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저곳에서 김동렬님 글을 재미있게 읽다가 이곳까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우리말 어원에 대해 독특하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대단히 합리적인 견해들을 많이 보고 갑니다.
글을 남기는 이유는 '겨울'의 어원에 관해 나름의 의견이 있어서입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저 아래 게시물에 있는 '겨울'의 어원에 관해 학자들의 의견과 김동렬님의 의견을 읽어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입니다.
저의 고향은 김동렬 님의 고향과 지리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울진이라는 곳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겨울을 '져슬'이라고 발음하곤 했습니다. 아마 경주에서도 비슷한 발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동렬님은 겨울(져슬)의 어원을 '젖다'와 관련이 있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그것도 물론 일리있는 말씀이겠습니다만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져슬'이라고 말하는 발음은 결코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에'가 붙으면 '져슬게(겨울에)'로 발음되었었습니다. 이것은 다른 조사나 설명형 어미가 붙을 때도 거의 예외가 없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뿐만 아니라 동네 노인들 모두가 그렇게 발음했습니다.
즉, 나무의 고어가 '남ㄱ'이듯, 겨울의 고어는 '져슭'이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나무를 낭구, 낭기 등으로 발음하는 일은 경상도 뿐만 아니라 남부지방 전체에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죠)
저는 져슭의 '져'가 지다, 저물다 할때의 '지', '저'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즉 꽃이 지고 낙엽이 지고 난 후의 때를 가리키는 거라고 보면 말이 됩니다.
여기서 슭은 어떤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기슭이라는 말이 있는 걸로 봐선 끄트머리, 가장자리 등의 뜻으로 볼 수도 있겠고,
사라지다, 삭다, 사그라들다 할때의 살, 삭 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보니 '스러지다' 라는 말도 있군요.
물론 이것은 하나의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한 것이므로
김동렬님께서 참고해 주시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주십사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
2002/09/01 15:17
.. #1 겨슬 #2 冬 #3 겨슬의 語根은 '겻'이고 '을'은 接尾辭다. '겨슬'은 고드름(氷)과 比較됨직도 하다. 季節로 봐서 겨울에는 고드름의 계절이 된다. 國語에 氷柱의 意로서 '고드름'이 있는데 語根은 '곧'과 '얼음'의 名詞와 합친 複合名詞가 된다. 곧(氷) 어름(氷)의 複合名詞가 된다.#4 겨슬 ← 겻 + -을(接尾辭) #8 서정범 (1988) "祖語再構에서 본 ㄹ系接尾辭" $ 허당 이동림 박사 정년퇴임기념논총>
#1 겨울 #3 '겨시다'의 어근은 '겨-'(在.居). '겨집'도 '在家'의 뜻을 가진 조어임. 겨울은 '겨다.겻다'의 관형형 '겨 (在家할)'로 이뤄진 말. 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머물러 있을 계절이라는 뜻. #4 < 겨을 < 겨 ← {겻-(在家) + -을} #7 겨 (있고) #% 흥부전 #8 최창렬 (1985*) 한국 어원학의 전망 $ 교육논총 5>^
보시다시피 기존 학계의 주장은 겨울을 겨슬 곧 얼음으로 보는 견해와 계시다>집에 있다는 뜻으로 보는 두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얼음으로 보는 견해는 얼음도 일종의 물이니까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지요. 집에 있다는 뜻으로 보는건 한심합니다. 이건 마구잡이 추측이에요.
근데 원시어는 특정 어휘에 특정의 고유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 점을 간과해서 안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겨울 같은 명사들은 나중에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어원이 아니에요.
중요한건 원시어는 논리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하게 아귀가 맞으면 오히려 꾸며낸 주장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요즘은 겨울에 눈 구경을 하기 어렵지만 옛날에는 겨우내 눈속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강원도라면 겨울 내내 집 밖으로 못 나갑니다. 눈이 너무 쌓여서. 겨울이 젖는다는 뜻이 되는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winter는 젖는다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원래는 물이 흐른다는 뜻으로 go와 관련된 단어인데 G가 W로 변했고 그 이전에는 굽었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굽기 전에는 긁다>깎다였습니다.
긁다>굽다>가다(움직이다)>물이 흘러가다>물에 젖다
이런 순으로 발전해 왔다는 거죠. 그렇다면 겨울의 어원이 '젖다'라해도 꼭 옷이 물에 젖었다는 뜻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이 전체의 흐름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데 춥다의 어원이 굳다에서 왔고 얼음은 굳은 것이므로 고어로는 얼음이 '겻'일 수도 있습니다. 즉 춥다는 뜻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고드름의 곧이 원래는 얼음을 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중으로 말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사어가 되어 요즘 쓰이지 않는 말들이 그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람벽인데 바람이 벽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바람벽은 벽+벽으로 역전앞처럼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여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고드름은 얼음(곧)+얼음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어로는 꼭 곧을 얼음으로 한정하여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어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곧이 얼음이면서 춥다는 뜻이면서 물에 젖는다는 뜻일수도 있습니다.
대충 이 근처에서 의미가 만들어지고 단어가 성립한 것이 아닌가 추정할 수 있는 거죠.
참고로 화투의 비를 예로 들 수 있다. 화투의 12월(음력)은 겨울인데 비가 오고 있다. 겨울과 비의 관계를 생각해볼만 하다. 예전에는 겨울에 비가 많이 왔는지도 모른다.
글을 남기는 이유는 '겨울'의 어원에 관해 나름의 의견이 있어서입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고 저 아래 게시물에 있는 '겨울'의 어원에 관해 학자들의 의견과 김동렬님의 의견을 읽어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입니다.
저의 고향은 김동렬 님의 고향과 지리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울진이라는 곳입니다.
저희 할머니는 겨울을 '져슬'이라고 발음하곤 했습니다. 아마 경주에서도 비슷한 발음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김동렬님은 겨울(져슬)의 어원을 '젖다'와 관련이 있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그것도 물론 일리있는 말씀이겠습니다만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가 '져슬'이라고 말하는 발음은 결코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에'가 붙으면 '져슬게(겨울에)'로 발음되었었습니다. 이것은 다른 조사나 설명형 어미가 붙을 때도 거의 예외가 없었습니다. 우리 할머니 뿐만 아니라 동네 노인들 모두가 그렇게 발음했습니다.
즉, 나무의 고어가 '남ㄱ'이듯, 겨울의 고어는 '져슭'이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나무를 낭구, 낭기 등으로 발음하는 일은 경상도 뿐만 아니라 남부지방 전체에 아직까지 많이 남아 있죠)
저는 져슭의 '져'가 지다, 저물다 할때의 '지', '저'와 관계가 있지 않을까 추측합니다. 즉 꽃이 지고 낙엽이 지고 난 후의 때를 가리키는 거라고 보면 말이 됩니다.
여기서 슭은 어떤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기슭이라는 말이 있는 걸로 봐선 끄트머리, 가장자리 등의 뜻으로 볼 수도 있겠고,
사라지다, 삭다, 사그라들다 할때의 살, 삭 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고보니 '스러지다' 라는 말도 있군요.
물론 이것은 하나의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한 것이므로
김동렬님께서 참고해 주시어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주십사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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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9/01 15:17
.. #1 겨슬 #2 冬 #3 겨슬의 語根은 '겻'이고 '을'은 接尾辭다. '겨슬'은 고드름(氷)과 比較됨직도 하다. 季節로 봐서 겨울에는 고드름의 계절이 된다. 國語에 氷柱의 意로서 '고드름'이 있는데 語根은 '곧'과 '얼음'의 名詞와 합친 複合名詞가 된다. 곧(氷) 어름(氷)의 複合名詞가 된다.#4 겨슬 ← 겻 + -을(接尾辭) #8 서정범 (1988) "祖語再構에서 본 ㄹ系接尾辭" $ 허당 이동림 박사 정년퇴임기념논총>
#1 겨울 #3 '겨시다'의 어근은 '겨-'(在.居). '겨집'도 '在家'의 뜻을 가진 조어임. 겨울은 '겨다.겻다'의 관형형 '겨 (在家할)'로 이뤄진 말. 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 머물러 있을 계절이라는 뜻. #4 < 겨을 < 겨 ← {겻-(在家) + -을} #7 겨 (있고) #% 흥부전 #8 최창렬 (1985*) 한국 어원학의 전망 $ 교육논총 5>^
보시다시피 기존 학계의 주장은 겨울을 겨슬 곧 얼음으로 보는 견해와 계시다>집에 있다는 뜻으로 보는 두가지 견해가 있습니다.
얼음으로 보는 견해는 얼음도 일종의 물이니까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지요. 집에 있다는 뜻으로 보는건 한심합니다. 이건 마구잡이 추측이에요.
근데 원시어는 특정 어휘에 특정의 고유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이 점을 간과해서 안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겨울 같은 명사들은 나중에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어원이 아니에요.
중요한건 원시어는 논리적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럴듯하게 아귀가 맞으면 오히려 꾸며낸 주장일 가능성이 많습니다.
요즘은 겨울에 눈 구경을 하기 어렵지만 옛날에는 겨우내 눈속에 파묻혀 살았습니다. 강원도라면 겨울 내내 집 밖으로 못 나갑니다. 눈이 너무 쌓여서. 겨울이 젖는다는 뜻이 되는 이유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winter는 젖는다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원래는 물이 흐른다는 뜻으로 go와 관련된 단어인데 G가 W로 변했고 그 이전에는 굽었다는 뜻이 있었습니다. 굽기 전에는 긁다>깎다였습니다.
긁다>굽다>가다(움직이다)>물이 흘러가다>물에 젖다
이런 순으로 발전해 왔다는 거죠. 그렇다면 겨울의 어원이 '젖다'라해도 꼭 옷이 물에 젖었다는 뜻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이 전체의 흐름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근데 춥다의 어원이 굳다에서 왔고 얼음은 굳은 것이므로 고어로는 얼음이 '겻'일 수도 있습니다. 즉 춥다는 뜻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고드름의 곧이 원래는 얼음을 뜻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이중으로 말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은 사어가 되어 요즘 쓰이지 않는 말들이 그러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람벽인데 바람이 벽을 뜻합니다. 그러므로 바람벽은 벽+벽으로 역전앞처럼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한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여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있으므로 고드름은 얼음(곧)+얼음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고어로는 꼭 곧을 얼음으로 한정하여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고어는 매우 포괄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곧이 얼음이면서 춥다는 뜻이면서 물에 젖는다는 뜻일수도 있습니다.
대충 이 근처에서 의미가 만들어지고 단어가 성립한 것이 아닌가 추정할 수 있는 거죠.
참고로 화투의 비를 예로 들 수 있다. 화투의 12월(음력)은 겨울인데 비가 오고 있다. 겨울과 비의 관계를 생각해볼만 하다. 예전에는 겨울에 비가 많이 왔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