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자료(그림)를 얻기위해 이 동네 저 동네를 연신 걸어 다녔다. 중요한 일을 본 후 걷던 중,
저만큼에서 빠알간 방울토마토가 눈에 확 들어온다.(역시 빨강색은 사람의 눈길을 끌고도 남는가 보다)
방금 따온 듯 토마토 냄새가 진하게 풍기며 주위에 퍼지고 있었다. 소쿠리에 담아 놓은 토마토가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별고민 없이 두 소쿠리를 싸달라 했다. 그리고 햇감자를 사려고 앉았는데 어디서 알듯 말듯한 향이 풍긴다.
'어, 무슨 냄새지?'하면서 냄새 가까이 다가가고 마는데 바로 매실이었다. 그러면서 "어, 이건 청매실이 아니네요?"라고
내가 주인에게 묻자 "아, 이거는 홍매실이예요. 어제 산에서 따 왔지요"
"아, 그렇군요, 홍매화 꽃만 보았지 실제 홍매실은 처음 봅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나는 홍매실 자루 앞에 거의 덜썩 주저 앉다시피하고 손으로 홍매실을 집어 만져보며
향을 맡았다. 그런데 내가 기존에 향을 그리도 많이 맡곤 했던 청매향보다 홍매향이 훨씬 향이 진하게 다가 왔다.
'아, 나를 설레이게 하는구나, 어쩜 좋아...'^^
아기자기 발그레한 홍매실을 보고 있자니 깎자 흥정할 것도 없이 바로 "아주머니, 5kg만 담아 주세요"하고
집으로 가져 오는데 여전히 매실향은 바람에 진하게 날리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든건
분명 진한 매실향이 맞고... 내가 어쩌다 이 홍매실을 구할 수 있었을까. 이 뿌듯함이란...
찬물에 매실을 씻었다. 살구보다 더 작은 매실들을 물기가 마르고 난 후 항아리에 설탕과 함께 저장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창호지를 씌워 까만 고무줄로 봉합하고 장독 뚜껑을 덮어 시원한 베란다로 모셔다 놓았다.
지금 우리집은 청매-홍매향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향을 내 뿜으며 내 눈길을 스치고 있다.
여러분, 졸린 오후, 홍매향에 한 번 취해 보세요... ^^
더우기, 청매실이 익으면 홍매실인가 했더니만...
암튼 안단테님께 배울 것이 많소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 자칭(?) 홍매실은 벌레가 먹어 꼴이 말이 아니구료.
그래도 향은 겁나게 좋습디다.
마침 비슷한 각도로 담은 사진이 있기에... 이 매실(강원도산-무공해)은 주근깨처럼 점이 박혀있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벌레먹은 홍매실 진짜이지요...^^ 향이... 이곳까지.... 씨(홍매실)를 보니 아주 작더군요. 아참, 검정 고무줄을 사용한것은
집에 하얀 고무줄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