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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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861 vote 0 2013.08.10 (21:41:45)

    부정선거는 큰 죄가 아니다. 부정선거 은폐공작은 큰 죄다. 당선자를 바꿀 정도의 영향이 없는 선거범죄는 흔히 묵인된다. 부정은 쌍방간에 일어난다는 점을 이용하여 물타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음지에 있어야 할 국정원을 동원하여 전직 대통령을 깐 범죄는 차원이 다르다. 꺼지지 않는 불길을 일으킨다.


    박종철 열사의 희생은 큰 일이 아니다.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거짓말은 확실히 정권을 타도할 명분이 된다. 거짓말은 증식되기 때문이다. 부정선거는 연루자 개인의 범죄로 돌리면 된다.


    과거 일본은 보좌관의 자살로 마무리되는 일이 많았다. 보좌관이 총대매고 죽어도 의원은 동정표를 받아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시스템이 잘못된거지 사람이 나쁜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경북 영주시장은 비리로 부인이 자살했는데도 동정표를 받아 재선되었다. 범죄를 저지르면 상을 받는다. 큰 범죄를 저지르면 더욱 큰 상을 받는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다.


    박근혜가 부정선거 책임을 회피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게 다 이명박 짓이라고 둘러대는 것이다. 원세훈과 김용판, 김무성에게 책임을 묻는 꼬리자르기 수법으로 충분히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런데 김한길과 안철수가 멍청했다. 김한길이 방관하고 안철수가 침묵하자 박근혜가 오판한 것이다. 굵고 짧게 끝낼 일을 가늘고 길게 이어간다. 그리고 마침내 폭발한다. 이 더운 팔월에 말이다.


    상대성과 절대성의 차이다. 부정선거는 큰 죄가 아닌 이유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대개 상대방의 부정을 발굴하여 물타기하는 방법으로 빠져나간다. 초원복집사건이 대표적이다.


    초원복집 사건은 관권이 동원된 전형적인 부정선거이지만, 주거침입에 의한 도청이 더 큰 범죄라고 역공을 해서 김영삼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실제로 김영삼은 초원복집사건 덕을 크게 보았다.


    마찬가지로 박근혜는 국정원의 공작 덕을 보았다. 야당이 국정원 관권선거를 폭로하자 위기감을 느낀 영남표와 노인표가 결집하여, 문재인의 박빙우세 흐름을 큰 차이의 열세로 바꿔놓았다.


    초원복집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총선도 KBS의 민간인사찰 폭로가 새누리당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선거범죄를 저지르고도 동정표를 받거나 역풍효과로 이득을 본 예는 매우 많다.


    박근혜는 그냥 털고가면 되는거였다. 꼬리자르면 되는거였다. 선거시스템의 문제로 돌리면 되는 거였다. 그 경우 야당은 공격대상을 잃어버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부정선거 은폐공작은 현재진행형이다. 상대성을 성립시킬 상대가 없다. 박근혜가 고스란히 독박쓰는 상황이다. 역풍이 불어 야당이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손해를 보더라도 내년에는 반전된다.


    한나라당의 탄핵은 굉장한 역풍을 낳아 열린우리당에 총선승리를 안겨주었지만 그때 입은 열린우리당의 데미지는 그대로 누적되어 나중 이명박에게 승리를 안겨주었다.


    역풍은 일시적이고 데미지는 누적된다. 새누리당의 선거범죄 은폐공작은 집단의 범죄다. 박종철 열사의 죽음은 개인의 범죄로 치부될 수 있으나, 은폐공작은 숨길 수 없는 정권의 범죄다.


    구조론으로 보면 사물이냐 사건이냐다. 부정선거는 사물이다. 은폐범죄는 사건이다. 사물은 그 대상이 있다. 가해자가 있다. 한 명이 총대매고 독박쓰면 된다. 그러나 사건은 그 실체가 모호하다.

 

    밑바닥의 에너지가 요동칠 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어디로 튈지 모르므로 운좋으면 가해자가 살아남을 수도 있다. 보통 그 요행을 믿다가 죽는다.

 

    예컨대.. 몽둥이로 심하게 맞았다면 어떨까? 상처가 있으면 치료하면 된다. 보이는 상처가 없다면? 내장파열이다. 죽는다. 비유하면 박근혜의 선거범죄는 몽둥이에 맞아 뼈가 부러진 것이다. 접골하면 된다. 석달간 기브스하고 끝낼 수 있다.

 

    은폐공작은? 내장파열이다. 이유도 모르고 죽는다.

 

    1월 14일에 박종철 열사가 쓰러졌고, 6월 9일에 이한열 열사가 쓰러졌다. 두 사건은 하나의 기승전결을 이룬다. 지금 서울은 1월인가 6월인가?


    지금 박근혜는 얼마나 창피할까?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린다. 창피함을 모르는 사이코패스라고? 그래서 내가 더 창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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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6회가 나왔습니다.

 

http://gujoron.com/xe/gujo_podcast/377425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3.08.11 (07:13:38)

어제 서울광장에 갔다가 뒷풀이에서 한 후배에게 했던 말이 "지난 광우병 촛불과 이번 촛불의 차이는

지난 번에 우리는 정권퇴진을 외쳤지만 명분이 약했지만 이 번은 너무도 분명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번 촛불은 외 길 수순으로 가고 있습니다.갈 때까지 가는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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