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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964 vote 0 2013.10.31 (16:39:36)


    홍상수식 개그


    한때 위기라던 개콘이 살아났다. 잼있는 점은 최근에 미녀개그맨이 많아졌다는 거다. 미녀와 개그는 어울리지 않는다. 웃기는 공식은 멍청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똑똑이가 꾸짖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개그는 심형래같은 멍청이 캐릭터와 엄용수같은 똑똑이 캐릭터를 대칭시키되 중간에서 전유성 같은 싱겁이 캐릭터가 균형을 잡는 식이다. 어떤 개그이든 멍똑싱 3위일체 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개콘의 두근두근, 편하게 있어, 남자가 필요없는 이유, 놈놈놈은 상투적인 멍똑대칭이 깨졌다. 김병만이 멍청이짓을 하면 똑똑이 류담이 때리고, 싱겁이 노우진이 거드는 전통적인 구조가 아니다.


    ‘황해’만 해도 멍청이 정창민의 헛수작, 똑똑이 이수지의 꾸지람에 싱겁이 이상구의 상황정리로 가며 전통적인 포맷을 따르는데 말이다. 그러나 어떤 개그이든 대칭과 비대칭의 본질은 넘어설 수 없다.


    나는 개콘 트렌드의 배후에 홍상수가 있다고 본다. 인간관계의 어색함을 파고드는 홍상수식 개그가 영화로는 재미를 못 봤지만, 코미디로 옮겨간 것이다. 생활의 발견은 실패지만 다양하게 진화했다.


    ‘두근두근’이나 ‘편하게 있어’ 등은 더 세게 나간 생활의 발견이다. 그러면서 미녀개그맨의 활동공간이 넓어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홍상수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홍상수영화는 딱 한 편만 봐도 된다.


    다른 모든 영화는 그의 전작의 복제요 자기표절이다. 왜인가? 영화는 시각효과로 승부해야 한다. 홍상수 영화에는 이렇다 할 시각효과가 없다. 홍상수영화가 불쾌한 이유는 그 넘의 선배타령 때문이다.


    도대체 왜 선배라는게 있냐고? 빌어먹을. 영화 뿐 아니라 TV에서 탤런트들이 선배타령, 형님타령 하면 짜증난다. 방송에서 사적관계를 내세우면 안 된다. 선배대접 받다가 망가진 개그맨이 이경규다.


    선배코드로 이윤석 갈구며 웃겨볼려고 했는데 공공의 적이 된 것이다. 심지어 아빠 어디가는 8살 꼬맹이들도 형동생을 따지고 있다. 그냥 동무지 무슨 형이냐고? 방송에서 민국이형 이러면 안된다.


    중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냥 이름 부르는 거다. 하여간 홍상수 영화의 본질은 선후배관계이며 이것이 영화를 망해먹은 이유다. 근데 또 그게 없으면 영화를 못 찍는 양반이 홍상수다. 꼬인 팔자다.


    대한민국은 선배가 끌어주고 후배가 밀어주는 수직사회에서 각개약진하는 수평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인간관계의 어색함이 늘어난 만큼, 어색함을 극복하는 스킬도 늘어났다. 그래서 개콘이 뜬다.


    선배가 있었던 자리를 빠르게 미녀가 잠식한다. 무엇인가? 선배는 권력자다. 홍상수영화의 주인공은 권력자 선배에게 당당하게 맞서지 못하고 빌빌거린다. 근데 이제는 상전이 벽해되어 미녀가 권력자다.(미남도 간간이)


    선배권력 이경규는 몰락하고 미녀권력 신보라가 그 빈 자리를 꿰찬 것이다. 어쨌든 선배권력 홍상수영화는 몰락하고 미녀권력 개콘은 뜬 것이다. 인간관계의 어색함을 극복하게 하는 것은 예의범절이다.


    예의범절은 개수작이고 한 마디로 선배권력이다. 예의범절 좋아하네. 빌어먹을! 어쨌든 예의범절이 있고 선배권력이 있어야 후배들은 어색함을 피하여 적당히 눈치보고 자리잡는다. 이윤석도 불만없다.


    앞에서 말한 멍똑싱 삼위일체 구조는 선배권력과 후배아부의 대칭구도가 축과 날개로 구조론의 시소를 이룬 것이다. 이 구조는 도둑과 경찰의 대칭구도로 흔히 변주된다. 근데 귀막힌 경찰서는 다르다.


    요즘 유행하는 개콘의 트렌드는 도둑과 경찰, 선배와 후배, 강자와 약자, 뚱보와 홀쭉이, 멍청이와 똑똑이의 수직적 대칭구조를 남녀사이의 수평적 구도로 바꾼 것이다. 그 결과는? 매우 어색해졌다.


    어색하면 코미디가 안 된다. 관객을 불편하게 할 뿐. 개콘 생활의 발견도 그닥 웃기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는 싱겁이캐릭터가 발전해야 곤란한 교착이 타개된다. 주로 여장남자 개그맨이 싱겁이를 한다.


    뿜 엔터테인먼트에서 김준호가 마지막에 등장하는 이유도 싱겁이가 상황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기 때문이다. 달인에서 노우진은 김병만의 행동을 재연한다. 싱겁이의 패러디가 상황종결의 테크닉이다.


    김기덕의 풍산개는 한반도의 넓은 공간에서 일어난 일을 지하실의 좁은 공간에서 재현한다. 주유소 습격사건은 모든 인물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폭파한다. 시간구조를 공간구조로 전환하며 극을 끝낸다.


    사건은 시간 속에서 일어난다. 이를 공간에서 교착시키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끝낼 수 있다. 말하자면 기승전결로 가는 시간구조를 기승전병의 공간구조로 전환하는 기술이 개발된게 개콘이 뜨는 이유다.


    삶의 많은 지점들에서 우리는 어색함과 부딪힌다. 어색함을 피하는 방법은 재빨리 선후배 공식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선배 뒤에 딱 숨어 있으면 저절로 정리된다. 이 얼마나 좋은가? 이경규 망했다.


    어색함을 정면으로 노출시켜야 한다. 개콘이 살아난 이유는 선후배의 도피로를 깨버렸기 때문이다. 고전적 선배권력을 미녀권력, 미남권력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어색한 장면에서 도망가지 않았다.


    싱겁이캐릭터가 여장하고 패러디하는 방법으로 물타기했기 때문이다. 시간구조를 공간구조로 타파했기 때문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은 어색하다. 남대문 처마밑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디자인은 어색함을 포착하고 거기에 정면으로 도전해야 한다. 무량수전을 본 반응은 세가지로 나눠진다. 첫째 ‘볼 것이 없구만. 속았잖아’ 하는 솔직한 반응. 둘째 모르면서 격찬하는 억지 감탄사!


    셋째 어색함에서 어떤 섬뜩함을 느끼는 반응.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는 섬뜩한 느낌을 준다. 섬뜩한 느낌을 느껴야 진짜다. 등골이 서늘해지지 않으면 보지 못한 것이다. 그대는 무엇을 보았는가?


    류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속아서 ‘좋잖아!’를 연발하지만 어색하다. 그 장면이야말로 개콘에서 다루어져야 할 이상한 장면이다. 솔직히 부석사 무량수전이 뭐가 좋냐고? 좋은게 없어서 좋은거다.


    나무와 나무를 조립하여 집을 만들면 많은 지점들에서 문제점이 노출된다. 부석사 무량수전은 그 문제점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어색한 구조이고 어색해서 진짜다. 남대문은 온갖 떡칠로 물탔다.


    남대문 처마밑은 단단하고 웅장하고 화려하다. 늙은 아줌마의 떡칠화장과 같다. 그래서 아닌 것이다. 화장하지 않은 소녀의 민낯을 부석사 무량수전은 보여준다. 많은 고민과 쓸쓸함과 어설픔을.


   12345.JPG


    기승전병에서 병은 기승전결의 시간적 전개를 공간구조로 전환하는 패러디. 



    P.S. 

    할 말은 많지만 사실은 개콘을 많이 안 봐서 다 풀어놓기엔 버겁소. 나머지 이야기는 좀 더 보고. 


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배태현배태현

2013.10.31 (18:17:52)

이경규씨 한두해전에 어떤 인터뷰에서 이런말을 한적있죠.

"내나이 70정도되면 제대로 된 코미디 할 수 있을 것 같다. 죽을때 다됬으니 정치인도 까고 내키는데로 막할 수

있을거 아니냐" 뭐 농반진반 웃길려고 한말인지 모르겠으나, 평생 그냥 조용히 세상일에는 모르쇠로 편안히 살다가

코미디가 추구해야될 가치중 하나인 풍자에 발은 한번 담궈보고 가겠다는 심보가 아닐런지.

70되면 더 쫄아서 아마 발도 못담글듯.

하여 이경규는 2류에서 벗어나질 못하는것 같습니다.

김형곤,최양락,주병진들보다 주류방송에서의 수명은 길진 몰라도 안쳐주죠.

[레벨:4]라쿤

2013.11.02 (11:04:08)

말씀처럼 곰곰히 생각해보니 무량수전은 도량이라는 기능에 매우 충실한 건물이네요.

사실 화사한 단청이 칠해진 고래등 같은 기와 지붕 아래서 도를 깨닫기는 어렵죠.

때되면 한번씩 기와 새로 얹어야지 칠 다시 해야지, 그러려면 시주 많이 받아야지... 

신경 쓸 게 많아서 도 닦을 겨를이 없을 것 같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3.11.04 (11:09:52)

무량수전 처마밑의 '어색'함 설명을 보면서 '공즉어색'이란 문구를 떠올립니다.

질문 하나 들이는 것은 "기승전결로 가는 시간구조를 기승전병의 공간구조로 전환하는 기술"이라는 설명에서
기승 전병의 '병'이란 말이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아 좀 더 설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11.04 (11:18:21)

기승전결 구조는 인과법칙에 따라서

어떤 문제를 제시하고 그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제거하는 구조입니다.

 

쉬운 예로 의사가 수술로 암을 제거하는 것과 같죠.

'문제발생-> 원인제거-> 문제해결'의 단선구조입니다.

 

근데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자는 보나마나 나쁜 넘이고

대개 주인공이 나쁜 넘을 죽이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형식이죠.

 

이 경우 항상 나쁜 넘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고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나쁜 넘에게 끌려간다는 딜렘마가 있습니다.

 

나쁜 넘이 주인공보다 더 시크하고 매력적이죠.

왜냐하면 세상에 나쁜 넘이란 나쁜 넘은 옛날 작가들이 다 해먹었기 때문에

 

표절을 하지 않으려면 새로운 나쁜 넘을 발굴해야 하고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나쁜 넘은 창의적인 인간일 수 밖에 없는 거죠.

 

그러므로 스티브 잡스 같은 해적들이 악역으로 나오게 된다는 딜렘마.

슈퍼맨이나 배트맨에 등장하는 악당이야말로 천재적인 영웅이고 주인공은 찌질하기 짝이 없고.

 

악역이 나쁘다고 일방적으로 선언되었을 뿐 전혀 합리성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런 기발한 범죄를 생각해낸 천재가 왜 나쁜 짓을 하죠?

 

그 재주로 벤처기업을 창업하면 대박인데.

이제 기승전결 구조는 더 이상 이야기를 생성할 수 없습니다.

 

기승전병은 근대적인 이야기 구조인데 주로 단편소설에 적용됩니다.

대표적인 예가 막판에 반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반전은 독자들에게 쾌감을 주는 이야기 장치일 뿐

이야기 그 자체의 어떤 내적 합리성과는 무관합니다.

 

단지 재미를 위하여 독자를 속였을 뿐

그것이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합리적인 방법은 아니라는 거죠.

 

장편소설은 보통 주인공이 활약하여 악당을 죽이는 구조이지만 

단편소설은 그러한 구조가 없습니다.

 

단편은 근대의 산물이고 리얼리즘을 기본으로 합니다.

근대소설은 형식은 장편이라도 옴니버스형이라서 뜯어보면 작은 단편의 집합입니다.

 

예컨대 발자크의 인간희극은 인물 한 명 한 명에 대한 묘사가

하나의 독립적인 이야기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자크는 파리시민 천 명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천 편의 단편을 이어붙인 것과 같죠.

 

장편은 기승전결의 원리에 따라 악당이 죽으면 끝나는데

단편은 어떻게 이야기가 끝나는가?

 

예컨대 제가 '오늘 지하철 2호선에서 이상한 여자를 봤어.' 하고 말을 꺼냈다면

이상한 여자가 어떻게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하겠지요.

 

근데 그래서 어쩌라구?

이야기를 끝을 못 냅니다. 그래서 보통은 주인공을 죽입니다.

 

이유없이 주인공을 죽이고 이야기 끝. 이건 형식상 실패입니다.

반드시 그래야 하는 합리성이 없다는 거죠. 상투적이고 진부한 방식.

 

기승전병은 만화에서 주로 패러디를 쓰는데  

'지하철 2호선에서 본 그 여자 행동이 박근혜 짓과 판박이야.' 이렇게 끝냅니다.

 

주로 그 사건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 다른 사건을 들이대는 것으로 종결시킵니다.

다른 사건은 다른 공간에 있으므로 시간에서 공간으로의 전환입니다.

 

이 방법은 어떤 특정한 인물, 특정한 장소의 이야기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과 닿아있다는 깨달음을 제공합니다.

 

구조는 공간의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구조를 복제하는 방법으로 시간에서 공간으로 전환합니다.

 

그래서 독자에게 전율을 일으키므로 이야기가 종결되는 거죠.

이런 문제가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분야는 학습만화입니다.

 

학습만화는 독자들을 학습시켜야 하기 때문에

전형적인 이야기구조와 충돌합니다.

 

학습만화의 이야기가 끝날 때는

보통 남자애 맹구가 엉뚱한 짓을 하고 여자애가 맹구에게 잔소리 하는 걸로 끝나죠.

 

근데 그 엉뚱한 짓이 만화 내용의 전개와 아무 상관이 없는 거죠.

전형적인 기승전병은 학습만화라고 보면 됩니다.

 

1.JPG

 

전형적인 학습만화의 기승전병.

이 내용은 물론 네티즌이 꾸며낸 거겠지만.

 

여기서 보면 강자와 약자의 권력관계가 드러납니다.

어떤 경우든 강자인 박사가 약자인 아이를 때립니다.

 

개별적인 사건이

보편적인 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을 남기고 이야기를 종결시킵니다.

 

극에서 이런 구조가 감정이입을 일으키는데

극에서 묘사된 특수한 내용이 사실은 보편적인 모두의 이야기라는 거죠.

 

* 특수성 - 흥부가 놀부에게 맞았다.

* 보편성 - 약자가 강자에게 맞았다.

 

특수성을 보편성으로 환원시키며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며

그것은 시간적 전개를 공간적 복제로 틀어버리는 것입니다.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3.11.06 (11:24:48)

너므 수고하셨습니다.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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