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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380 vote 1 2014.02.12 (00:00:11)

 

    창의하는 방법 스무고개


    완전성으로 출발하라
    어미의 자궁을 거치지 않고 태어나는 아기는 없다. 모든 창의는 궁극적으로 자연의 완전성을 표절한다. 남의 성과를 베끼면 표절이지만, 자연의 본래를 복제하면 창의가 된다. 인간의 작위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자연의 본 모습을 포착하게 하는 완전성의 세계관이 필요하다.


    가슴으로 창의하라
    진정한 창의는 머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다. 인간이 자연을 칼질하여 쪼개놓고 부분씩 따오는 바람에, 자연의 본 모습은 왜곡되고 감추어졌다. 무엇보다 자연의 완전성과 감응하는 민감한 센스가 필요하다. 자연과의 교감에 필요한 것은 차가운 지식이 아니라 내면의 뜨거운 에너지다.


    에너지로 연주하라
    자연은 원본을 가지고 인간은 복제본을 가진다. 원본과 복제본과 차이는 에너지를 태울 수 있느냐다. 진정한 창의는 형태를 변조하는 것이 아니라 원형을 보존하면서 에너지를 태워 연주하는 것이다. 연주가 끝나도 악기는 그대로듯이 원형을 건드리지 않고 가치를 얻어내야 창의다.


    시간으로 풀어가라
    그림이 공간의 예술이라면 음악은 시간의 예술이다. 에너지의 연주는 시간성으로 나타난다. 창의는 공간의 조직으로 부족하고 거기에 시간의 변주를 보태는 것이어야 한다. 공간의 조직을 날줄로 삼아 일을 벌이고, 시간의 일치를 씨줄로 삼아 수습하는 형태로 창작의 베를 짜야 한다.


    대칭을 활용하라
    창의는 공간에서 전후, 좌우, 상하, 내외, 원근으로 대칭시켜 판을 벌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선과 악의 대칭이든, 남자와 여자의 대칭이든, 음과 양의 대칭이든, 진보와 보수의 대칭이든 일단 피아를 구분하는 공간의 대칭으로 자리를 깐다. 이는 모든 창의가 반드시 거치는 관문이다.


    딜레마를 타개하라
    공간의 판벌리기는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는 딜레마를 만나게 된다. 이를 타개하는 것이 창의성의 핵심이다. 공간은 플러스고 시간은 마이너스다. 공간으로 벌리면 2, 4, 8, 16의 기하급수로 증가하여 수습할 수 없으나 시간은 제한이 있으므로 딜레마는 타개되고 사건은 종결된다.


    추상화로 창의하라
    딜레마의 타개는 상부구조로의 도약으로 가능하다. 상부구조로 올라서려면 대칭된 둘 사이에서 합의되는 공통요소를 뽑아야 한다. 그것이 추상이다. 이때 얻어지는 공통요소는 관계다. 에너지를 가두는 관계의 장場을 설정하는 것이 대칭을 타개하는 비대칭으로의 도약이다.


    닫힌계를 설정하라
    남자와 여자든, 진보와 보수든, 선과 악이든 대칭의 교착을 타개하려면 상부구조로 올라서서 더 큰 단위의 의사결정구조를 찾아야 한다. 대립한 둘을 닫혀 있는 한 공간에 가둬놓고 스트레스를 가하면 둘의 관계가 드러나며 그 관계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방해자를 제거하라
    닫힌계 안에서 둘의 관계를 가로막는 방해자를 제거하여 둘의 일치를 끌어내는 형태로 사건은 종결된다. 성춘향과 이몽룡 사이에서 방해자인 변학도를 제거하는 식이다. 이때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 방향으로 계속 가면 자연히 예술은 미니멀리즘이 된다.


    거리변화로 창의하라
    어떤 대상을 주물러 창의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1이면, 둘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여 창의할 수 있는 영역은 그 다섯배다. 둘을 대칭시킨 다음 둘 사이의 공간적 거리를 조절하여 창의할 수 있다. 부부라는 거리를 조절하여 새로운 관계를 창의했던 우디 알렌과 미아 패로의 예가 있다.


    공空으로 창의하라
    창의는 다르게 하는 것이나 색깔로 다르게 하려면 경우의 수가 적청황흑백 다섯 밖에 없지만, 둘 사이의 관계를 다르게 하면 자동차의 무단변속기와 같아서 무한대의 경우의 수가 나와준다. 라디오 안테나가 간격조절로 많은 주파수를 담아내듯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나와준다.


    팀플레이로 창의하라
    둘 사이의 거리를 조절하는 안테나 방식의 창의는 팀플레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경쟁이 아닌 협력의 관점을 얻어야 한다. 이때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의 지휘에 따라 팀 안에서 기존의 있는 포지션을 조합하여 새로운 포지션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창의할 수 있다.


    캐릭터로 창의하라
    팀플레이로 가려면 포지션 간의 협력이 중요하다. 협력하려면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포지션을 나타내는 캐릭터는 복합적인 인물 캐릭터라야 한다. 한 인물 안에 선과 악, 강과 약, 진과 위, 미와 추, 성과 속의 이중성을 갖추고 있다가 상황에 맞게 풀어내야 한다.


    진보로 나아가라
    팀플레이로 포지션 간에 손발을 맞추려면 전체가 한 방향으로 전개해야 한다. 나무가 한 방향으로 자라므로 가지들끼리 충돌하지 않는 것과 같다. 무리가 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멈춰서면 뒤죽박죽으로 꼬여서 잡탕이 된다. 조직은 더 이상의 진보와 성장이 멈출 때 죽는다.


    방향성을 찾아라
    지속적인 진보를 담보하려면 첫 출발점을 잘 찍어야 한다. 어중간하게 중간에서 시작하면 양쪽에서 협공을 당하므로 곤란해진다. 애초에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멀리보고, 가장 원대한 계획을 품고 시작해야 한다. 원론에서 시작하고, 철학으로 시작해야 한다. 기초가 강해야 한다.


    반복하지 말라
    창의하기에 실패하는 이유는 반복되는 것에서 답을 찾기 때문이다. 첫 키스, 첫 사랑, 첫 결혼, 첫 입학, 첫 취업처럼 반복되지 않는 것에 창의할 수 있는 상부구조가 있다. 반복되는 업무는 선배가 도와주고 조직이 밀어주므로 창의보다 표절과 모방이 더 많은 가치를 실현한다.


    모형으로 사유하라
    사건의 원인측에 서야 창의할 수 있다. 결과측에서 다 이루어진 타인의 성과를 복제하면 표절이 된다. 반면 원형을 복제하면 창의가 된다. 스티브 잡스를 따라하면 표절이지만 스티브 잡스의 출발점인 미니멀리즘을 공유하면 창의다. 모형적인 사유로 타인과 출발점을 공유할 수 있다.


    창의성의 스무고개
    창의는 완전성≫완전성은 가슴≫가슴은 에너지≫에너지는 시간성≫공간성은 대칭성≫대칭성은 딜레마≫딜레마는 추상화≫추상화는 상부구조≫상부구조는 방해자의 제거≫방해자의 제거는 관계의 거리조절≫관계는 공≫공은 팀플레이≫팀플레이는 캐릭터≫캐릭터의 팀플레이는 진보≫진보는 방향성≫방향성은 비반복성≫비반복성은 모형적 사고로 얻어진다.


    위대한 천재의 창의한 결과물을 베끼지 말고 진보진영의 팀플레이 안에서 출발점을 공유해야 한다. 진리와 역사와 자연과 신과 출발점을 공유할 때 진정한 창의는 얻어진다. 그 출발점에 무엇이 있는가? 완전성의 모형이 있다. 바로 그것을 챙겨야 한다. 한 번 쓰러졌던 스티브 잡스는 픽사의 예술가들과 다시 시작했다. 그들이 시작한 곳에서 당신도 시작하라.


   


[레벨:10]다원이

2014.02.12 (01:04:53)

감동합니다 !!
[레벨:5]하루

2014.02.12 (11:31:30)

시간으로 풀어가라는 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시간에 관한 얘기는 많이 하셨는데 제가 잘 이해를 못해서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12 (11:44:09)

공간은 큰 것을 말하고 시간은 일치를 말합니다. 

큰 것을 자랑하면 항상 더 큰게 있기 때문에 사건이 종결되지 않아요.


그래서 작가가 어떻게 결말을 지어야 할지 모르는 겁니다. 

일치를 추구하면 쉽게 결말을 낼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이야기를 끝맺는 지점에서 

주인공 남녀는 같은 날자에 같은 장소에 있어야 합니다.


공간으로 가면 다른 공간으로 가서 헤어질 확률이 높아지므로 

어떤 시간제한을 가하여 둘을 만나게 하고 이야기를 끝내는 거죠.


시간을 잘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화라면 폭발물이 몇 분에 터진다든가 시간제한 수법을 많이 씁니다. 


공간의 설계도 중요하지만 공간은 판을 벌리는 거고

시간의 설계로 판을 수습하는 것입니다. 


상투적인 수법으로 여주인공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시간제한을 걸곤 하지요. 


광복절 특사.. 시간 안에 되돌아가야 한다.

7번방 선물.. 사형집행 날자가 다가오고 있다.


보통은 주인공이 세고 악당은 멍청한데 이건 공간의 조직입니다.

주인공은 일치, 악당은 불일치로 몰고 가야 합니다. 


[레벨:5]하루

2014.02.12 (12:31:12)

감사합니다.


어렴풋이 알것 같기는 한데

아직까지는 명확하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좀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12 (14:15:57)

조금 바꿨습니다.


공간으로 가면 뭔가 잔뜩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으로 가면 미니멀리즘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으로 가면 

키스를 한다.. 둘의 일치.. 두 입술 사이에 암것도 없어야 함

악수를 한다.. 마찬가지

하이파이브를 한다.. 마찬가지


어떤 둘의 일치로 가면 무조건 심플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건 굳이 설명이 필요한게 아닌데.


8888.JPG 887.jpg


공간으로 가면 뭔가 잔뜩 많아집니다.


sfe.jpg


시간으로 가면 어떤 둘의 일치를 드러내야 하므로 많아질 수 없죠.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12 (14:25:33)

14 - 1.jpg


99777.jpg


요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하루에 한 번 밖에 없습니다.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거죠.


하필 그때 갈매기가 날아가 버리면 꽝이죠.

갈매기를 잡아다 본드로 붙여놓을 수도 없고.


어떤 일치를 드러내려면 배경은 최대한 단순화 되어야 합니다.

필연적으로 미니멀리즘이라는 거죠.

첨부
[레벨:5]하루

2014.02.12 (14:42:14)

감사합니다.


일치에 의한 미니멀리즘... 

 이해했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02.12 (14:53:59)

시간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그렇다고 시계를 들여다보면 안 되고

뇌가 판단하는 시간을 말하는 것입니다. 

현대의 디자인은 뇌가 1초 만에 판단할 수 있게 돕습니다.

눈에 확 들어온다는 거죠.


이게 지나쳐서 순간노출 전략을 쓰는 여배우들이 많아진게 탈이라면 탈.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상우

2014.02.12 (14:36:22)

각종 창의기술 많이 봤지만, 다 허당.

어설픈 브레인스토밍으로 중구난방 되거나 전파되지 않는 1회용 발명 하기에 그쳐서 대략 실패.

 

1분안에 모형으로 상대방에게 진짜임을 보여주지 못하면 소용이 없음.

 

그러면 그 모형 만드는데 몇년, 검증하는데 몇년, 전파하는데 몇년 도합 10년.

그런데 생각해보면 모형에 대한 컨셉이 만들어지는 순간이 진짜.

그리고 그 진짜를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날카로움과 우직함이 있어야 완전의 끝장을 보여줄 수 있다.

 

올한해 일년 학교 생활의 컨셉을 모형으로 만들어서 돌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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