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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통나무
read 3550 vote 0 2009.07.01 (22:12:13)


배짱이 없는 성격이라 고시 하라면 죽어도 못했을 사람인데... 노무현 대통령님 시절에 새로 생긴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제도 덕분에 대학원에 진학해 법을 배우게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이 학비 많이 나가는 로스쿨 제도 만든 것을 보고 이율배반적이라 비판하는 분들도 많은 듯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고마울 따름입니다.(학비가 너무 많이 나가는 점은 저 역시 부담스럽지만요...-_-;;)

법을 배운지 이제 한 학기밖에 안됐습니다.  당연히 법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나마 한 학기동안 배운 게 있다면, 법학이란 녀석이 학부에서 복수전공했던 정치학이나 경제학과 비슷할꺼란 막연한 기대는 완전히 산산조각났다는 거 정도... 철학에 관심이 있는 편이라, 법전원 가면 법철학적 내용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했는데, 교육 과정은 완전 실무 중심이네요.

법이란 녀석 생각보다 꽤 복잡하지만... 구조론을 접하고 있는 요즘, 구조론적으로 바라본 법의 자궁과 구조는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우리나라 법의 자궁은 국회인가... 형식적으로 보면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죠. 일단 우리나라법은 독일법을 배껴쓰면서 시작했으니까요. 독일법도 또 다른 어떤 법을 배껴쓴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법은 사람이 만들어낸 무형의 구조이니, 사람의 삶(그 중에서 질서가 형성되는 부분)을 복제해 태어난 녀석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법도 구조니까 어쨌든 질-입자-힘-운동-량의 단계를 보일테구요.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언어로 표현할 능력이 없지만...

학부시절 로크 등의 책을 읽던 시절엔... 법은 동네 사람 100명이 오손도손 둥그렇게 모여앉아 "우리 이렇게 하자!"고 약속한 무형의 구조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뉴스를 보면 혹시 법은 힘센 사람 1명이 99명을 쥐어팬 다음 "내가 하자는 대로 하자!" 99명의 "네!"... 이렇게 생긴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_-;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09.07.01 (23:16:01)

법은 약속이 아니라 승부입니다. 저는 그것을 두고  '소집'이라는 표현을 쓰지요. 법은 승부의 기록이며 그 승부는 우연의 승부가 아니라 필연의 승부입니다.

법은 저울로 상징되고, 저울은 그 저울권자를 통하여 권리관계를 나타내며 권리는 승부로 결정됩니다. 싸워서 이기는 승부가 아니라 싸우기 전에 결정되어 있는 승부 말입니다.

예를 들면 기사협회가 이세돌을 제재하면 이세돌은 한국기원을 떠나 중국기원으로 가버립니다. 누가 이겼지요? 이세들 승 한국기원 패.. 이렇게 법이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실제로 법이 만들어지는 생생한 현장을 생중계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기원조직이 기사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법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노조의 투쟁이나 시민의 항쟁도 그러한 승부의 일종이며 그 승부에 의해 물리적으로 법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인간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약속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그런 약속도 지엽말단으로 있을 수 있겠지만 규약에 불과하지요.

여성을 차별하면 여성들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아기도 낳지 않습니다. 인구감소로 사회는 파탄이지요. 보이지 않는 승부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며 보이지 않게 법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법은 몇 년 이내에 국회의정단상에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법(法)은 수(水)+거(去), 물은 반드시 위에서 아래로 갑니다. 위가 이기고 아래가 졌지요. 필연의 승부가 일어난 것입니다. 그 승부가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낳습니다. 봄이 오면 꽃이 피고 겨울이 되면 잎이 집니다. 

봄의 볕이 겨울의 쌓인 눈을 이겼고 겨울의 북풍이 여름의 무성한 잎을 떨구어 이겼습니다. 그 승부가 자연스럽고 법 역시 그 자연스러움을 따라갑니다. 구조론이 그 자연스러움을 규명하고 있습니다.
[레벨:1]통나무

2009.07.02 (00:59:29)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의도했든 그러지 않았든 히틀러의 이론적 기반이 됐던 법학자 칼 슈미트는 (제가 위에 썼던 것처럼) 100명의 동네에서 제정권력자 1명의 힘센 사람이 결단한 것을 법이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글을 통해 1명이 아닌 99명의 승리, 그 자연스러움을 읽게 됐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7.02 (17:29:12)

"법문대학(이하 법전원) "

자주 쓰이지 않는 용어는 이렇게 글 머리에서 한 번쯤만 수고를 해주시면, 글 읽기가 훨 편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글 읽기가 매끄럽지 못하여, 몇 번씩 머뭇거리게 되는 수고로움이 덜어질텐데...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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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통나무

2009.07.02 (18:00:54)

시험 답안지에는 꼬치가리님 말씀처럼 쓰는데... 그냥 끄적거린 글에는 그렇게 하지 않은 제 자신을 반성하게 되네요. 그런 부분을 미쳐 신경 못써서 죄송합니다. 한국나이 27살 아줌마라 아직 철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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