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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風骨
read 2815 vote 0 2014.04.24 (15:50:39)

...(생략)


필자: 당신의 작품에는 줄곧 구원사상이 있는데, 이 작품(<蛙>)에서는 더 비중이 큰 것 같습니다.

        당신은 문학은 반드시 구원사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모옌: <蛙>의 대만판 서문에서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죄가 있고, 나 또한 죄인이다.'

        과거에는 작가도 좋았고 지식인도 좋았는데, 모두 시선을 다른 사람에 놓고 확대경을 들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찾고 다른 사람의 죄를 찾았으며 소수의 사람만이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을 살피고 자신

        은 죄가 있는가 혹은 범죄의 가능성이 있는 가를 살폈습니다. 나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사람은 다소간의

        본질의 차이가 있지 않으며 다만 특정한 역사 환경에서 사형을 집행하는 망나니가 될 수도 있고

        범죄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자기 영혼 깊은 곳의 어두운 면을 인식해야만 하고 자기의 다양성을

        인식해야만 진정한 의미가 있는 용서와 관용을 베풀 수 있습니다. 작가로서 죄가 너무 커서 용서할 수 없는

        악한에게 동정을 보냈는데, 그 또한 사람인 까닭에 특정한 역사 시기가 그로 하여금 악한이 되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설령 그가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었어도 결과적으로 악한이 되었다 이 자체가 비극이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나로 하여금 작년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발생한 교내 총격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한국 학생 한 명이 30명 이상의 죄없는 생명을 사망하게 했는데 추도회가 거행되었을 때

        사망자의 가족들은 잊지 않고 이 살인을 했던 한국 학생을 위해서도 양초에 불을 붙여 주었습니다. 

        그 또한 비극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들의 관념에서는 살인자는 마땅히 능지처참 해야지 무슨 동정이냐고 

        합니다. 그러나 사망자의 부모들은 또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생각합니다. - 이러한 인식에 도달해야만이 

        진정한 관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용과 불쌍히 여김을 입안의 구호와 손에 들고 있는 피켓으로 

        삼지 말아야 합니다.


필자:  당신은 <蛙>가 고독한 산봉우리라고 말했는데, 해석 부탁합니다.


모옌: <蛙>는 나의 내심 깊은 곳에 있는 가장 고통스러운 곳 - 생명에 대한 감회- 을 건드립니다. 이전에 우리는 승진을

        해야만 했는데, 본래 둘째 아이를 가질 수 있었음에도(나의 부인은 당시 농촌 호적을 갖고 있어서

        둘째를 낳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각오"가 너무 큰 사람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만족스로운 곳은

        "고모"라는 인물이 생동감있게 쓰여진 것입니다. 유감스럽게 편폭이 다소 짧았음에도 조금 여유있게 

         쓸 수 있었습니다.


...(중략)


필자: 현재 욕하는 "공공(公共)의 지식인"은 작가들의 유행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당신의 태도는

        "자기 자신의 수양에 힘쓰는 것(獨善其身)"나 "자기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自行其是)" 입니까 

        아니면 "수수방관하기(隔岸觀火)"입니까, 그렇지 않으면 "함께 참여하기(重在參與)" 입니까? 


모옌:  나는 욕하는 것은 자유라고 생각합니다. 욕하는 사람은 왕왕 가장 눈부신 깃발을 공격하고 자유의

        구호와 벽돌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을 마구 치고 마지막엔 납치로 변하게 됩니다. 당신이 투사라고 

         다른 사람도 투사가 되라고 요구할 이유는 없습니다. 당신은 사회문제를 욕할 수 있지만 그러나 마땅히 

         다른 사람의 침묵을 허락해야 합니다. - 침묵 또한 자유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당신과 같은 강개함과

         감정의 격양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비판하고 사회를 비판함 이것 자체는 다른 이에 대한

         침범입니다. 이것은 가장 기본적인 준칙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말을 되풀이 하며 드러내는 

         자유이며 그 결과는 자유를 해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나는 작가는 마땅히 자신의 배역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또한 내가 프랑크

         푸르트 도서전에서 제시한 견해로 당연히 몇 몇 비판을 받았습니다. 나는 많은 작가들이 공공장소에서

         발언하는 것에 능숙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용기가 없거나 습관이 되지 않아서일 것 입니다.

         이러한 사람이 어떤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거나 발언하지 않았다 해서 몽둥이가 그를

         때리고 지옥 안으로 보내버릴 수는 없습니다. 작가의 가장 중요한 일은 글을 쓰는 것으로 인생관, 가치관,

         모든 문제에 대한 견해를 소설 안에 두어야 합니다. 이러한 생산의 효과와 반응은 내가 생각하기에 

         한 장소에서 격양된 감정으로 팔을 들어 흔들고 환호성을 보내는 것 보다 결코 뒤에 있지 않다고 봅니다.

         나는 몇 가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루쉰(魯迅)은 당시 확실히 사회에 대한 많은 비판을 발표하였지만 

         선총원(沈從文)은 루쉰처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누가 선총원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부정하고 있습니까?

         장아이링(張愛玲) 일본과 전쟁시기 순식간에 유명해 졌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지탄하며 "민족 반역자의 

         문학(漢奸文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수 십년 후 그녀의 문학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끊임없이 이어지는 열기를 불러일으키고 있지 않습니까?  전에 큰 인기를 모았던

        <小團圓>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필자: 일부 연애 소설과 시정(市井) 소설(보통사람들의 일상을 다룬 소설)들은 잘 팔리고 있습니다. 

        평론가들은 영민하게도 "시장을 위해 쓴 것", "문학사를 위해 쓴 것"으로 이들을 구별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보십니까?


모옌: 나는 문학이 첫 번째로 다양화 되어야하고, 두 번째로 해롭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루쉰이 되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아주 두려운

        일이 아닙니까? 중국에는 한 명의 루쉰이면 족합니다. 만약 지금 만 명의 루쉰이 있다면 재난일

        것입니다. 게다가 이른 바 "문학사 작가"들이 우쭐거리며 뽐낼 필요도 없습니다. 문학사는 여전히

        다 쓰여지지 않았으며 지금 이 순간의 문학사를 지금 쓴다는 것은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마땅히 50년이 지난 이후에 다시 써야 합니다.



<중국청년보 2010년 2월 2일>

모옌 "침묵 또한 자유이다." 


http://www.cyol.net/zqb/content/2010-02/02/content_3069911.htm


..............


이번 세월호 사건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사회 안전망의 붕괴, 책임자가 책임을 지지 않은 풍조, 신뢰를 잃은 언론 등등

그런데 이 글을 보니 이런 상황이 되어도 

모옌은 '침묵의 자유'를 외치며 아무말도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이 악을 행하는 것이 사회의 영향을 받은 결과라면

악인을 생산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 입니다. 

책임을 지지 않은 대통령, 책임을 지지 않은 세월호 선장을 

낳은 사회 또한 병든 사회일 것 입니다.


병이 있으면 병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의사이듯이

병든 사회를 진단하고 대안을 말하는 것은 지식인이고 사상가입니다.


병에 대해서 침묵하면 의사 면허가 있어도 의사 대접을 못받고

사회의 병폐에 침묵하면 학위가 있어도 지식인이 아닙니다.

모옌은 글을 잘 쓸지 몰라도 최소한 지식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옌이 말한 침묵의 자유란 다시 말하면

지식인 혹은 보통 사람이 되겠다는 자유의 문제이지

이미 지식인이 된 이상 선택할 문제는 아닌 것 입니다.


모옌은 지식인의 위치에 있으면서 침묵의 자유를 말한다면

이는 병을 고칠 수 있음에도 환자를 외면한 의사일 것이며

승객을 구할 수 있음에도 먼저 탈출한 세월호 승무원인 것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4.24 (16:14:39)

침묵은 살인이다. 


조만간 많은 사람이 도로 위에서 죽을 것이다.

지금은 도로 아래에서 조용히 죽어가고 있지만. 


모옌은 문화혁명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그때 지식인들은 다투어 말했다.


"입이 있는 지식인이여 말하라!"

지식인이 말을 시작하자 곧바로 2천만명이 살해되었다.


이후 중국에서는 입이 없는 지식인이 등장했다.

그들에게는 귀도 없고 눈도 없고 똥구녕도 없고 숨구멍도 없었다. 



0.jpg



莫言..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름부터 말하지 않는다인데 왜 마이크는 쥐었는가? 


하긴 그 이름이 참 많은 말을 하고 있기는 하다. 

앞으로 백년간 중국에서는 입으로 말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첨부
[레벨:5]msc

2014.04.25 (09:36:06)

유구무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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