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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689 vote 2 2014.02.03 (19:51:21)

 


    예쁜 부인을 얻은 사람과 많은 돈을 번 사람이 있다면 누가 더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을까? 그것은 상대적이다. 각자가 느끼는 행복감은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위치에서 눈치 보지않고 독립적인 판단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계속해 가는 것이다.


    결과는 신경쓸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혹여나 세상이 알아주지 않을까 걱정하며 가시적인 결과를 신경쓴다. 성적표를 내밀며 구태여 입증하려 든다. 내 위치에서 떳떳한 의사결정을 했다면 나 한 사람의 몫은 해낸 셈이며, 그 다음은 세상의 알아서 할 몫이다.


    세상이라는 팀 안에서 팀플레이가 중요하다. 최후에 우승컵을 누가 들던 상관없다. 인류팀 안에서 제 몫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다. 그럴 때 결과에 상관없이 인류는 승자가 된다. 세상 앞에서 떳떳해진다. 자부심을 얻는 것으로 충분하다. 이기는 팀에 드는 것이 중요하다.


    승자냐 패자냐는 시합에 따라 상대적나 이기는 팀은 끝까지 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를 실천하지 못한다. 불안해 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못하고 자신이 소속된 의사결정그룹을 확인하려고 한다. 경덕왕의 귀를 본 복두장이처럼 반드시 외부세계를 끌어들이고 만다. ‘동네방네 사람들아 이내말씀 들어보소!’ 하고 목놓아 외친다.


    우디 알렌에 대한 미아 패로의 복수가 그렇다. 미아 패로도 처음에는 이성적으로 대응하려고 했다. 우디 알렌의 사죄를 받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 그러나 홧병이 나서 참지 못했다. 홧병이 한국에만 있는 병이 아니었던 것이다.


    세상에 폭로하기로 결정을 바꿨고, 1992년 한 해 동안 미국사회는 이 문제로 토론을 벌였다. 1994년의 OJ 심슨사건과 쌍벽을 이루는 일대소동이 일어났다. 신라의 복두장이와 비슷하다. 입이 근질거렸던 거다. 그 결과로 미아 패로는 우디 알렌에게 순이 프레빈을 뺏겼다.


    의회에 청원하여 미국의 법을 바꿔가면서 겨우 데려온 순이 프레빈인데 말이다. 왜 그랬을까? 독립적 인격이 없는 사람은 주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자기문제에 외부인을 끌어들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어코 몸살이 난다. 몸이 아파오는 데는 버틸 재간이 없다. 기어코 사고를 친다.


    미아 패로의 고발은 인류를 위해 유익한 행동이지만 이후 20년간 자기 자신을 옭아매는 사슬이 되었다. 그는 아직도 우디 알렌과 싸우고 있다. 반면 우디 알렌과 순이 프레빈은 그들을 감시하는 무수한 시선들에 의해 끈끈한 동지의식으로 묶여버렸다.


    미아 패로가 마피아와 연계된 첫 남편 프랭크 시나트라를 버리고 우디 알렌을 선택한 것은 그의 지성적 면모에 끌렸기 때문이다. 역겨운 우파에서 발랄한 좌파로 옮겨가려 했던 것이다. 그는 빛나는 지성의 세계로 들어가려 했으나, 우디 알렌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아 본래의 세계로 되돌아와 버렸다. 반면 우디 알렌과 순이 프레빈은 큰 잘못을 저질렀으나 중요한 순간에는 쿨하게 지성적인 태도를 지켰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의식의 명령에 쫓겨 분을 삭이지 못하고, 합리적인 판단이나 이성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 그 자체를 절절하게 인식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옳은 결정을 해놓고도 홧병이 나서 자신의 선택을 뒤집기가 다반사다. 세상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프랭크 시나트라만 해도 원래는 루즈벨트 대통령을 지지한 진보였다. 갑자기 레이건 추종자로 돌변해 버렸다. 지식인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견디지 못하고 본능을 따라간 거다. 처음 진보에 가담한 것은 이성적인 판단 때문이고, 나중 변절한 것은 우울증 때문이다. 다들 그렇게 변절한다. 텅 빈 멍리로 잘난척 하는 진보 애들과 장단을 맞추려니 절로 주눅이 든다. 교만으로 응수한다.


    지성에 의해 단련되지 않으면, 상부구조에 의해 마음이 조종되므로 중요한 순간에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못한다. 대개 자신이 소속된 의사결정그룹을 분명하게 확인하려고 하여 주변의 눈치를 보거나 혹은 외부인을 끌어들여 일대소동을 벌인다.


    G20 회의에서 오바마가 개최국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질문 기회를 주었음에도 질문하지 못한 한국의 기자들처럼 말이다. 보이지 않는 망령에 붙잡힌 것처럼 그들은 현장에서 얼이 빠져 있었다. 그들의 무의식이, ‘70억 인류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넌 절대 나서지 마!’ 하고 억눌렀던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앞이라면 잘도 질문했을 그들이 말이다.


    인류라는 큰 팀에 소속되어 역사의 큰 길을 함께 간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만이 무의식에 휘둘리지 않고 그 상황에 냉철하게 대응할 수 있다. 홧병 앓지 않고 쿨하게 떠날 수 있다. 뒤돌아보지 않고 제 길을 갈 수 있다.


    그 소속이 불분명한 사람이 찌질하게 외부인을 끌어들여 문제를 복잡하게 만든다. 세상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며 변절하는 비겁함을 보인다. 자기 팀을 찾지 못한 사람이 ‘나 여기 있어. 나 아직 안죽었어!’ 하고 텅 빈 골목에서 외친다.


    명절이 되면 집집마다 싸움이 벌어져서 귀성행렬이 끝나자마자 이혼법정에 줄을 선다. 인류라는 큰 팀에 소속되지 못한 사람이, 가족이라는 작은 팀 안에서 자기 소속을 확인하려고 마찰을 일으킨다. 누가 형이고 아우이며, 누가 시누이고 올케이며를 구태여 따진다.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못하므로 더 높은 층위에서의 의사결정 단위를 찾는다.


    소동을 일으켜서 메아리가 미치는 한계가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의사결정 단위다. 모든 미국인이 그 문제로 한 마디씩 의견을 낸다면 그 사건은 미국단위 사건이 된다. 대부분 거기에 꼬인다. 어쨌든 변희재와 강용석의 찌질이 행각은 모든 한국인이 한 마디씩 하도록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자신을 주체적인 인간으로 파악하지 않고,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부정한다. 이기는 팀에 들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분야든 자기 길을 가야 한다. 끝까지 간 사람은 결과와 상관없이 사회적인 발언권을 얻는다. 그것은 양심의 발언권이다. 어디서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사랑이든, 돈이든, 정치든 상관없다.


    끝까지 간다면 길 끝에서 완전성을 만난다. 그럴 때 세상 안에서 그대는 독립적인 자기 지위를 얻는다. 독립적인 의사결정의 단위로 기능한다. 호연지기를 얻는다. 쿨한 마음을 얻는다. 그렇게 완전성을 얻은 그대가 불완전한 세상과 대면할 때의 모순에서 얻어지는 에너지 낙차가 세상을 향한 그대의 발언권이다.


    인생에서 얻을 것은 그 뿐이다. 반대로 끝까지 가지 않고 길 가운데서 어중간하게 세상의 눈치를 본다면? 세상의 모든 정보와 에너지와 사건들이 그대를 비켜간다. 설사 많은 돈을 가졌어도, 설사 높은 명성을 얻었어도, 세상 앞에서 그대의 포즈는 불안하고 어색하다. 동료의 패스는 그대를 향해 날아오지 않는다. 그럴수록 그대는 찌질해진다.


    이기는 팀에 들어야 한다. 의사결정을 쉬지 않아야 한다. 의미있는 데이터를 생산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탈춤

2014.02.04 (00:00:19)

그렇군요.

아프게 새겨야 할 글입니다.

구조론 회원 모두  포기하지말고 끝까지 함 가보십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4.02.04 (04:41:06)

구조의 언어 - 에너지 낙차를 구하라...

끝까지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다... 

호연지기를 얻을 수 있느냐다...

세상의 정보와 에너지와 사건들을 만나냐다...

사물 입자의 세계관이냐 완전성의 세계관이냐다...

소승의 그릇이냐 대승의 그릇이냐 

그게 문제로다.

인류라는 큰 팀을 의식하고,

역사를 배우려는 최소의지만 있어도

존재의미는 있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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