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큰 애는  중1, 둘째 여자 애는 5학년, 막내는 2학년. 2녀 1남입니다.

우리 누나 아이들이죠.

제 조카들이 미국에 있어서 제가 가끔씩 누나에게 자녀 교육 관련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누나가 둘째가 고집이 세고, 자신을 힘들게 할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언니랑도 부딪히고, 동생이랑도 싸우고...

잘 지낼 때도 있지만, 엄마도 힘든데 아이까지 고집을 피우고 제멋대로 하면 정말이지

엄마 노릇 그만 두고 싶을 정도지요.

 

둘째의 특징을 알아보면

둘째는 억울한 것이 많다. 위 아래 샌드위치다. 언니는 이길 수 없는 서열 1위고,

동생은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남자 막내동생. 결국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부모님의 관심을 받는 길은 계속 싸우는 것. 문제를 일으키는 것. 상대방을 건드리는 것.

 

저는 누나에게 주문했습니다.

먼저 누나의 힘든 상황을 공감하고, 누나에게 둘째의 특징을 알려주고,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둘째는 억울한 것이 많으니 가능한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많이 억울한 아이 마음을 공감해주면 좋겠다.

둘째 앞에서 첫째를 티나게 칭찬해서 질투심을 유발하지 말라.

둘째가 작은 일에 성공했을 때 충분히 칭찬해줘라.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지만, 둘째와 특별한 시간을 가지면서

엄마가 너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줘라.

 

오늘 오후에 핀란드의 여동생과 통화를 했는데, 얼마전 누나랑 통화를 했는데

둘째가 많이 좋아졌다고 누나도 마음이 많이 편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기분이 너무 좋다고... 

제가 조언을 해준 것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네요.

 

저는 아직 자녀도 없고 아내가 임신 8개월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운 경험이 전무하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인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왜 그렇게 제가 누나와 충돌했으지, 누나같은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고서

결국엔 종손 장녀 대장치는 제 아내와 결혼했는지에 대한 아이러니를 풀기위해 이책 저책 찾아보고

주변 사례를 연구해 왔습니다.

 

이미 아들러가 형제 관계에 따른 자녀들의 특성과

양육방식에 대해서 이론을 정립했고, 아들러의 이론을 탕으로 기록한 제인 넬슨의 긍정의 훈육이란 책에서도

비교적 자녀의 출생순서에 따른 양육방식에 대해서도 잘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김동렬의 구조론을 공부하면서 절대적인 삶의 길과 상대적인 삶에 길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절대적인 삶은 자신은 인류의 대표로서 인류문명의 진보의 흐름에 자신을 맡기고 인간답게

자신의 길을 추구하며 공동체 구성원과 호흡하는 형태로 공동체에 기여하며 사는 것입니다.

때문에 실패든 성공이든 행복하며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게 됩니다.

상대적인 삶은 개인의 성공에 매달리고,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얽매여 자기검열하며,

세상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기만족을 위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기만족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서 얻어지며,

열등감이나 자만심에 빠져있는 삶을 살게 됩니다. 존엄보다 부와 명예같은 조건적인 가치를 매달리며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나 결국 행복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됩니다.

 

혈액형 성격론 운운하듯, 인간을 출생순서에 얽매이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출생순서가 아이가 태어난 시간적 간격이나, 형제관계의 성별의 차이가

아이의 성향이나 문제행동, 소통방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부모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녀의 기질을 논하기 전에, 아이의 문제행동을 말하기 전에

나의 어떠한 태도가 아이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지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의 잘못된 행동이 아이의 특정 행동을 강화할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진실.

자신은 아이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고, 눈치보는 사람으로 만들어 놓고서

정작 모든 것을 아이 책임으로 몰고 '쟤 때문에 내가 못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는 것입니다.

 

자식 미워서 그런 부모가 어디있겠습니까?

그만큼 자녀를 사랑하는데, 본인도 잘 모르고 답답하다보니 아이를 함부로 재단하고

짓누르고, 감정을 폭발시켜서 아이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교육아닌 교육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나서 또 후회를 하고, 아이에게 죄책감을 갖고...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부모 자녀간 관계는 악화되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도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반응을 보기 위해 건드리는 방식으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순응하기도 하고

그도 아니면 아예 문제를 크게 일으켜 나쁜 관심을 유발하는 일탈의 형태로 살아가게 됩니다.

 

교육의 문제에서 정답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교육의 큰 방향인 절대적인 삶을 중심으로

오답을 지워나가면서 적용하다 보면 뭔가 보입니다. 

그렇게 할 때 세상의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아이에게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자신의 결대로 성장해 나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 |/_담 |/_

2013.05.27 (10:37:08)

멋진 "주문"입니다.


모든 둘째, 특히 낀 둘째를 키우는 부모들께 전달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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