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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르페
read 4587 vote 0 2009.06.20 (20:54:38)




TBC 고별방송이라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6.21 (10:14:24)

나 저거 본거 같다.. 봤다.
초딩인 내게 괜히 눈물이 나고 목이 메이게 하던 노래 중 하나였다.
TBC는 내가 좋아하던 채널.  어린 내게 놀랍고 위대한 세계같은  TV방송이
저렇게 손쉽게 없어질 수도 있구나... 거기 나오는 대단하고 화려한 텔런트도 코미디언도 아나운서도
힘이 없는 사람들이었구나... 충격적이었다. 권력의 횡포에 저항감을 느꼈다. 슬펐다. 

그 다음 해 울 아버지 회사가 완전히 불에 타서 없어져 버렸었다... 
[레벨:15]르페

2009.06.21 (12:30:18)

회사가 불에 타서 없어지다니...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09.06.21 (10:53:50)

나도 본거 같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09.06.21 (19:42:18)

[레벨:15]르페

2009.06.21 (20:44:59)

망초였구랴. 저 풀 이름이 궁금했었는데..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09.06.22 (12:54:05)

남자들은 웰케 무식한걸까?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6.22 (14:14:16)

그러게 말입니다. 왜 글케 유식이 끝이 없는지?

망초라니 또 물망초가 생각킵니다.
forget-me-not 이 아니라 forget-me-yes?

곱슬님 못잖게 이쁘고, 곱고, 어울리고, 아름답고, 멋진 꽃 한다발 드리오!

090615_poppy.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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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6.21 (23:29:52)

아.. 개망초 꽃이 저리 가득히... 아득히...

어릴 때 저 꽃을 발견하고 참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이름을 몰라.. 그냥 동생과 계란꽃이라고 했어요.
계란 후라이 같이 흰 동그라미 속에 노란 동그라미가 있다고...
아빠랑 외가댁 뒷산에 갔는데 너무 많이 피어 있어서 한아름 따다 엄마한테 가져다 드렸어요.
' 좀 이쁘다고 해 주시지...'   (아빠랑 싸운게 안 풀어지셔설..ㅋㅋ).

저 꽃이 많이 피어있는 산 중턱에 앉아 저수지를 내려다 보며 아버지가 노래를 가르쳐 주셨죠.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뭇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준대요.

 강가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사공이 노를 젓다 잠이 들어도
 저 혼자 나룻배를 저어 간대요.'

 그 바람이, 나뭇꾼이, 사공이 모두 아버지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죠...
 그 바람같은 삶....
 

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6.22 (00:12:31)

순간순간 감상에 잘 빠지는 지라...
아다모에서 개망초꽃으로 개망초꽃에서 아버지가 가르쳐주신 노래로...
주절주절.. 웹이라고 뭐라 떠드는지...

모든 인간적인 모순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의 선명한 이미지들이 가슴깊이 남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사람, 산다는 것..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노래가 하나 더 깊이 남아 있죠.
아마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은데...
모처럼 일찍 들어오신 아버지가 저를 두팔에 안고 창밖을 내다 보며 노래를 가르쳐 주셨죠.
어스름 가을의 석양과 스산한 바람이 불어 오는 창밖에 작은 텃밭이 하나 있었죠.
이미 시들고 말라버린 호박잎과 덩쿨들이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었죠.

00아.. 지금은 가을이야... (아마 봄여름가을겨울도 몰랐던 때였던 것 같아요.)

" 가을이라 가을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
  남쪽 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붉은 치마를 갈아 입은 푸른 잎이 날아가는 제비를 향해 봄을 기약하며 다시 오라 부탁을 한다....
  그는 시들어 볼수 없어도... 다시 새잎은 나고 그 새봄을 위해서 너에게 부탁을 한다....
  눈물의 여왕이었던 저는 노래를 따라 부르며 또 훌쩍 울어버렸답니다.
  ' 이 노래는 왜 이리 슬픈거야...........'
  
  아직 군림하시지만 황혼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와 가장 많이 싸웠던 늙어가는 나.. 그리고 아이들... 
  사라지고 다시 피어나고...
  가을이면 딸아이들에게 이 노래를 불러줍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09.06.22 (12:07:50)


망초.jpg
   카스테라처럼 부드러운 망초꽃(실제 만져보면).  망초를 뒤집기로 떠서 접시에 담아보고...^^

쑥갓.jpg
망초가 계란 후라이라면 쑥갓꽃은 삶은 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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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15]aprilsnow

2009.06.22 (01:10:48)


초여름 밤의 뜬금없는 아줌마 감상 시리즈입니다.
오늘은 왜 이리 주절거리는지...  뭐 그냥...

저는 공장을 사랑합니다. (법대를 가정형편으로 중퇴한 아버지는 영등포 마쯔꼬바에서 가진돈을 모두 털어 기계하나를 사서 공원한명을
데리고 공장을 시작하셨더랬죠.)
70년대 시골에서 상경한 소년,소녀들의 공장 기숙사는 저의 놀이터였습니다.
휴일 아무도 없는 캄캄한 공장에 들어가 높은 천장에서 들어오는 빛에 떠다니는 먼지들을 바라보며
이곳이 교회같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공장 오빠들과 어린이대공원에 놀러도 가고
언니들의 방안에 싸구려 조화와 인형들, 빗들도 기억이 납니다.
그 빗으로 제 머리를 빗겨주고 옛날 이야기도 들려주었더랬습니다.
언니들 앞에서 노래도 부르고 오빠들 기숙사에서 배를 깔고 갱지에 그림도 그렸습니다.
조그만 그 방안에 차가운 바람을 안고 들어온 어느 언니가 사온 만두의 맛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고단한 노동과 소박한 삶... 그리고 따뜻한 웃음과 그리움... 노래... 그들의 옷과 빛깔들도 저는 많이 그립습니다.
나도 공원이 되어 하루종일 손발을 맞춰 단순노동을 하고, 소박한 휴식을 취하고.. 그런 삶을 살고도 싶었습니다.
그런데 자라나면서 세상은 쉽지 않고 왜 그렇게 복잡하게 변해버렸는지... 나조차...

저에게는 그냥 언니 오빠였습니다.
평생 마음 한켠에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 공주의 감상이라 비난받을까봐 감히 그립다 말하지도 못하였습니다... 공주라니... 당치도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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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르페

2009.06.22 (11:02:19)

감상이 왜 비난받아야하죠??
대뇌 깊은 골짜기에서 올라오는 추억의 메아리가 없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할지..
저는 시골출신이지만 열 두살에 대도시로 나와 촌과 도시의 정서를 반반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밤 깊은 구로공단의 적막한 거리를 끝도없이 거닐었던 기억을 어느 시골의 기억 못지않게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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