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7515 vote 0 2008.08.27 (22:13:22)

“이명박 정권은 불교를 차별했나?”
‘팽배한 반지성주의가 만인대 만인의 진흙탕 개싸움으로 발전했다’

사찰의 대규모 불사라든가 국립공원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 문제 등으로 권력측에 약점이 잡혀 있는 불교계가 들고 일어난 것은 상당히 의외다. 이명박 정권이 불교를 차별한다고 하는데 과연 차별을 했는지 의문이다.

지도 사이트에 사찰정보가 누락된 건이나 교회 행사에 어청수 경찰청장의 사진이 붙은 건이나 조계종 총무원장을 검문한 것이 불교차별의 방증은 되겠으나 직접증거로 보기에는 약하다.

실무차원의 잘못이 있었지만 정권이 조직적으로 차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표면에서의 구실이 그러할 뿐 이면에서의 본질은 따로 있다. 문제는 이명박 정권이 아니다.

표면과 이면이 있다. 이전의 황우석 문제나 심형래 소동이나 다 마찬가지다. 황우석 개인의 비리나 심형래의 애국심 마케팅 따위는 시비를 걸기 위한 표면의 구실일 뿐 본질은 이 사회의 계급갈등이다.

대중을 통제하려는 지식인의 욕망과 지식인을 통제하려는 대중의 욕망이 충돌한 사건이다. 쇠고기 사태도 마찬가지다. 미국 쇠고기가 과연 안전한지의 과학적 사실여부는 애초에 다수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이 대중의 여론에 의해 통제되는 민주정권인가 아니면 통제불가능의 독재정권이냐다. 독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대중의 여론과 시민사회의 공론이 반영되지 않으면 그것이 바로 독재다.

광우병 쇠고기보다 폭주하는 이명박 정권의 통제불가능성이 더 무섭다. 대중이 어떤 방법으로도 이명박 정권을 용이하게 통제할 수 없다는 좌절감이 촛불로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 그것은 좌절감의 표현이다.

흔히 소통이 막혔다고들 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말이 막힌 것이 아니다. 말은 충분히 오가고 있다. 지금 정부나 시민단체나 뻔한 사실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동문서답을 한다.

말이 막힌 것이 아니라 소의 코뚜레가 끊어졌고, 개의 목줄이 끊어졌고, 말의 재갈이 사라진 것이다. 속된 말로 ‘생까면 그만’인 상황이 벌어진 거다. 말로 소통하는 수준은 넘었다. 물리적 충돌은 필연적이다.

까놓고 이야기하자. 이명박 정권이 특별히 불교를 차별한 것이 아니라 대선 전후로 보수 기독교계가 이명박 정권을 이용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대선과정에서 기독교계가 우리 사회의 묵시적인 룰을 어기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이며 불교계의 누적된 불만이 터져나온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불교의 충돌이 아니라 얼키고 설킨 우리 사회의 전방위적 갈등이 노사갈등, 이념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을 넘어 이제 종교갈등으로도 터져나온 것이다. 새로운 메뉴 하나 추가다.

불교가 겉으로는 이명박 정권을 비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독교계를 비난하고 있다. 타 종교와의 수평적 공존을 거부하고 힘을 믿고 위세를 부린 기독교 공동체 전체의 책임이다. 매는 기독교가 맞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명박 정권이 불교계에 사과를 한다고 해서 해결될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드러나게 잘못한 것이 없으니 사과하고 싶어도 할 말이 없다. 사과는 이명박이 아니라 기독교계가 해야 한다.

일부 기복신앙으로 변질된 기독교 공동체 내부에서 자정노력이 있어야 한다. 내부에서 걸러내지 못하면 외부에서 따귀 날아온다. 그리고 참회는 불교계 내부에서 먼저 일어나야 한다. 모든 종교가 감시되고 비판되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종교가 쇠퇴할 조짐이라 생각한다. 과거 어려운 시절에 종교는 약하고 힘없는 자를 격려하는 일을 했다. 이제 사회가 발전하니 종교가 돈은 벌었는데 역할이 없어졌다. 종교가 사회에서 역할이 없어지니 정치에 개입해서 무리하게 역할을 만들려고 한다.

지금 종교의 근본이 무너져내리고 있다. 신도가 늘고 헌금이 늘어 대궐같은 건물이나 지어봤자 사회적 역할이 사라지면 존경받지 못하게 된다. 더 낮은 곳으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그대로 휴거된다.

스님 신돈이 정치에 개입하자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섰다. 기독교가 정치에 개입하자 나라가 거덜날 판이다. 역사가 일천한 기독교가 그동안 사회에 기여한 것에 비해 너무 큰 힘을 가졌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불교가 기독교에 맞설 힘이 없으니 우회적으로 정부를 때리는 것이다.

사회는 무수한 밸런스들의 집적에 의해 유지된다. 그 밸런스가 무너졌다. 노사의 충돌, 빈부의 충돌, 좌우의 충돌, 세대의 충돌, 지역의 충돌이 벌어진다. 종교갈등도 그 무수한 충돌의 한 파편에 불과하다.

지금 전방위적으로 충돌하고 있다. 정치가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는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것이 정치의 역할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 나서는 정치인도 없다.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깨우쳐줄 야당의 인물도 없다.

해방이후 50년 간 독재자의 철혈에 의해 유지되던 사회가 지난 10년 간은 민주정권의 도덕적 권위에 의해 유지되었다. 그리고 이제 정권의 도덕적 권위마저 사라져 버렸다. 권위라고는 없는 순수한 민주정부(?)가 들어서자 사회가 난장판으로 변해버렸다.

이명박의 실용주의란 것이 무엇일까? 민주적으로 한 번 해보자는 것이다. 민주적으로 하면? 당연히 목청 큰 쪽이 이긴다. 말 많은 쪽이 이긴다. 숫자가 많은 쪽이 이긴다. 떼 쓰는 쪽이 이긴다. 돈 많은 자가 이기고 반칙하는 자가 이긴다. 천하대란에 빠져버린다.

사회에 최소한의 질서는 있어야 한다. 그 질서는 독재자의 총칼에서 나와서 안 되고, 조폭의 주먹에서 나와서 안 되고, 재벌의 돈에서 나와서 안 되고, 조중동의 배후조종에서 나와서도 안 된다. 민주정부의 도덕적 권위와, 전문가 집단의 양심과, 과학의 생산성에서 나와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민주주의를 오해하고 있다. 다수가 힘으로 밀어붙이는게 민주주의는 아니다. 승자가 독식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민주주의가 만능은 아니다. 여러 사회주의적 가치들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보장은 넓히고 경쟁은 좁혀야 한다. 모든 형태의 경쟁은 감시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다.

한국인들은 왜 이명박을 찍었을까? 애초에 이런 난장판을 원했던 것이다. 노태우의 중간평가 공약이 먹힌 예와 같다. 2라운드가 벌어진다면 거기에 호기심을 느끼고 함부로 표를 던진다. 흠결있는 약체 대통령이 뽑혔다. 기다리던 2라운드가 벌어졌다. 당신들은 처음부터 이런 게임을 원했다.

1라운드가 대선이면 2라운드는 난장판 개싸움이다. 좌파와 우파가 거리에서 대결하고, 기독교와 불교가 세과시로 대결하고, 노동자는 파업으로 재벌은 폐업으로 힘대결을 벌인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인터넷에서 악플로 대결하고, 수도권과 지방이 김문수 놓고 대결한다.

존경받는 스승이 없는 사회다. 마지막 양심의 보루 노무현 세력 몰아내고 팽배한 반지성주의가 만인대 만인의 진흙탕 개싸움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국인의 자업자득이다. 대란으로 대치에 이른다 했다. 대란이 일어났으니 대치가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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