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3172 vote 0 2008.09.03 (14:04:15)

이명박의 쇼생크 탈출
대한민국 거대한 몰락의 서두에서 길을 묻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모건 프리먼의 가출옥 심사 장면을 회상하기다. 모건 프리먼은 자신이 훌륭하게 교화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심사관들에 의해 번번히 퇴짜를 맞는다. 왜? 눈빛이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설득은 먹히지 않는다. 삶에 대한 의지가 남아있는 한 다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감옥 안에 있는 것이 더 낫다는 촛점잃은 노숙자의 눈빛을 보일 때라야 가석방은 허용된다.

그렇다. 희망이 문제다. 이명박 경제는 경마장 경제다. 경마꾼들은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설사 한 두번 고배당을 맞더라도 잃어버린 돈이 만회될 리는 없다. 그런데 왜? 희망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학습본능이 있다. 학습 유전인자가 문제다. 학습 유전인자가 희망 호르몬을 생산한다. 인간의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그 호르몬의 작용이 문제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원초적인 약점이다.

경마장에서 배팅요령은 여러가지가 있다. 예시장에서 말을 관찰한다든지, 목요일 새벽조교를 관찰한다든지, 기수의 기승능력과 주로전개를 추론한다든지, 특정한 말의 기록을 추적한다든지 등등 여러가지가 있다.

모든 경우의 수에 있어서 골고루 실패를 맛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학습본능이 발동하여 자신이 아직 실천해 보지 않은 미지의 배팅방법을 찾아 끝없이 주변을 배회한다.

모든 방법에서 실패하고 더 이상 실패를 학습할 것이 남아있지 않을 때 달관한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는데 있다. 완벽하게 절망했다면 비로소 새로운 하늘이 열리고 또다른 희망의 메시지가 떠오른다.

어느 순간 돈이 돈으로 보이지 않는다. 인생이 허무해진다. 그때부터 자신의 성격을 개조한다. 평생 남에게 돈 빌려달라는 소리 한번 못해본 소심한 사람이 갑자기 호탕한 성격의 대인배로 변신한다.

가까운 친척부터 먼 학교동창 까지 찾아내어 돈을 빌려대기 시작한다. 성격을 바꾸고 동선을 바꾸면 신천지가 열린다. 끝없는 탐구와 모험과 학습은 계속된다. 끝내 경마장이라는 지옥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명박은 이미 달관한듯 하다. 눈빛이 풀렸다.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 대운하로 망하고, 환율조작으로 망하고, 주가폭락으로 망하고, 고물가로 망하고, 747로 망하고, 촛불로 망하고, 그는 골고루 실패를 맛보았다.

그러나 아직 부동산 투기 조장이라는 신천지 개척의 꿈이 남아있다. 일본이 거품경제로 망해먹고 미국이 모기지론 사태로 망해먹었다는 그 화려한 몰락의 세계. 초절정 고수들만이 맛볼 수 있다는 꿈의 세계가 남아있다.

줄 끊어진 번지점프의 짜릿한 모험을 그는 아직 해보지 않은 것이다. 지금 입이 헤벌어졌다. 꿈의 나래가 막 펼쳐지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예고편이었다. 하여간 경마꾼 몰락의 5단계는 이렇다.

1) 초심자의 행운을 노리는 단계
2) 다양한 배팅방법의 조합을 탐색하는 단계
3) 고수를 찾아다니고 끼리끼리 인맥 만들며 수준을 업그레이드하는 단계
4) 자기 성격을 뜯어고치고 뻔뻔해져서 집안을 통째로 말아먹는 단계
5)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를 깨닫는 노숙체험의 단계

이명박 경제의 몰락 코스는 아직 2 단계에 와 있을 뿐이다. 지하층 밑에 지하 2층 있고 그 밑에 더 큰 지옥문이 입을 벌리고 있다. 그는 끝장을 보고도 한 번 더 보아야 오르가즘을 느낄 위인이다.

주가가 폭락한다. 충분히 폭락했는데도 폭락은 계속된다. 왜? 희망 때문이다. 개미들의 희망이 살아있는 한 주가는 결코 상승하지 않는다. 개미들이 손실을 복구하기 위해 치고 빠지기를 거듭하며 장을 흐려놓기 때문이다.

큰손들이 그것을 알기 때문에 개미들이 손을 털고 완전히 시장을 떠날 때까지 장난질을 멈추지 않는다. 개미들이 완전히 이탈해야 큰손들의 장악은 가능해지고 그들이 시장을 장악해야 주가는 탄력을 받는다.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하얗게 표백되지 않으면 안 된다. 네 마지막 남은 한 가닥 꿈을 하얗게 불태우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짜내지 않으면 안 된다. 순수한 제로가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번번히 실패해서 완벽하게 길이 막혔다 해도 여전히 우회하는 방법은 두엇 남아있다는 거다. 완전히 탕진해서 알거지가 되었다 해도 또 그를 경마장으로 유인하는 무언가가 있다.

폐인의 코스는 멀기만 하다. 김영삼의 절대나락으로 부족해서 이명박의 완벽탕진으로 재실험하고 그것으로 부족해서 어리버리 정몽준 카드와 겉멋들이 박근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정신차리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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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국정당화를 주문했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해찬, 유시민이 가세한들 민주당이 되살아날까? 그럴 리 없다. 민주당의 정체성 혼란을 심화시킬 뿐이다.

민주당 역시 거덜나지 않았다. 그들의 거덜나기 실험은 계속된다. 민주당은 알거지 5단계 중에서 지금 3단계의 실험에 집착하고 있다. 그들은 앞으로 두번 쯤 더 망해보아야 태도를 바꾼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자. 민주당은 잘해봤자 DJ시절 자민련 역할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 정치에서 발을 빼는 방법으로 커다란 정치의 공백을 조성하고 있다. 그 빈 공간의 존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 빈 공간의 크기만큼 나중 다시 뭉칠 때 가속도의 크기가 결정된다. 희망이 문제다. 그들은 거대한 몰락을 꿈 꾸고 우리는 거대한 반전을 꿈 꾼다. 갈 때 까지 가보는 거다. 주인공이 다 죽어야 끝나는 드라마 아니겠는가.

www.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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