手丈夫兒) 가지를 잡고 나무를 오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나 벼랑에서 잡은 가지 마저 손에서 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장부이다. [백범일지]

고능선선생이 제자 김구에게 가르쳐준 시구(詩句)이다. 백범일지에 여러번 언급되어 있으니 김구선생의 일생의 좌우명이라 할 만하다. 백범이 안악군 치하포에서 왜놈 간첩 토전양량(土田讓亮)을 타살할 때도 이 시구를 되새기며 결의를 다졌던 것이다.

잡고 오르는 가지는 출세의 가지일 수 있다.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나무의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담력이 세다면 100층 건물의 난간에 올라설 수도 있다. 머리가 좋다면 출세의 사다리를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진짜는 아니다.

제 힘으로 오른 것은 오른 것이 아니다. 거기에 하늘의 뜻과, 역사의 뜻과, 민중의 뜻이 스며있어야 한다. 민중이, 민중의 힘으로 올려주어야 진정으로 오른 것이며 역사가 올려주어야 참다이 오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제 손으로 그 잡은 가지를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비겁하게 살지 않겠다』[노무현 어록 - 81년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아서 학생들에게]

노무현이 그 가지를 놓았다. 다선의원의 영광을 포기하고 부산에서 출마하여 낙선하였다. 이 시구를 읽고 필자가 느낀 것을 백범을 존경하는 노무현이 느끼지 않았을 리 없다. 아마 노무현도 이 시구를 수도 없이 읽었을 것이다.  

『남자는 죽을 자리라도 가야 할 땐 가야 합니다』 [노무현어록 - 14대 총선에 낙선한 후]

링컨은 성공했고 백범은 실패했다. 천만에! 민중의 지도자라는 관점에서 볼 때 백범은 성공했다. 다만 백범은 마지막 순간 그 가지를 놓았을 뿐이다. 백범의 성공한 요소들이 그대로 장준하와 노무현에게 이어졌다. 백범은 추락하였으나 민중은 백범을 다시 제 위치에 올려놓는다. 그리하여 올려진 사람이 노무현이다. 노무현의 이름으로 김구는 돌아온 것이다.  

제 2장 - 우리가 노무현을 오해하고 있는 16가지 이유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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