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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부성 글은 안쓰는 것이 원칙이다. 조회수 높은 찬양일변도의 글은 자제해 왔다. 노무현도 비판할건 비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근데 뭔가가 잘못되었다. 여당 안의 야당이 되고자 하는데 다들 노무현을 한수 가르키겠다는 식으로 나오니 내 역할이 없어져버렸다. 어째야 하나?

현재로서 판세는 너무 좋다. 필자가 이전부터 본격 선거전 들어가기 전까지 30퍼센트 정도의 격차는 따라잡는다고 말해왔음을 기억해 주시길. 지금 회창과의 차이는 5프로 내외다. 현재 보도되는 여론조사는 호남표도 반영되지 않은거다.

그렇다고 해서 노무현 틀림없이 당선될테니까 우린 아무 생각없이 그냥 탱자탱자 하고 있자고 말할 수도 없고, 또 위기가 닥쳤다고 말할 수도 없고 사실 혼란스럽다.

여론조사에 나오는 지지율은 의미가 없다. 만약 당신이 전략가라면 판세를 보고 판단할 것이다. 판세를 보고 판단한다는 것은 밑바닥에서 에너지의 흐름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수면 하에 잠복하고 있는 변수들이다. 이를 테면 충청표가 떨어져나간 이유 중 하나는 이인제와의 사이가 틀어진데 있는데, 이 틀어진 사이는 회복될 수 있다. 말하자면 거기에 잠재적인 플러스요인이 잠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잠복하고 있는 숨은 변수들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지 눈에 보이는 것을 보고 판단해서는 전략가가 아니다.

물론 나라고 해서 전혀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불길한 조짐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주가회복여부이고 하나는 투표율여부이다. 이거 큰 영향을 끼친다. 실은 몽당보다 이것이 더 무섭다. 몽당은 티비토론 한두번이면 축구붐 시들듯이 시들어버린다.

몽준의 연설을 국민이 안봐서 잘 모르는데 목소리가 흡사 정주영 목소리다. 정몽준의 결단력있는듯한 표정은 화장발이고, 그 어눌한 목소리 들어보면 이 양반도 5년전에 정주영하고 하나 다를거 없다는거 알게 된다.

하여간 포지티브로 가야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포지티브로 안가면 이번에는 기록적으로 투표율이 하락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과거의 전례를 기준으로 해서 이번에도 과거만큼 투표율이 나올걸로 오판하는 경향이 있는데 항상 과거와는 다르다는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은 과거만큼의 이슈가 없다. 젊은층의 투표율저조를 막으려면 한시바삐 개헌공약을 핵심으로 하는 포지티브전략으로 가야한다. 이건 물론 선대위가 알아서 할 소관이고.

어쨌든 필자가 주장하는 건 노무현이 현재스코어로 무지 잘하고 있는데 왜 불만이냐 이런거다. 잘하고 있다는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매우 양호하게 나오고 있지 않느냐 이거다.

노무현의 호남지지율이 50퍼센트를 밑도는데 투표 들어가면 90프로까지 올라간다고 봐야한다. 그만큼 현재의 여론조사는 허수가 개입해 있다. 부산도 크게 따라온다. 대구는 몰라도 부산은 쉽게 공략할 수 있다.

과거의 선거경험을 참고하면 실제로 바람은 투표전 10일 전후로 일어난다. 3월 국민경선 때도 노풍이 사전에 거의 감지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부는게 바람이지 예고하고 불면 그게 바람인가? 적어도 부산만은 노풍이 분다. 이건 장담한다. 이론적으로 그렇게 되게 되어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유권자가 자기 자신에게 선택권을 주려 하기 때문이다. 정몽준지지자는 언제든지 발을 뺄수가 있다. 즉 몽당을 지지하다가 이를 번복하는데 아무런 마음의 부담이 없다. 이것이 몽당의 인기요인이다.

보통 논다니들이 머스마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는 사귀다가 그만두어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이런 표현은 페미니즘원칙에 어긋나지만 료해를 주문함)

총각이 처녀를 꼬신다면 자신있는 옆집의 영순이는 제쳐두고 접근하기 어려운 읍내 논다니 박양에게 신호를 보낸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자신이 가지기 위함이다.

만약 영순이에게 좋다고 신호를 보내버리면 그날로 코가 꿰이는 사태가 발생한다. 남의 떡을 못먹게 하는 수작이 먼저고, 자기 떡은 미리 점은 찍어놓지만 챙기기는 나중이다. 여기에 숨은 게임의 법칙이 작동하고 있다.

조강지처가 손해보게 되어있다. 그러나 결국은 조강지처에게 돌아오게 되어있다. 노무현은 당연히 내것이므로 손댈 이유가 없고, 몽준은 남의 것이 될지도 모르므로 침발라 놓겠다는 심보다.

모두가 몽준에게 손을 내밀어 침을 바르고 있다. 이인제의 침, 박근혜의 침, 김종필의 침이 다 묻은 다음에는 "에이 더럽다" 하고 다들 손을 뗀다. 그 시점에 몽당의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 고정표가 없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숨은 플러스요인은 많다. 회창은 선거전략이 다 노출되어 있으나 노무현은 현재로 전략이 없다. 없으므로 회창은 노무현의 전략을 모른다. 이 또한 플러스 요인이다. 노무현의 전략은 이제부터 짜면 된다.(게임의 법칙 상 전략이 먼저 노출되는 쪽이 항상 진다)

민주당 내부분열이 5프로 이상 까먹고 있는데 이 또한 선거전 들어가면 단합되고 회복된다. 요기도 5프로 숨어있다. 근데 회창진영에는 숨은표가 없다.

한고조 유방은 중앙을 항우에게 다 내주고 멀리있는 변방을 먼저 취했다. 2000년 후 모택동은 중앙을 장개석에게 다 내주고 장정을 거쳐 멀리있는 연안을 취했다.

바둑이라면 '사귀생에 통어복'이다. 네 변을 먹은자가 중앙을 뚫을 수는 있다. 반대로 중앙을 먹은자가 변방으로 도망갈 곳은 없다.

현재 노무현의 약점은 그 변과 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것이다. 한쪽 변은 호남표이고 한쪽 변은 젊은표이고 한쪽 변은 이념표이다. 이 변과 변 사이의 거리가 멀다. 그러나 현재로서 사귀생에 성공하고 있다. 이 변과 변을 잇기만 하면 된다.

유방은 항우와 싸울 때 마다 졌다. 중앙을 항우에게 다 내주고 변방에서 제후들을 공략했다. 이 변방이 조금씩 중앙을 에워싸므로 결국 항우의 중앙을 다 빼앗았다.

유방은 늘 항우에게 패했어도 도망갈 변방이 있었는데, 항우는 중앙을 뺏기자 달아날 곳이 없었다. 지금 회창의 입장이 그렇다.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달아날 곳이 없다.

바람은 항상 변방에서 촉발하여 중앙을 에워싸는 형식이지 중앙에서 사방으로 바람이 부는 일은 절대로 없다.

노무현이 잘하고 있다는 점은 중앙을 포기하고 변을 착실히 다져왔다는 것이다. 고정표를 버리고 부동표를 얻은 것이 아니라, 반대로 부동표를 버리고 고정표를 다졌다는 것이다. 이는 변신하기 위해 군살을 뺀 것과 같다.

이인제와 흥정하고, DJ 차별화하고, 영삼이 욕하면 일시적으로 부동표를 얻겠지만 고정표를 잃는다. 이곳저곳에서 얻은 부동표는 지지자들 간에 이해관계가 서로 상충되는 점이 드러나는 시점에서 서로 충돌해서 양쪽으로 샌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노무현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변수를 줄이고 핵심이 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승부수만 뜨면 된다. 이건 개헌공약을 중심으로 하는 포지티브전략이다.

이 점이 이해안되시는 분은 몽준이 모든 것은 뒤로 미루고 애매하게 하므로서 불확실성을 높여왔다는 점과 비교해보라. 몽준은 눈앞의 인기에 연연해서 해야할 결단을 미룬 것이다. 어차피 죽을 대마를 살아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세만 불리고 있어서 두 눈이 나지 않는다.

몽준도 어느 시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하고, 결단을 내리는 순간 현재 은폐되고 있는 '지지자들 간에 이해관계의 상충'이 발견되어서 거품인기는 안개처럼 사라져버린다.

나는 노무현을 비판하고 싶다. 왜냐하면 비판이 내 주특기거든. 남의 약점을 귀신같이 찾아내는게 내 전문이잖어! 내 역할을 돌려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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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딱 한가지만 이야기하라면 이것을 이야기 할 것 김동렬 2002-10-17 14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