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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9762 vote 0 2013.06.17 (19:44:17)

 


    칸 앞에서 토론


    몽골제국의 뭉케 칸이 불교, 기독교, 회교의 대표자를 모아 토론시합을 시킨 일이 있다. 먼저 불교의 스님이 프랑스에서 온 수사 루브룩에게 질문을 던졌다. ‘세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죽은 뒤에 영혼은 어떻게 되는가?’ 루브룩은 스님의 질문이 잘못되었으며 마땅히 첫 번째 질문은 만물의 근원인 신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심판은 루브룩의 1회전 승리를 선언했다.


    그들의 논쟁은 선과 악, 신의 본성, 동물의 영혼, 환생, 악의 유래 등을 오갔다. 몽골의 씨름시합은 한 회가 끝날때마다 마유주를 마시게 되어 있다. 그들 역시 한 회의 논쟁이 끝날때마다 마유주를 마셨기 때문에 말로는 상대방을 설득할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다고 생각한 기독교 대표가 찬송가를 부르자 무슬림 대표는 꾸란을 암송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스님은 말없이 묵상에 들어갔다. 모두가 대취하여 토론회는 끝났다. (징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 잭 웨드포드)


    당신의 첫 번째 질문은 무엇인가? 거기서 그대 사유의 수준은 결정된다. 첫 번째 질문은 마땅히 완전성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완전한 존재란 무엇인가이다. 인간의 사유는 먼저 완전한 것에 대한 이미지를 얻고 다음 그것을 복제하는 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세상의 어떤 근본이 본래 완전하다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엄마 품의 아기처럼 아무런 의심이 없이 뛰어든다. 거기에 속임수가 있다. 세상은 완전한 것의 역동적인 운동에 따른 불완전한 전개로 되어 있다.


    그것은 존재의 호흡이며 성장이며 진보이며 활동이다. 그 존재의 운동공간은 원래 불완전하다. 불완전성이야말로 진리의 본래 모습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완전이라고 하면 단단한 다이아몬드나 녹쓸지 않는 황금을 떠올리기 쉽다. 세상은 다이아몬드나 황금처럼 단단하고 빛나는 어떤 완전한 것의 굳센 집합으로 되어 있다고 여긴다. 틀렸다.


    오히려 부드럽고 연약하며 변화하는 낳음의 자궁으로 되어 있다. 완전한 것은 낳는 것이다. 단단한 것은 낳지 못한다. 완전한 것은 진보하는 것이다. 굳은 것은 진보하지 못한다. 완전한 것은 외부의 에너지를 받아들여 공명하고 증폭하고 복제하여 널리 전파하는 것이다.


    그것은 단단한 것이 아니라 무른 것이며, 고착된 것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이며, 마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에 있다.


    그 모습은 다 자란 성인의 모습이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그 세계는 딱딱하게 굳어있는 세계가 아니라 부글부글 끓고 있는 가마솥과 같은 세계다. 사유하여 그 완전성의 이미지를 하나의 모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 모형을 머리 속에 각인시킬 때 사유의 수준은 극적으로 높아진다.


    ※ ※ ※


    터키의 국부 케말 파샤가 봉건세력을 타도하고 공화국을 건설했을 때 이웃의 리자 팔레비는 이란에서 입헌혁명을 일으켜 봉건토후를 타도하고 스스로 왕좌에 앉았다. 시작은 비슷했으나 결말은 완전히 달랐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도 같은 짓을 저질렀으니까. 그들은 왜 봉건제도를 혁파하고 다시 노예로 되돌아갔을까? 영국에 왕이 있기 때문이다. 신생국가의 생명은 외교에 달려있고, 외교를 잘 하려면 왕 대 왕으로 격을 맞추어야 한다.


    무엇인가? 맨 첫 번째 질문은 ‘완전한 것은 무엇인가?’다. 완전한 것은 왕이다. 국가 건설의 첫 번째 사업은 왕을 떠받드는 일이다. 일본은 이왕이면 왕보다 높여서 천황을 개설하였고, 독일은 이왕이면 대통령보다 높여서 총통을 개설하였다.


    국민이 왕을 섬기고 찬양하면 외국인들이 그 나라를 우러러 볼줄 안다. 그렇게 해서 국격이 높아질 줄로 안다. 한국의 발전상을 자랑하는 영화를 만들어 미국 관객들에게 보여주면 미국인들이 꺼벅 죽어서 ‘코리아 넘버원.’ 하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줄 안다. 과연 그럴까? 천만에.


    그들은 주민들이 김정일에게 열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꺼벅 죽어서 당장 수교하자고 할줄 안다. 착각이다. 도리어 자기나라의 치부를 드러내야 친밀감을 느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라야 한국의 이미지가 개선된다. 장예모의 어용영화 ‘영웅’은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그들이 전제군주를 찬양할수록 우리가 중국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노예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낮아질 뿐이다.


    맨 처음 오는 것은 완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완전에 대한 이미지가 틀렸다. 완전한 척 하는 왕은 전혀 완전하지 않다. 불완전해 보이는 민주주의가 그 시끌벅적한 역동성으로 하여 도리어 완전하다.


    죽어서 번쩍거리는 것은 불완전하고 살아서 호흡하는 것이 완전하다. 무엇이 완전한가? 바로 그것에 대한 바른 이미지를 얻는 것이 깨달음이다. 완전한 것은 왕궁에 고립되어 있지 아니하고 들판에서 민초들과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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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 완전한가? 바로 그것에 대한 이미지를 얻는 것이 깨달음입니다. 좋은 음악도 멋진 그림도 재미있는 소설도 흥미있는 스포츠도 유쾌한 코미디도 완전에 대한 바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지 못하면 실패입니다.

 

 

 




[레벨:11]큰바위

2013.06.17 (20:31:06)

김연아가 런던에 왔을 때, 

연아의 완전성이 드러났다. 

그 완전성은 조그만 도시에서 연린 세계 피겨 대회 주최측의 애국가 합창으로 한층 더 고조되었다. 


한국말을 모르는 합창단원들이 한국 사람에게 자문을 얻어서 부른 애국가는 김연아의 완전성을 한층 더 빛나게 해주었다. 


현장에 있었던 한국 사람들은 백만 볼트에 감전되었는데, 멀쩡하게 살아있다. 

완전성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DFSUNsQBEZ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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