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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754 vote 1 2014.03.07 (15:01:09)

    소크라테스의 변명


    어제 팟캐스트 녹음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추앙받는 것일까? 역사에는 연대기와 열전이 있다. 연대기보다 열전이 재미가 있다. 열전이 더 강렬한 인상을 준다.


    무엇인가? 초기조건이다. 소크라테스 뿐 아니라 4대성인은 모두 아는게 없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무엇을 아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을 아는 것은 과학이고 철학은 애초에 다른 거다.


    소크라테스의 의미는 열전에 있고, 그것은 흥미를 끌고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며, 초기조건을 세팅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무지를 발견한 사람이다. 발견이 진짜다.


    당신이 어떤 것에 대해 어떤 견해를 피력하든 철학이 아니다. 철학은 인류를 대표하여 의사결정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것은 전혀 다른 거다. 무엇인가? 의사결정은 스타트를 끊어 족보를 남긴다.


    소크라테스의 가르침보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드로스대왕, 헬레니즘 문명으로 이어지는 족보에 의미가 있다. 소크라테스는 다만 높은 이름으로 그 헬레니즘의 족보를 대표할 뿐이다. 


    진정한 서양철학의 비조는 탈레스다. 탈레스가 처음 철학적 사유란 이런 것이다 하는 모범을 제시했다. 세계를 통합적 시각으로 조망하는 시야를 제시하였다. 어떤 의미에서 희랍문명의 설계자다.


    소크라테스의 산파법은 상대방과 논쟁하면서 숨은 전제를 들추고 그 전제를 깨뜨린다는 점에서 구조론과 통하는 지점이 있다. 문제는 이 방법이 결국 귀납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소크라테스가 산파법으로 얻어낸 유일한 지식은 무지의 지, 곧 '나는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사람이다' 하는 것이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그건 안게 아니다. 말 그대로 그건 모르는 거다.


    소크라테스의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소크라테스는 진정한 지식의 발견에 실패한 사람이다. 다만 학문의 진정성을 드러내는데 성공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는 오히려 진짜다.


    진짜냐가 중요하다. 니체가 아는게 많아도 가짜다. 톨스토이는 아는게 없어도 진짜다. 그 차이는 매우 크다. 소크라테스는 무지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진짜에 지식에 대한 강렬한 갈망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진짜는 무엇인가? 언어는 전제와 진술로 조직된다. 소크라테스는 전제를 깬다. 전제는 상부구조다. 소크라테스는 인간의 지식이 상부구조에 종속된 하부구조이며 진짜가 아님을 폭로했다.


    당신이 어떤 지식을 제시하든 거기에는 숨은 전제가 있고 그러므로 그것은 가짜다. 그러므로 세상 모든 사람의 모든 지식은 대개 가짜다. 그러므로 나는 강신주든 니체든 맘놓고 토벌할 수 있다.


    어차피 가짜니까. 진짜는 하나 뿐이다. 그것은 복제다. 상부구조에 의존하는 하부구조, 숨은 전제, 묵시적 가정에 의존하는 진술은 가짜이며 오직 A와 B의 관계만이 진실하다. 상호작용이 진짜다.


    A에 의존한 B는 가짜지만 그러한 주종관계는 진짜다. 둘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주고받음은 확실히 진짜다. 소크라테스의 귀납적 추론은 진정한 지식에 도달할 수 없는 분명한 한계를 가진다.


    무지를 드러내는데 성공할 뿐이나 다만 소크라테스는 그 방법으로 대칭구조를 드러내어 진정한 지식으로 가는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 지와 무지가 대칭을 이루므로 무지를 뒤집으면 지에 이른다. 


    소크라테스는 하나의 단서를 제시하였고, 진정성을 보여주었고, 족보를 만들었고, 열전을 쓰고 그것으로 끝났다. 소크라테스의 가치는 그의 지식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헬레니즘의 성취에서 나온다. 


    헬레니즘이라는 아들이 장하므로 그 어머니인 소크라테스도 위대해진다. 구조론은 소크라테스의 산파를 뒤집는다. 진술에서 전제로 가면 무지에 이르지만 반대로 전제에서 진술로 가면 지에 이른다. 


    위하여를 깨뜨리면 의하여가 남는다. 가짜를 제거하면 진짜가 남는다. 어떤 가짜가 있는가? 종교는 가짜다. 신이라는 상부구조에 의존하므로 철학이 아니다. 철학은 필요없고 신에게 맡기면 된다. 


    성경책에 답이 있다. 유물론은 가짜다. 물질은 통합되지 않으므로 통합적 시야가 불필요하다. 존재의 생장에 맞서는 인간의 생장이 없다. 70억이 하나의 뇌를 이루는 그것은 물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극단적 유물론은 철학이 아니므로 마땅히 소거된다. 허무주의, 염세주의, 불가지론은 가짜다. 이들은 A와 B 사이를 연결하지 못하므로 의미가 소거된다. 의미가 없으면 당연히 존재가 없는 것이다. 


    일체의 소승적인, 고립주의적인, 파편화된 입장들은 소거된다. 전체가 통일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되지 않으면 방향성이 없고, 방향성이 없으면 생장이 없고, 생장이 없으면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없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이 없으면 존재가 없다. 철학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거된다. 어떤 의도가 있는 것, 위하여가 있는 것, 일체의 신념에 기반을 둔 도덕적, 윤리적 당위와 작위는 가짜다. 


     천국을 가겠다거나,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거나, 노동자 농민을 어떻게 하겠다는 목적이 들어가면 가짜다. 소크라테스는 가짜를 쳤을 뿐 진짜를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가짜를 치면 남는 것이 진짜다. 


    무엇이 남는가? 포지션을 죽이면 관계가 남는다. 정상은 뾰족한 것이다. 가짜를 제거하면 최후에 뾰족하게 남는 것이 있다. 그 곳은 하나의 작은 점이나 사방과 동시에 연결된다. 소실점처럼 그것이 있다. 


    거기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환경과의 상호작용은 시작된다. 70억이 하나의 뇌를 이루고 단일한 의사결정을 하는 지점이 있다. 대승의 배가 출항하면 인류의 대표성이 있다. 비로소 철학은 출범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탈춤

2014.03.07 (16:14:57)

요즘 무식이 큰 재산이구나하고 느낍니다.

 

출발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수많은 지식을 머리에 넣고 엉거주춤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봅니다.

작은 돛단배면 어떻습니까.

함께 가면 될 일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4.03.07 (18:41:40)

나이탓하며 머리속이 허여짐을 보는 것이 잘못만은 아닌거군요^^

무식을 담보로 새 마무리 계획을 세워도 될 듯하구요...

[레벨:4]창준이

2014.03.08 (01:13:12)

근데 어떡하죠?.. 저는 27살인데도 진짜 저 자신이 무식하다는걸 항상느끼는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3.08 (09:04:29)

모르면 대화가 불통인 거죠.

[레벨:10]다원이

2014.03.09 (00:25:51)

하나씩 빼는것. 소거. 와닿습니다.
[레벨:10]다원이

2014.03.09 (00:41:13)

학교 다닐때 날마다 조회할 때마다 덧붙는 지시사항들. 며칠 지나면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교장선생님 지시사항들.
진짜를 드러내지 못하고, 그렇다고 불필요한것들 제거하지도 못하는 수많은 지시사항들 규정들 ....
한 사건이 생길 때마다 추가되는 금지조항들.
새로운 밀수품이 생길 때마다 추가되는 금지품목 리스트...
더하고 더하고 더하다 스스로 쓰러지는 모래성 같은 법률들...
이런걸 한칼에 끊어내지 않고는 진보가 없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3.09 (12:24:21)

참으로 슬픈 것은 

소크라테스는 '나 아테네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야' 


이렇게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는데

심지어 똑똑한 증거 댄다고 델피에서 신탁도 받았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거꾸로 알고 있다는 거.

소크라테스는 '나는 아테네에서 제일 무식한 사람이야.' 


이렇게 말한 줄로 알고 있다는 거.

창준이님도 혹시 그런 뜻으로 쓴 댓글이 아닌지 의심되네요.


무식은 절대 자랑이 아닙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지구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고 선포한 사람입니다. 


무식하다는게 뭘까요?

무엇을 모른다는 것은 무식한게 아닙니다.


지식은 도서관에 있는 것인데 

그걸 무식하게 자기 머리 속에 집어넣고 다닐 필요 없잖아요.


문제는 도서관을 이용할줄 모른다는 거.

어떤 사람 컴이 고장났는데


'김대리 와서 컴좀 고쳐줘'.. 이 말을 못합니다.

김대리 왈 "헐~! 사장님 또 야동보다가 바이러스 먹었군요. 


제가 이상한 외국 사이트 접속하지 말라고 그랬잖아요."

이게 무서워서죠.


이때 박사장의 해결책은? 

컴을 아는 친구에게 전화해야 하는 거죠.


일단 사장실 문을 잠그고 직원들 모르게 말이죠.

들키면 개창피.


근데 컴을 아는 친구가 없다면?

몰래 컴퓨터를 들고 나가서 밖에서 고쳐와?


결국 사장은 컴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합니다.

오늘부터 종이문서로 결재하자고. 


이런 퇴행이 일어나는게 수구꼴통이죠. 

이게 위대한 무식의 힘입니다.


결국 유식하냐 무식하냐는 

특정한 무엇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아니라 


어떤 의사소통 그룹에 들었는가입니다.

컴이 고장났으면 창피해도 해결사 김대리에게 부탁해야 합니다.


그 순간 김대리가 자신을 지배하게 됩니다.

김대리가 갑이고 자신은 을이 되는 거죠.


권력의 전도.. 전복적 상황.

이걸 받아들이면 잡스가 되고 못받아들이면 건희가 되는 거죠.


당신은? 

권력의 전복을 받아들일 것인가?


소크라테스는 그것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철학의 출발점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4.03.09 (21:42:47)

"권력의 전도.. 전복적 상황. 이걸 받아들이면 잡스가 되고 못받아들이면 건희가 되는 거죠. 당신은? 권력의 전복을 받아들일 것인가?"

컴맹을 통한 갑을 전도의 비유가 와 닿는군요.

"김대리가 갑이되고 박사장 자신이 을이 되는 상황을 
흔쾌히 받아들인 사람이 잡스", 노짱, 브란트,.......... 비세모... 

내가 사회 맹꽁이면 구조론에 을로 들어가는 것도 당연이치...
티끌만한 권력을 가진자라도 그 전복의 받아들임엔 인류 고양 에너지가 작동함을 알아야 함. 

이 전복의 받아들임은 겸손하고, 마이너스할 수 있는 인류가 있는 곳에서 가능한 일.
쏘크라테스가 역설로 인간의 싸대기를 친 일이 아직도 유효하게 진행중. 
공무원 늘어야 하지만 전복이 두렵고 무지한 조직원들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님.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3.09 (21:59:40)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앎과 모름, 지와 무지의 구분을

단순히 머리 속에 저장해 둔 정보의 질과 양이 아니라

세계와 나의 관계에서 자신의 포지션을 

정보가 오가는 네거리에 두는가 아니면

정보가 막힌 막다른 골목에 서는가로 구분한 겁니다.

독단적인 포지션에 서면 아는게 박사라도 무지이며

소통하는 포지션에 서면 아는게 없어도 박사라는 겁니다.

많이 알 필요는 없고 앎 안에 머물러 있는게 중요합니다. 

지식은 위키백과에 있으면 그만이고 

그걸 구태여 자기 머리 안에 저장해 둘 필요는 없으며 

중요한건 위키백과를 검색할 줄 아는 거죠. 

근데 대부분 그렇게 안 하고 자기 머리속에 두며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분야로 자기 영역을 한정시킵니다.

나이가 들수록, 돈이 많을수록 그러합니다. 

구태여 고개숙이지 않아도 먹고살만하니깐.

왕도 이발사 앞에서는 부동자세로 

이발사의 명령을 따라야 수염을 깎을 수 있습니다.


박정희는 절대 그럴수 없다 하고 

본인이 직접 면도했지만 그건 꼴통증세.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4.03.09 (22:28:27)

"독단적인 포지션에 서면 아는게 박사라도 무지이며

소통하는 포지션에 서면 아는게 없어도 박사라는 겁니다."


어렴풋이 느끼는 바를 일목요연하게 다 보여주시니 감사합니다.

개인에서부터 우주에까지 확장되는 진리라 생각됩니다.


이런 소통의 포지션을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일수록 보기 힘든 세월이 아닌가 해서요...

기냥 '알고보니 갸들 잘못이 크고 몰라본 나는 말할 자격도 없다' 하고  

밑에사람 하나 불러 하야 재선거 백의 종군...절차 알아보라고 하면 끝날 일을 가지고... 

세상을 역성혁명으로만 아나보오.


아차 김대리가 갑이 될 수 없는 나라에서 또 궨한 실언이구료. 갈 길이 먼데

한길이 천길이가 되고, 철수가 안철수가 되길 바랄뿐...

288만명 흔쾌이 참가하는 1유로 경선이 기다릴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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