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오는 곳'
김광석의 감성과 기억이 넘실대는 어쿠스틱 뮤지컬.
보는내내 이십대부터 지금까지의 기억들이 파도 타기를 하였다.
이 극본을 쓰고 기획한 이금구님은 기억에 대해 얘기 했는데, 추억과 기억은 다르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기억은 곧 현실이다. 기억하고 싶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거나 이 둘은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둘이 추억이 될때 우리는 편안해질 수 있다.
기억하고 싶어서 망각하지 못하고 계속 살려내는 것과 기억하기 고통스러워도 계속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기억을 놓지 않는다는 것은 그 무엇인가가 자신의 삶에 계속 관통되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순간들이 계속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억하기 고통스러워도 계속 기억이 되살아나는 이유는 넘어서야만 하는 그 무엇이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의 기억되는 방식에서 보자면, 이 둘은 대칭되어 있다. 뒤섞여 있다. 어쩌면 이런 두 가지 기억의 방식으로 삶이 이끌어 내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기서 더 능동적인 대처를 하는가? 수동적인 대처를 하는가? 에 따라서 기억은 예술이 되기도 하고 망각의 저편으로 봉인되기도 한다.
(김광석을 기억한다)와 (김광석을 추억한다)의 차이는 실로 크다. 기억하는 이와 추억하는 이의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또 무엇은 추억해야 하는 것일까?
기억은 리얼이고 추억은 낭만이다. 기억하기 때문에 삶에서 그 기억된 요소들은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 기억이 한 개인에게, 혹은 한 세대에게, 혹은 그 사회에 추억으로 아련해질때 그 하나의 사건은 일단락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억이 순탄하게 추억으로 넘어가는 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강제 봉인이라는 형태가 더 많다고 여겨진다.
아직은 기억하고 기억해줘야 되는 많은 세상의 일들에서 그 세상의 일이 나의 일이 되기도 하는 순간들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그런 상념들과 어떤 한 세대와 세대가 만나고 넘나드는 묘한 에너지 작용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금구님은 친구의 친구인데, 친구가 이 공연 같이 보러 가자고 할때는 시간이 서로 안 맞아서 못 갔는데, 공연을 보자고 연락하니 그 공연이 그 공연이더라는..ㅎ~ㅋㅋ
이번주 일요일이 마지막 공연이라서 캐스트들이 다르다고 하니, 한 번 더 보기로 했다.
그날은 '너무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파이널송 이라고 한다.
대구에서 시작해서 앵콜공연으로 대학로에서 진행된 공연인데, 조명도 특별히 좋았고..ㅋ~
특별케스트 오만석님도 등장해서 재미 있었다. 특별 게스트들은 신선한 바람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ㅎ~ 표창원님도 봤다. ㅋㅋ
이번 공연이 마무리 되면 대구로 다시 앵콜공연 간다고 하는데, 이 공연이 장기적으로 진행되려면 캐스트들이 잘 섭외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관객들이 인지도나 검증이 된 배우들을 선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배역과 특별캐스트들이라도 무리없이 잘 진행되었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속사정은 잘 모르겠으므로, 지속적으로 더 완성도가 쌓여가서 장기공연이 차질없이 잘 진행되기를 바래본다.
김광석역의 더블 캐스팅된 풍세역 박창근님은 김광석 노래를 자기만의 색깔을 입혀 부르는데 전율이 인다고 한다. 그래서 일요일이 기대된다.
또 한 분의 풍세역은 최승열님인데 김광석의 노래를 가장 잘 소화한다고 한다. 직접 들어보고, 중간에 눈을 감고 감상해보았는데, 정말 김광석 삘이 물씬 풍겼다.
멀티맨의 활약은 웃음요소와, 극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였다. 선영과 상준과 소현 그리고 종화....이들의 삶의 흐름은 90년대를 관통하며 흘러온 그 세대들의 자화상 같기도 하다.
선영아! 사랑해!
버스마다 새겨진 광고문구...시대의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오랫만에 들어보니 좋군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같은 나무 아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