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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아란도
read 3047 vote 0 2013.12.26 (05:10:45)






<영화, 변호인을 말하다>

시대의 슬픔과 갈등과 한계와 왜곡과 참을 수 없는 비열함과 저열함들...
영화<변호인>은 그것에 대해 얘기 하고 있었다.
혹자는 희망을 얘기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희망 이전에 삶이 있었고 슬픔이 있었다.
희망은 마지막 순간에 날아 오르리라...라는 메세지와 함께.

돼지국밥집을 하는 어머니와 대학생 아들과 변호사들과 판사와 기자와 군부독재집단

이 등장인물들의 나열 순서가 그대로 영화에서는 시대의 계층을 보여주고 있다. 군부독재집단이 꼭지점을 형성하는 사회는 수직적일 수 밖에 없다. 영화는 이 부분을 극적으로 드러내어 가슴이 저며지도록 압축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국밥집 아주머니가 반말로 아들처럼 조카처럼 대하던 송변에게 자신의 아들이 행방불명되자 ' 야~야, 니~ ' 하던 수평적 관계가 ' 변호사님 우리 아들 좀 찾아주이소... ' 라는 호칭으로 변하는 그 순간, 국밥집 아주머니는 한없이 작아지고 변호사라는 직함은 한없이 커진다. 이때 송변의 표정은 이게 뭔가... 왜 갑자기 상황이 이리 되었지...하는 표정이다.

이 한컷이 영화의 모든 것을 집약하고 있다고 여겨졌다. 극도의 숨막히는 수직적 사회에서 수평의 관계를 유지하던 관계가 수직으로 변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송변의 깨달음이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수직적 사회에 송변이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송변은 중간자이다. 수직과 수평을 잇는 그 축에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직과 수평이 만날때 일어나는 관계의 비참함을 알아버린 것이다. 늘 같은 변호사들과도 부딪히던 바로 그 문제...그 부조리를 깨달아 버린 것이다. 돼지국밥집 어주머니는 우리나라 다수의 자화상이다. 그 모든 자화상들은 자신들의 자식을 중간자로 이동시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건다. 그러나 그 중간자로 이동하기 전에 차단되면 사회는 어김없이 수직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송변은 그것을 본 것이다. 송변이 이런 사회의 두 얼굴을 느끼지 못했다면 그는 끝까지 갈 수 없었을 것이다.

송변이 끝까지 갈 수 밖에 없었던 수직과 수평의 구조에서, 송변이 수직구조의 질식함과 잔인함과 비열함에 대해 깨닫지 못했다면 아마도 역사는 또 다시 쓰여져야 할지도 모른다. 영화는 그 구조의 잔인함을 보여주므로 인해서 반전을 이룬다. 등장인물들의 반전은 곧 시대의 반전을 이루고 역사의 반전으로 올라선다. 사건은 그렇게 새롭게 다시 시작되었다.

송변이 박종철 열사 추도식에서 진압 하려는 진압군에 맞서 항거 하다가 재판을 받게 되었을때, 영화는 중간자들의 역할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 다시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중간자들이 가족이나 자기 자신을 위해서 피나는 노력과 환경과 싸워 그 자리 혹은 직업 혹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위치가 되었을때, 그 자신들이 갖는 혜택을 다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포지션에서 조금만 더 공정하고 조금만 더 정의롭고 조금만 더 수평을 이루려고 움직일때 기적이 일어난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송변을 위해 변론을 신청한 부산지역 변호사들의 이름이 판사를 통해 불려질때, 송변은 그때 구원을 받았다. 함께할 친구들과 동료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 자신이 속해있던 세계의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것은 서막이었다. 너무나 깊게 뿌리박힌 군부독재집단이 지배하는 왜곡된 수직구도의 사회에서 수평사회로의 이동을 향한 신호탄이기도 했다.

송변이 자신이 그동안 수직 사회로의 이동을 꿈꿔왔다는 것에 대해 자각을 하는 시점과 송변이 자신이 꿈꾸고 갈망하는 사회는 수평적인 사회이자 수평적인 관계라는 것을 느끼는 시점은 동시성을 가지고 한 자리에서 만났다. 송변에게 이러한 자각과 동시에 일어난 깨달음이 없었다면 그에게는 낙차가 발생하지 않아서 평생을 걸만한 에너지는 생겨날수 없었다고 여긴다.

대한민국 다수의 자화상이 처해 있는 상황과 중간자로서의 갈등 그리고 중간자로서의 책임과 위치와 힘을 각성한 송변은 철저하게 그 힘과 위치와 책임을 실행해 나간다. 그 자리에서 할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자가 행위로서 몸을 일으킨 것이다. 이쪽과 저쪽을 잇는 가교가 아니라 아예 새롭게 세상을 재구성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의 길이었다.
인간 노무현이 꿈꾸던 세상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그 역시 역사에 희생되었다.
그리고 기록된다.
한 인간이 자각하고 각성하여 깨달으면 길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 길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수직과 수평의 대립이 아니라 왜곡된 수직이 아직 여물지도 못한 수평의 세계를 억압하고 압박하는 시대에서 그는 그렇게 시대앞에 문득 서 버리게 된 것이다.

* 그리고 경감 차동영...법정에서 걸어 나갈때... 차동영의 두꺼운 목이 보일때...일본도가 있다면 목을 댕강 쳐버리고 싶었다.... 이 말은 차동영 역을 맡은 배우 곽도원이 그만큼 배역을 충실하게 잘 소화해 냈다는 의미가 된다. 배우로서 변호인의 차동영 역할 맡는다는게 쉽지 않았을것 같다. 배우 송강호가 송우석 변호사 역할을 맡는 것 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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