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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110 vote 1 2014.07.11 (11:58:35)

 

    본의 아니게 하수가 되어야 할 때도 있다. 하수라는 사실이 문제가 아니고 항상 하수라는게 문제다. 마찬가지로 항상 고수인 척 할 필요는 없다. 가끔 고수라는 점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제품에 하자가 있어서 항의하러 갔다고 치자. 화를 내야 한다. 제품을 바꿔달라고 요구한다. 바꿔줘야 하는 근거는? 내가 무지하게 화가 났다는게 근거다. 더 화가 나면 1인시위를 할 거다.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 악플을 달 수도 있다. 내가 엄청나게 화가 났기 때문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사실을 보여주면 된다. 그러나 업체의 담당직원은 담담하게 사무적으로 대한다.


    ‘그건 고객님 책임입니다용.’ 상수의 객관으로 응대한다. 따지러 간 고객은 자동으로 하수가 된다. 그러므로 ‘너 말고 책임자 나오라고 해. 사장 불러와.’ 수법을 쓴다. 주체적 관점의 요구다.


    우연히 사장이 지나다가 그 모습을 봤다면? 회사가 손해를 보더라도 고객의 부당한 요구를 들어주라고 지시한다. 사장은 1인칭 주체적 관점이다. 사장은 언제라도 고수여야 하기 때문이다.


    30여년 전 현대가 처음 미국에 진출했을 무렵 어떤 칼럼에서 본 이야기다. 가난한 흑인 소년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었다가 트럭과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백퍼센트 흑인 소년의 잘못이었다.


    판사는 무조건 트럭의 소유자인 현대가 치료비를 물어내야 한다고 우긴다. 흑인 소년은 불쌍하고, 운전사는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현대는 돈이 많으니까 법이야 어떻든 현대 책임이란다.


    돈 많은게 유죄 맞다. 현대가 치료비를 물어내면 현대의 회사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고, 그 흑인소년도 잠재적인 고객이니까 다 현대 좋은 일 아니냐다. 1인칭 주체적 관점을 요구한 것이다.


    정치가라면 이 관점을 훈련해야 한다. 자신이 주체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기만 해도 표가 모인다. 1인칭 주체적 관점은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신체 일부로 보는 것이다.


    흑인소년을 잠재적인 고객으로 본다. 지나가는 행인도 잠재적인 유권자로 본다. 우주 전체를 자기 신체의 일부로 보는 관점을 훈련해야 한다. 이 관점을 유권자에게 들키면 자동 대통령 된다.


    중요한건 시간이다. 현재만 보지 말고 미래까지 보는 것이다. 물론 자신이 고객이고 피해를 입었을 때는 주관적 관점을 가지고 항의해야 한다. 빚을 받으러온 조폭은 자기소개를 해야 한다.


    ‘나 조폭이걸랑요.’ 조폭행세를 해야 떼인 돈을 받아낸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자기과시를 해야할 때가 있다. 대통령 당선되고 나서도 그런 짓 하다가 똥된 인간이 이명박임은 물론이다.


    질-입자-힘-운동-량이 다섯이므로 그 사이를 보면 넷이다. 다섯은 넘 많아서 헷갈리고 넷으로 하자. 운동에서 양을 보는 관점이 주관이다. 운동은 자신이 무지하게 화가 나 있다는 거다.


    힘에서 운동을 보는 관점은 역설의 관점이다. 힘과 운동의 관계는 바꿔치기가 되므로 항상 역설이 작용한다. 상대방을 보고 자기를 파악하는게 역설의 관점이다. 의도와 반대로 되는 거다.


    입자에서 힘을 보면 3인칭 객관이다. 질에서 입자를 보면 1인칭 주체적 관점이다. 엄마가 두 자식의 싸움을 대하는 태도이다. 형이 잘못했으니까 반성해. 이런 식의 객관적 판단은 좋지 않다.


    잘못했으면 따질게 아니라 그 잘못을 저축해 두었다가 나중 갚으면 된다. 엄마는 자신을 질의 포지션에 두어야 한다.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미래를 보고 의도적으로 자녀를 키워주어야 한다.


    물론 중요한 순간에만 고수여야 한다. 항상 고수인척 과시하고 다닐 필요는 없다. 재수없게 감옥에 가게 되었다고 치자. 작가라면 보물섬에 온 것이다. 그 죄수들의 사연은 소설의 재료다.


    우주 전체가 자신의 앞마당이고 범죄자나 도둑넘도 써먹을 데가 있다. 흔히 우주와의 합일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질에서 입자를 보면 된다. 입자는 진보나 보수. 여당이나 야당이다.


    대한민국으로 보면 진보든, 보수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한 식구다. 그러나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면 안 된다. 둘 다 포용하되 키워줄 진보를 키워야 한다. 시간은 미래로 흐르기 때문이다.


    ◎ 월드컵이 4년 남았을 때 – 매우 진보
    ◎ 월드컵이 1년 남았을 때 – 중도적 유연성
    ◎ 월드컵이 3개월 남았을 대 – 보수적 고집
    ◎ 시합중일 때 – 말 안듣는 넘은 걍 조져야 함다.


    그러나 월드컵 승부가 임박했다거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거나 할 때는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단호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홍명보처럼 미래를 대비하여 경험을 쌓았다거나 하면 곤란하다.


   


[레벨:11]큰바위

2014.07.12 (11:34:58)

요즈음 설명을 하실 때 매우 친절하시고, 자세하게 하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려운 것을 쉽게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고수라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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