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 실험 통해 밝혀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 ‘사람은 말보다 생각하는 것을 먼저 배울까, 아니면 말을 먼저 배운 후 생각하는 틀(사고체계)을 갖출까?’ 닭과 달걀의 논쟁 같은 이 문제의 해답이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간단히 말해 사람은 말 이전에 사물에 대한 사고체계를 먼저 형성시킨다는 것.
미국 반더빌트대의 수 헤스포스 교수와 하버드대의 엘리자베스 스펠크 교수 연구팀은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에 주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어는 펜 뚜껑과 펜은 ‘꽉 끼는 관계(tight fit)’이며 책상 위에 놓인 펜은 ‘느슨한 관계(loose fit)’라고 구분한다.
그러나 영어는 이보다는 커피가 머그잔에 들어있는지(in), 아니면 머그잔이 탁자 위에 있는지(on)와 같은 ‘보유’와 ‘지지’ 관계만 구분한다는 것.
연구팀은 영어를 쓰는 가정에서 태어난 생후 5개월 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원통을 꼭 맞는 통에 끼우거나 아주 넓은 통에 넣는 등 한국어에서 구분 가능한 사물관계를 보여줬다.<사진>
아기들은 보통 새 사물을 보면 지루해질 때까지, 즉 익숙해질 때까지 바라본다. 실험 결과 아기들은 꽉 끼는 관계를 보다가 지루해질 때쯤 느슨한 관계를 보여주거나, 아니면 느슨한 관계에 익숙해질 때 꽉 끼는 장면을 보여주자 다시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관심을 보였다.
이는 한국어를 쓰는 성인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영어를 쓰는 성인들의 반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스펠크 교수는 “성인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사물을 다르게 구분한다”며 “아기 때는 다양한 언어의 개념체계를 갖고 있다가 일단 한 언어를 배우면서 그에 맞는 개념만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22일자에 발표됐다.
(이영완기자)
[조선일보 이영완 기자] ‘사람은 말보다 생각하는 것을 먼저 배울까, 아니면 말을 먼저 배운 후 생각하는 틀(사고체계)을 갖출까?’ 닭과 달걀의 논쟁 같은 이 문제의 해답이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간단히 말해 사람은 말 이전에 사물에 대한 사고체계를 먼저 형성시킨다는 것.
미국 반더빌트대의 수 헤스포스 교수와 하버드대의 엘리자베스 스펠크 교수 연구팀은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에 주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한국어는 펜 뚜껑과 펜은 ‘꽉 끼는 관계(tight fit)’이며 책상 위에 놓인 펜은 ‘느슨한 관계(loose fit)’라고 구분한다.
그러나 영어는 이보다는 커피가 머그잔에 들어있는지(in), 아니면 머그잔이 탁자 위에 있는지(on)와 같은 ‘보유’와 ‘지지’ 관계만 구분한다는 것.
연구팀은 영어를 쓰는 가정에서 태어난 생후 5개월 된 아기들을 대상으로 원통을 꼭 맞는 통에 끼우거나 아주 넓은 통에 넣는 등 한국어에서 구분 가능한 사물관계를 보여줬다.<사진>
아기들은 보통 새 사물을 보면 지루해질 때까지, 즉 익숙해질 때까지 바라본다. 실험 결과 아기들은 꽉 끼는 관계를 보다가 지루해질 때쯤 느슨한 관계를 보여주거나, 아니면 느슨한 관계에 익숙해질 때 꽉 끼는 장면을 보여주자 다시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관심을 보였다.
이는 한국어를 쓰는 성인들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영어를 쓰는 성인들의 반응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스펠크 교수는 “성인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에 따라 사물을 다르게 구분한다”며 “아기 때는 다양한 언어의 개념체계를 갖고 있다가 일단 한 언어를 배우면서 그에 맞는 개념만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네이처’ 22일자에 발표됐다.
(이영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