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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067 vote 0 2014.08.17 (00:14:53)

 

    소년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충고가 ‘매사를 긍정적으로 보고 살아라.’ 하는 말일 터이다. 한편으로 지식인에게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고 가르친다. 실패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하는 자의 포지션이다. 상대방이 의제를 제안하고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게임의 룰을 받아들인다는 전제로 거기에 동의하거나 반대하는 포지션이다. 이미 갑이 아니라 을이 되어 있다.


    마땅히 게임의 룰을 깨뜨려야 한다. 문제는 포지셔닝이다. 선제대응하여 발언권을 얻고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답은 옳거나 그르거나 간에 어떤 선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전부터 고여있는 밑바닥의 에너지에 있다. 판을 짜고 게임을 설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무조건 긍정하는 것도, 함부로 의심하는 것도 다 을의 관점이다. 남의 게임에 용병으로 뛴다면 잘하든 잘못하든 데이터가 축적되지 않는다. 남의 농사에 품팔지 말고 자기 농사를 지어야 한다.


    인생의 정답은 팀플레이다. 동료와도 팀을 이루어야 하지만, 자기 자신과도 팀을 이루어야 한다. 자신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좋은 팀을 이루려면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사건의 결을 따라 기승전결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관없다. 데이터를 축적하고 확률게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박판이라 치자. 첫 번째 베팅은 응수타진이다. 긍정하여 판돈걸고 따라가든 부정하여 죽든 상관없다. 어느 쪽이든 상대의 낮빛을 관찰할 수 있다. 긍정하고 따라갔을 때 상대의 입가에 스쳐가는 미소를 놓치지 않았는지, 부정하고 죽었을 때 상대가 당혹한 표정을 짓지는 않았는지 기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상대의 베팅패턴을 읽는게 중요하고 진짜 승부는 다음 판이다.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약자 포지션을 선택한다. 사회는 크고 개인은 작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집단의 위세 앞에서 고립된 개인은 약하다. 주눅이 들어 있다. 그 상태에서 집단에 대들거나 복종하거나 간에 틀려먹었다.


    대들어도 찍히고 복종해도 낚인다. 다만 데이터를 수집하였다가 자기 집단을 결성해야 한다. 진리에다 빨대를 꽂으면 가능하다. 에너지원을 장악한 자가 자기 집단을 꾸릴 수 있다. 에너지는 팀에 의해서만 조달된다. 공간적으로는 동료를 규합해야 하고 시간적으로는 장기전의 확률싸움을 꾀해야 한다.


    세상을 옳게 이해하려면 밑바닥 에너지 흐름을 꿰뚫어보아야 한다. 표면과 이면이 있다. 표면의 세계는 강자와 약자, 옳음과 그름, 선과 악들로 디자인되어 있지만 가짜다. 이면의 진짜는 출렁이는 에너지의 세계다. 에너지의 세계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선도 없고 악도 없다. 강자도 없고 약자도 없다. 단 호흡과 리듬이 있다. 장단이 있고 박자가 있다. 음악이면 화음이 있고, 그림이면 조화가 있다. 그 가운데 팀플레이가 있고 소통이 있다.


    ◎ 표면의 사실 – 선과 악, 참과 거짓, 강자와 약자
    ◎ 이면의 에너지 – 일치와 불일치, 이합과 집산, 팀과 개인


    진정한 세계는 에너지의 세계다. 에너지의 세계는 오뚝이와 같다. 오뚝이가 어느 쪽으로 넘어지든 도로 원위치 된다. 물고기가 어느 쪽으로 꼬리를 치든 앞으로 나아간다. 에너지는 기승전결을 거치며 우여곡절 끝에 정해진 코스로 간다. 물이 낮은 곳으로 가듯이 에너지의 세계에 결론은 정해져 있다.


    긍정하라는 말도 옳을 수 있고 의심하라는 말도 옳을 수 있다. 산은 산이라도 좋고, 산은 산이 아니라도 좋다. 기승전결의 전개과정에서 한 번은 밟고 가야 할 코스에 불과하다. 긍정은 개인이 아닌 팀의 긍정이어야 하며, 팀으로 도약하려면 의심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진정한 세계는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만,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닌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사건은 에너지를 태우고 기승전결로 전개된다. 에너지는 권리≫권력 메커니즘을 따른다. 선제대응하여 앞선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 기 포지션에 권리가 있다. 집단이 의사결정할 때는 평등하지만, 결정된 것을 집행할 때는 불평등하다. 결정된 사항을 집행하는 과정에는 에너지가 투입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사결정에는 비용이 들지 않으므로 당연히 평등하다. 의사결정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평등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팀을 결성하는 단계다.


    평등은 팀이고 불평등은 개인이다. 팀이 개인을 이긴다. 평등이 불평등을 이긴다. 개인과 개인이 대결하면 힘센 자가 이기지만, 팀과 팀이 대결하면 평등한 팀이 이긴다. 평등한 팀만이 팀플레이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수의 세계와 고수의 세계가 있다. 하수의 세계는 선과 악, 참과 거짓, 강자와 약자로 되어 있다. 하수의 게임은 개인 대 개인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고수의 세계는 일치와 불일치, 이합과 집산, 팀플레이와 개인플레이가 있다.


    무엇이 다른가? 하수의 세계는 그것으로 평가된다. 선과 악, 참과 거짓, 강자와 약자로 나눠지고 점수가 매겨진다. 고수의 세계는 일치와 불일치, 이합과 집산, 팀플레이와 개인플레이로 게임을 시작한다. 평가되지 않는다. 하수들은 게임이 끝나면 상을 받거나 벌을 받고 각자 자기집으로 돌아간다. 고수들은 모여서 다음 게임에 들어간다. 멈추지 않고 계속 가는 것이다.


    긍정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현실긍정이다. 둘은 주도권의 긍정이다. 현실긍정은 주어진 현실에 불만을 품지 말고 부자는 부자, 빈자는 빈자로 모순된 세계를 받아들이라는 거다. 하수의 긍정이다. 주도권의 긍정은 다른 것이다. 그것은 무대를 설계하는 자의 긍정이다. 고수의 긍정이다. 현실을 긍정하지 말고 주도권을 긍정해야 한다. 현재를 긍정하지 말고 미래를 긍정해야 한다.


    인생을 긍정적으로 살 것인가 부정적으로 살 것인가? 복잡한 세상을 긍정과 부정이라는 두 단어로 해결하려 든다면 터무니없다. 하수의 세계에서 긍정하면 착한 노예로 망하고 부정하면 감옥에서 망한다.


    고수의 세계로 올라서야 한다. 고수의 세계는 긍정이지만 개인이 아닌 팀의 긍정이다. 긍정하되 팀을 긍정하라.


    팀에는 있고 개인에게 없는 것은 주도권이다. 주도권은 많은 돈이나 강한 권력이나 사회의 높은 평판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직 팀플레이에서 나온다. 돈으로 주도권을 사려하면 그 돈이 고갈된다. 그대는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평판으로 얻은 일시적 주도권은 그대를 위축시킨다.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 모험을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주도권을 잃는다. 권력으로 얻은 주도권은 그대를 해친다. 안티만 늘어나게 하는게 권력이다. 오직 팀원들과 손발을 맞출 때만이 진정한 주도권이 얻어진다. 동료와 패스를 하면 할수록 기술이 늘어난다. 세상과 소통을 하면 할수록 아름다워진다. 그것이 진짜다. 그것은 소모되지도 않고, 그대의 행동반경을 좁히지도 않고, 안티가 생기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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