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열차를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스포일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열차.
인류에다가 마이너스에 마이너스를 가해서
기차 한 대에 다 태운 영화.
폐쇄된 공간.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자급자족의 시스템.
왜 설국열차가 레일 위를 계속 돌아야 하느냐고 딴죽거는 사람도 있는데
저도 보고 나와서 아차 했습니다.
왜 달리지?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은 되지 않은 듯.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보고 왔는데
동렬님이 느꼈던 것을 제가 온전히 느낀 것인가는 확실치 않네요.
선생님은 송강호 캐릭터를 영화의 핵심으로 꼽으셨는데
물론 송강호와 요나가 주도적으로 제 3의 결말을 향해 치달아과는 과정도 재미있고
열차 안에서 뒤섞이는 군중의 다양한 행태 및 바보 행각도 볼만합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다들 귀엽고 통통 튑니다.
물론 커티스 같은 캐릭터도 있지만.
그냥 일반 헐리우드 감독이라면 배우들을 이렇게 못 살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틸다 스윈튼(앞잡이 아줌마)이 봉준호를 세계 최고 감독이라고 극찬했다던데
틸다 스윈튼 틀니 보러 다시 가는 사람 많을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우스꽝스럽고 비극적이고 그렇습니다.
특히 징그럽게 생긴 진압군들이 터널을 통과하면서 해피 뉴이어 하는 장면.
흔히 무엇무엇의 축소판이라고 많이들 얘기하죠.
확실히 사람들이 전부 제정신이 아닌 것 같기는 합니다.
영화 자체가 연극적입니다. 물론 상황 자체가 그렇지만.
보통 영화에서 개연성이나 리얼리즘의 제약에 의해 가려져 있던
인간 본연의 모습. 인간 그 자체가 여과없이 노출되는 장면들.
극한적인 상황 극단적 스트레스 아래에서 문을 여는
인간 박물관. 인간 농장. 인간 전시관. 인간 닭장.
기어이 뼈대를 드러내는 지구 기계 문명의 단순한 악순환.
사라들이 죽든 말든 멈추지 않고 달리는 영구 엔진.
아마 이런 걸 말씀하신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결말은 이걸 다 부셔버리자는 얘기이고. 다시 태어나자는 건데.
열차가 박살나는 순간에 요나는 인류의 시조가 되고
여태까지의 이야기는 신화가 되고, 구속사가 되고,
송강호 커티스는 새 인류를 인도한 선지자가 되어 버리는 구조.
엔진 위에 앉아 열차를 택하는 백인 꼬마. 생존자는 유색인종 꼬마 두명.
아마 영화 자체가 너무 직설적이라서 취향이 아닌 사람도 있긴 있을 겁니다.
평론가들도 그런 점 때문인지 혹평이야 없지만
대단한 칭찬 역시 해주지 않는 것 같고...
연출적으로는 뚝뚝 끊기는 느낌이 있는데 감독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뭐 헐리우드 첩보영화가 아니니 크게 단점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봉준호 감독은 헐리우드로 가서 다시 신인으로 되돌아간 느낌입니다.
이건 좋은 말일 수도 있고 나쁜 말일 수도 있습니다.
평론가와 기자 감상문도 속속 나오고 있는데
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신자유주의든 뭐든 간에 다 같은 얘기고
완전히 빗나간 얘기를 하고 있는 사람은 없지 않나 합니다.
어차피 시스템은 시스템이니.
다만 만든 사람이 스탈린주의나 신자유주의를 각별히 겨냥했을리는 없겠죠.
심하게 길어졌습니다.
전투장면이 잔인합니다.
물고기 입에서 탈출한(괴물) 요나(성경의 요나)가 지구를 새로 건설했습니다.
영화에 나오는 18년은 박정희 통치기간을 의미한다는 말이 떠돕니다.
위사진의 저 카피는 보기 전엔 그런가부다 하는데
보고 나면 탁 하고 무릎을 치게 됩니다.
틀니녀가 박그네라는 말도.
전제를 나레이션으로 설명해주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서사구조가 될 수 있어서, 요즘은 아예 다큐멘터리 구조로 대체해버리는듯도 하구요.
영화의 결말에 관해서 이해하거나 규정할 필요가 없소.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렇게 해야지 이야기를 마무리 할 수 있으니까. 원래 그런 거. 다만 <설국열차>는 민중의 봉기도 아니고, 액션영화도 아니고, 오롯이 인류를 대표하는 사람이 신을 찾아왔는데, 신이 이 녀석 뺨따구를 날렸고, 이에 격분한 인간 대표가 신의 뺨따구를 날린 사건.
신한테 싸대기를 날렸다니 짜릿하지 않소? ㅋㅋㅋ
구두 던지는 장면에서 부시가 떠올랐고
냉동시킨 팔을 부수는 장면에서 731생체부대를
떠올렸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송강호와 요나가 제 3의 결말을 주도한다고 하셨는데
사실은 열차가 하나가 아니라 하나 더 있었던 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낡은 열차를 고수할 것인가?
새 열차로 갈아탈 것인가?
나는 닫힌 문을 열고 싶다. 라는 포스터의 글귀가
결말을 암시하는 군요.
설국열차 관련 글을 몇 개 읽다보니
보기도 전에 영화를 이미 봐 버린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