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의 단초는 잘못 이해된 다윈의 진화론에 있다.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부터 일이 잘못되어가기 시작했다. 홉스의 ‘만인대 만인의 투쟁’개념이 다윈의 생존경쟁 개념과 연결되었고 곧 인종주의로 비화하여 양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틀렸다. 인간의 자연상태는 ‘만인대 만인의 투쟁’이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며 언제라도 스트레스의 형태로 무의식의 조종을 받는다. 인간은 사회계약을 하기 이전에 이미 유전자에 의해 사회계약되어 있다. 사회의 최소단위는 가족이고 가족은 투쟁대상이 아니다. 부족은 확대된 가족이며 역시 투쟁대상은 아니다. 국가는 원래 없었으므로 논의대상인 자연상태가 아니다. 인간은 사회적 의사결정의 장에서 유전자가 연출하는 호르몬의 지배를 받는다. 두 사람이 만나도 초면에 부끄러움을 느끼는가 하면, 다섯사람이 모여도 턱도 없이 우쭐대려고 한다. 의사결정의 장에서 인간은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새끼곰을 구하려고 뛰어드는 엄마곰처럼 자기희생적으로 변한다. 또 인간은 사회 안에서 자신을 약자로 놓고 강자인 사회에 심리적으로 의지하며 응석을 부린다. 그것이 때로는 종교적 예속으로, 때로는 정치적 의존으로, 때로는 예술적 열광으로 나타난다. 의사결정을 윗선에 떠넘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간은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 대부분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게 된다. 상대방에게 주도권을 내주고 자신이 종속되는 선택이다. 이는 다음 단계의 계획에 대한 무의식의 요구 때문이다. 인간은 무의식의 명령에 의해 사회와 긴밀한 관계를 맺으려 한다. 그 방법은 일의 진행에 있어서 다음단계를 미리 대비하는 것이고, 그 연결의 흐름이 끊어질 때 커다란 심리적 고통을 느낀다. 그 고통 때문에 그냥 하던 게임을 계속하는 선택을 하게 되며, 그 결과는 사회를 이롭게 하고 개인이 희생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종교의 광신도들과, 정치판의 열렬한 추종자들과, 연예인의 광팬들에게서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의사결정을 사회의 큰 단위에 위임함으로써 자신은 스트레스 안 받고 편하게 묻어가려는 심리다. 도박판에서 돈을 따면 안면몰수하고 곧바로 일어나야 한다. 그러나 도박판사회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끊지 못하게 하는 무의식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계속 엉덩이를 붙이고 있다가 결국 밑천이 털리고 만다. 다만 돈 많은 부자들과, 힘 있는 강자들과, 타고난 사이코패스들은 무의식의 조종을 받는 대신, 부자답게 돈의 선택을 따르고, 또 강자잡게 힘의 선택을 따르며 혹은 사이코패스답게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선택을 해서 개인의 이득을 챙기고 한편으로 사회를 커다란 위험에 빠뜨린다. 사회에 빈부차가 존재하고 계급차가 존재하는 이유 중의 상당은 약자들이 집단 안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해 무의식 중에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도박판에서 돈을 따는 선택이 아니라 도박판 자체가 크게 번성하고 자신이 그 도박판과 긴밀해지는 쪽으로 선택한다. 다만 강자들은 돈의 선택, 힘의 선택이 미리 길을 정해버리므로 약자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난다. 인간의 의사결정은 개인 단위가 아닌 집단 단위로 일어난다. 한일전에서 누가 이기든 자신과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데도 무의식은 한국을 응원하라고 명령한다. 한국이 패배하면 하루종일 우울해진다. 무의식은 사회와의 긴밀한 관계를 요구한다. 주식투자를 그런 식으로 하다가는 탈탈 털려서 거지된다. 물론 증권회사는 이득을 본다. 당신이 어떤 결정을 했을 때 그것이 순수한 자신의 이성적 판단인지 아니면 당신이 뛰어든 판과 당신을 밀접한 상태로 두려는 무의식의 명령인지를 성찰하라. 돈을 버는 주식을 산 것이 아니라, 주가의 오르내림에 긴밀하게 반응하도록 자신을 팽팽한 긴장상태에 두는 주식을 산 것이 아닌지 살펴보라. 지구촌 인류를 위해 대한민국이 희생하는 선택을 하지 말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의 지령에 따라 잘못된 선택을 하므로 의연하게 합리적인 선택만 계속하면 인생의 게임에서 성공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