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read 2292 vote 0 2014.05.02 (15:51:38)





열받고 화나면 무슨 말인들 못하랴...
나도 술자리에서 친구한테
저 유가족들 저런 모멸감과 억장이 무너지는 분노와 자신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무기력으로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겠냐고... 보상금 국가에게 받을 만큼 받아서 이 나라 떠나기를 바란다고...

그런데 여기서, 이 나라 떠나서 살아라 ...이 말에는 나의 바램도 들어가 있는듯 하다.
하지만...대한민국에서 막상 다 털고 이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는 정치의 부재와 국가의 부재의 되돌이표에서 벗어날 대한민국 국민이 몇 %나 될까...
떠나라. 떠난다...떠나고 싶다...이 말이 더 큰 상처와 생채기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떠날 수 있어도 이곳에서 살고, 떠나지 못해서 이곳에서 살고, 또 떠날 수 있는 이들은 떠난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말 나는 대한민국을 떠나고 싶은가? 이다...
한달쯤...일년쯤...몇년쯤은 떠나고 싶다.
그러나 평생은 아니다.
그 평생을 걸고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보상금 많이 받아서 떠나라...이 말이 진심일까...일견은 그럴수도 있다.
그러나 그 유가족들이 모멸감과 분노와 무력감을 넘어서서 우리와 같이 이곳에서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그것을 바라기 때문에 모두가 많은 이들이 같이 분노하는 것은 아닐까...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떠나고 싶으면 떠나지만, 자신의 의지도 아닌 기억들이 주입되어 그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억지로 떠나야 한다면, 이 땅이 억지로 사람들을 밀어내는 경우가 점점 많아진다면, 떠나지 못하고 떠나기 싫은 이들의 삶도 점점 밀려나게 된다.
점점 밀려나서 어디로 갈 것인가....?
갈 곳이 있는가...?
한강다리 위로 다 올라가야 하는 것인가...?

불편한 표현들이 있다.
이 땅을 어느나라한테 줘라. 대신 다스려 달라고 해라..라고 한다. 화나서 하는 표현들인 것은 알지만, 이 땅에는 사람들이 먼저 살고 있다.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그 사람들에 의해 나라가 세워지는 것이다. 국가는 그 사람들의 활동 범위의 영역과 같다.
그런데 줘 버리라는 둥 같다 주라는 둥 귀속 하라는 둥 대신 다스려 달라는 둥...이런 말을 너무 쉽게 하는거 같다.
난 이런 말에 몹시 자존심이 상한다. 기분이 나빠진다.
우리 스스로 뭔가 할수있는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닌데, 다시 세우자 일으켜보자 불합리한 것들 정리할건 하고 다시 새롭게 나아가보자...이런 얘기 보다는 줘버리자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하는 것이 ... 정말 지금 필요한 얘기들일까? 싶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정말 떠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정확한 진실이 드러나서 최종 책임자이자 사건의 키를 가진 이들이 처벌되기를 원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런 과정이 이루어져야 상처가 되지도 않고 억압이 되지도 않는다. 그럴때 살 수 있는 것이다.

조선의 선조이래로 이 땅에서는 뭔가 일 처결이 불합리해졌다. 그러다보니 그 불합리를 모두 참고 산다. 나서면 나서는 이가 죽는 요상한 구조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모두 언어의 이면에 숨는다.
선조 밑에서 산 그 때의 백성이나
지금 요상한 대한민국에서 사는 국민들이나
입장은 매한가지인거 같다.

이렇게 한번 꺾이고 두번 꺾이고... 계속 꺾여서 사는게 숙명처럼 되면 사람들에겐 그것이 모두 트라우마가 된다.
전쟁이나 독재의 트라우마 속에서 더 깊게 오히려 그 상처를 내면화한 결과 오히려 신봉해버리듯이...

꺾이면 이미 거기가 우리의 상처의 시작이자 트라우마의 시작이 된다. 평생 안고 살아가야할 분노를 가슴에 담아둔체 살아야 한다. 그리고 집단 자학의 길로 간다. 그 예는 이 사회에서 허구한날 보고 접하고 있다.

* 이 사진들 보면서 힘을 내본다.
인간은 용기를 얼마나 내어야 하고 살면서 어느만큼의 용기를 내어야 잘 사는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매순간 사람의 마음은 무너지고 매순간 다시 일으켜 세워진다. 무너지고 세우고 무너지고 세우고...이리 서로 의지하며 걸어간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1592 갈데까지 가보자. 2 아제 2012-10-28 2300
1591 기생충 후기. 칸영화제의 수준 (수정) 덴마크달마 2019-06-03 2298
1590 주말 보령모임 재공지 image 9 김동렬 2016-06-30 2298
1589 내일도 구조론모임하는거죠? 1 창준이 2013-06-19 2298
1588 고독한 언어 까치산 2013-04-12 2298
1587 한국사람을 멋있게 느끼는 이유 ahmoo 2018-03-13 2296
1586 천지불인. 2 아제 2015-01-17 2296
1585 먼로일세 아란도 2013-06-05 2296
1584 부분일식. image 눈마 2017-08-22 2295
1583 따라쟁이 냥모 2014-07-19 2295
1582 <차의 세계사> 번역본 출간했습니다. image 15 곱슬이 2012-04-13 2295
1581 쫄지 않아. 죽지 않아. 3 aprilsnow 2011-12-06 2295
1580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1 다원이 2018-09-28 2294
1579 모바일 광고기반 무료 컨텐츠 제공 비즈니스 모델 6 챠우 2015-12-14 2294
1578 문제행동이 심한 아버지의 유형은? 5 이상우 2015-11-04 2294
1577 가시나가 숙제도 못하네 해안 2014-07-16 2294
1576 금연의 문제... 7 배태현 2014-05-17 2293
» 내가 살 땅, 우리가 살 땅 image 아란도 2014-05-02 2292
1574 발견> 발명 = 일거리> 일자리 4 ░담 2012-07-05 2293
1573 이명박을 생각한다5 수원나그네 2016-05-24 2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