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0905 vote 0 2008.11.04 (14:01:13)

최진실 그리고 인순이

[초딩엄금.. 달마실의 다른 글과 관련이 있습니다.]

깨달음은 관점을 바꾸고, 안목을 바꾸고, 세상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삶의 형태를 바꾸는 문제다. 그러나 진실로 삶을 바꾸고 싶은 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이 글의 독자라도 대부분은 지금 자신이 가진 것은 그대로 둔 채.. 거기에 몇 가지 신선한 양념이나 보태고 싶을 뿐이더라. 깨달음이 양념이 되어서는 안 된다. 버리지 않고는 조금도 얻을 수 없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이겠는가? 보리 달마는 중국에 없었던 선종을 들고 처음으로 서쪽에서 왔다. 그 이전에는 교종이 알려져 있었다. 교종은 텍스트에 기반하고 선종은 미학에 기반한다.

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폭 넓은 보편적 호소력을 가진다. 교종이 말하는 지식은 소수의 전문가에게나 필요할 뿐이다. 개인이 막상 상황을 당하면 지식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부분 본능을 따라간다. 최진실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자기 마음이 편한가에 따라 결정된다. 다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성은 없고 본능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덜 스트레스 받게 되는 쪽으로 움직인다.

왜 미국인들이 고어와 부시 중에서 부시를 선택했겠는가? 그래야 스트레스를 덜 받기 때문이다. 미국인도 바보가 아니므로 부시가 멍청하다는 사실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들은 부시를 찍었다. 스트레스를 회피하기 위해.

그렇다면 왜 이번에는 오바마를 찍는가? 이미 스트레스를 받아버렸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제난에 이왕 받아버린 스트레스다. 이미 스트레스를 받아버렸다면 그 투자된 에너지를 유용하게 사용하는 것이 맞다. 그들이 갑자기 현명해진 것이 아니라 포지션을 바꾸고, 태도를 바꾸고, 입장을 바꾸고, 목표를 바꾼 것이다.

인간은 언제라도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존재다. 손쉬운 목표를 제시한 사람을 따르기 마련이다. 어려운 목표를 제시하면, 역사에 빛날 높은 수준의 목표를 제시하면, 그 목표를 중심으로 단합이 잘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에 기피하기 마련이다.

그들이 ‘북한 때려주기’의 쉬운 목표보다 ‘북한과 대화하기’의 어려운 목표를 제시한 오바마를 선택한 것은 경제위기 앞에서 이미 미국인들이 잘 단합되어 있으므로 그 북한 설득하기의 목표가 이제는 쉬운 목표로 변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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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앞의 잣나무’는 말로 떠들지 말고 한 폭의 그림을 그리라는 가르침이다. 심중에 잣나무 한 그루 심으란다. 그러나 나의 이 말도 독자들은 여전히 텍스트로만 받아들일 것이 뻔하다. 왜? 텍스트는 외우면 되지만, 미학은 이제부터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텍스트로 볼 때 ‘뜰앞의 잣나무’는 암기과목의 찍어준 정답이지만, 미학으로 볼 때 ‘뜰앞의 잣나무’는 이제부터 작업해서, 졸업하기 전에 제출해야 할 험난한 과제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 이 글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왜? 과제제출은 피곤하니까. 성철이 ‘콧구멍 없는 소’ 이야기를 듣고 바로 집을 나섰듯이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실천해야 하는데 그건 피곤하기 때문이다. 소통은 실패. 그래서 슬픈 것이다.

에베레스트산에 왜 올라가는지는 올라가 본 사람만이 안다. 오르다가 죽은 사람은 그 죽음의 순간에 후회하고 있을까? 땅을 치고 통곡할까? 그렇지 않다. 그런 쓰레기들은 에베레스트산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도 없다.

웃으면서 빠이빠이 할 수 있는, 성자의 마음을 가진 이만 그 산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이 있다. (물론 얼떨리우스 한 두 명 울부짖으며 죽었겠지만 그들은 논외.) 그러므로 그들은 그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그들의 담담함을 질투하지 말라. 만약 에베레스트의 신이 더럽힘을 용서한다면 나도 그 하얀 눈밭에서 죽고 싶을 뿐이다. 부디 이르노니 미학으로 보는 관점을 받아들이라. 그대 삶의 형태를 바꾸라.

최진실은 평범한 사람이다. 평범한 사람도 어떤 지극한 경지를 봐버리면 그 상황에서 어떤 반응을 하는지 알게 한다. 당신도 그 사람의 처지가 되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안죽으면 된다’는 생각은 에베레스트에 안 가면 된다는 생각과 같다. 맞다. 안 가면 된다. 누가 가라더냐? 그러나 그 곳에 가는 사람이 있기에 우리 인류는 여기까지 왔다.

처음 신대륙으로 간 사람 중 절반이 첫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었다지만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미국이 있는 것이다. 평범하게 살다가 평범하게 죽을, 단지 숫자나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쓰지는 않는다.

비범하게 살다가 제 명에 못 죽을 바보들을 위하여 이 글을 쓰는 것이다. 왜 미학적 관점에서 보지 못하는가?

한 알의 빛나는 다이아몬드를 캐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흑인 아이들이 저 아프리카에서 고통받아야 하는지 아는가? 그 고통을 생각하면 마땅히 다이아몬드 반지를 던져버려야 할 것이다. 그렇게 버리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 문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죽는다.

깨달음은 그 다이아몬드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다이아몬드를 취하고 그 다이아몬드의 가치에 걸맞게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내는 일이다. 그 아프리카 아이들의 고통을 헛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99퍼센트의 결함에 눈 감고, 빛 나는 1퍼센트에 눈 떠라! 그래야 한다. 그래야 삶을 바꿀 수 있다. 99퍼센트를 선택한 자들은 행복한 돼지로 잘 살다가 소시지로 변하고 1퍼센트를 선택한 특별한 이들이 그 소시지를 먹는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편안한 정글의 안전한 나무 위를 버리고 맹수가 듫끊는 사바나로 내려와서, 줄곧 사자와 하이에나떼에 쫓기며 하체를 단련시켜온 무모한 바보들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에베레스트로 간 그 바보들처럼 그들은 두려움과 설레임 가득한 미지의 새로운 세계로 떠났던 것이다. 왜? 매혹되었기 때문에. 눈이 멀었기 때문에. 판단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가슴 두근거림 때문에. 열정 때문에. 사랑 때문에.

그때 그 사자가 없고, 하이에나가 없는 편안한 나무 위를 선택한 현명한 자들은 아직도 아프리카 정글 속 나무 위에서 원숭이로 잘 살고 있다.

에베레스트에서 죽었다는 결과만 보지 말고.. 그 사람이 에베레스트가 품어준 특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는 적어도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을 만큼의, 그래서 삶이 시시해보일 만큼의 그 무언가를 본 것이다. 거기에 매혹된 것이다. 매혹되기를 두려워 하는 자와는 대화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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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인순이가 예술의 전당을 대관하지 못해서 불만이란다. 무엇이 불만일까? 대중음악에 대한 차별? 예술의 전당은 특별한 소리를 내기 위해 특별한 설계를 가한 특별한 시설이다.

그 미세한 소리의 차이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은 대중음악이 아니라 클래식이다. 대중음악은 그냥 대로변에서 해도 되고, 자기집 마당이나 옥상에서 해도 된다. 과연 인순이가 ‘조용필은 되는데 나는 왜 안 되나’ 하는 자존심 때문에 시비하는가 아니면 클래식이 끌어낼 수 있는 미세한 소리의 차이를 끌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그 소리의 차이를 끌어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달려드는가?

과연 진정한 소리에 대한 욕심인가? 아니면 개인의 자존심 주장인가? 진정한 소리에 대한 욕심이라면.. 그 소리를 예술의 전당 아닌 다른 장소에서라도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순이는 아직 그러한 시도를 보여준 적이 없다. 진정성을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 인순이는 왜 반드시 예술의 전당이어야 하는지를 전혀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미세한 소리의 차이, 그 작은 차이를 위해 목숨이라도 내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바란다. 진정성을 증명하기 바란다. 그런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그렇게 삶의 형태를 바꾼 사람이 나의 글을 읽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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