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펌.. 페친이 아니라서 평가는 못해주고
류근
어떤 존경하는 페친께서 아래 시를 자신의 담벼락에 소개하신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저 시가 수록된 시집이 '창비'라고 잘 못 나와 있는 게 떠돌고 있어 그
걸 바로잡아 주려고 댓글을 달다가 마침 거기 달린 어떤 훌륭하신 독자님의 시평 댓글
을 읽게 되었다. 한 분이 두 개의 댓글을 달았는데, 심금을 울린다. 아, 시바, 크게 감동
받았다. 내 시집 해설해 주신 평론가 최현식 교수님께도 일독을 권한다. 페친 여러분
들께서도 아래 졸시를 감상하신 후 저 평가에 대해 평가해 주시길.
----------------------------------------------------------------------------
계급의 발견
술이 있을 때 견디지 못하고
잽싸게 마시는 놈들은 평민이다
잽싸게 취해서
기어코 속내를 들켜버리는 놈들은 천민이다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술 한 잔을 다 비워내지 않는 놈들은
지극히 상전이거나 노예다
맘 놓고 마시고도 취하지 않는 놈들은
권력자다
한 놈은 반드시 사회를 보고
한두 놈은 반드시 연설을 하고
한두 놈은 반드시 무게를 잡고
한두 놈은 반드시 무게를 잰다
한두 놈은 어디에도 끼어들지 못한다
슬슬 곁눈질로 겉돌다가 마침내
하필이면 천민과 시비를 붙는 일로
권력자의 눈 밖에 나는 비극을 초래한다
어디에나 부적응자는 있는 법이다
한두 놈은 군림하려 한다
술이 그에게 맹견 같은 용기를 부여했으니
말할 때마다 컹컹, 짖는 소리가 난다
끝까지 앉아 있는 놈들은 평민이다
누워 있거나 멀찍이 서성거리는 놈들은 천민이다
먼저 사라지는 놈들은 지극한 상전이거나 노예다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고 가지도 않은 놈은
권력자다
그가 다 지켜보고 있다
- 류근, 『상처적 체질』, 문학과지성사, 2010
----------------------------------------------------------------------------
AAA : 군집생활하는 동물들은 다 서열을 정한다고 하니 인간사회에서
서열이 정해지는 것을 계급이든 뭐든 명칭에 관계없이 없앨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때 그때 서열에 맞춰 행동하는 것으로 평민이니 천
민이니 권력자니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만약 그 서열이 평생 그리고
대대로 고착된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말이야. 우리사회가 신분제 사회는
아니지. 이 시를 쓴 시인은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거 같구나. XX야 너
는 피해의식과 컴플렉스에 쩐 이 시(?)가 솔직하게 보이냐? 그냥 감성팔
이에 수준낮은 주절거림으로 보이는데... 마지막에 권력자 그가 다 지켜
보고 있다니 스릴러물 찍고 있냐? 류근이라는 이 사람 참 허허허
AAA : XX야 시든 논문이든 공감이 되야 할 것 아니냐? 선배랑 술 마실
땐 나도 헤헤 거리고 후배랑 마실 땐 무게 잡고 잔소리 많이 한다 그래도
권력자니 천민이니 하는 생각은 안들어 이 시를 쓴 자도 바보는 아닐테
니 우리사회를 비유한 거라고 보는데 그렇게 보면 거칠고 졸렬한 비유지.
시적인 아름다움도 찾을 수 없고. 적어도 나에게는ㅋ XX야 너 영화 넘버3
에 나오는 랭보 좋아하는 이미연 같애;; 너무 심했나? ㅋㅋㅋ
낚이고 낚여주고 다시 낚여주고 크게 낚았음....ㅋㅋ
AAA.. 권력자 포지션
시 자체보다 시평에서 권력자를 행세함.
시가 아름다워야 할 이유는 없음.
한두 놈은 반드시 무게를 잰다.. 나
결론.. 계급은 없어도 포지션은 있다.
계급의 발견2
글이 있을 때 견디지 못하고
잽싸게 댓글다는 놈들은 평민이다
'ㅋㅋㅋ' 'ㅎㄷㄷ' 아싸 1빠'
잽싸게 달아서
기어코 할당량을 채우는 놈들은 알바다
'좌빨' '놈현' '종북'
댓글잔치가 끝날 때까지,
한 줄도 안다는 놈들은
지극히 상전이거나 노예다
댓글을 달지 않아도 말할 곳이 널린 놈들은
권력자다
한 놈은 반드시 중재하는 댓글을 달고
한두 놈은 반드시 댓글로 논문을 쓰고
한두 놈은 반드시 중립을 지키고
한두 놈은 반드시 한 쪽 편을 든다
한두 놈은 어디에도 끼어들지 못한다
스팸/악성 댓글들을 하나 둘 씩 달다가 마침내
하필이면 관리자와 시비를 붙는 일로
커뮤니티에서 쫒겨나는 넘들도 있다
어디에나 강퇴자는 있는 법이다
한두 놈은 꼭 댓글로 전쟁하려고 든다
키보드가 그에게 맹견 같은 용기를 부여했으니
줄마다 개소리가 울려퍼진다.
끝까지 전쟁을 지켜보며 한 줄씩 다는 놈들을 평민이다.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만 서성거리는 놈들은 천민이다
더이상 보지 않고 사라지는 놈들은 지극한 상전이거나 노예다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고 가지도 않은 놈은
관리자다
그가 다 지켜보고 있다
- 오세, 『회복적 체질』, 구조와지성사, 2013
장원 드십셔.
ㅋㅋ...you win
너무 웃겨요. 바로 이 맛.^^
오세님 짱!! ^ㅛ^)乃
지극히 상전이거나 노예는 물건너 가는군화...
오세님, 수고하셨소^^. 시간 많이 들였을듯...ㅡㅡ
멋집니다.
오세님 짱
미쿡은 오바마가 잡고
한국은 오세가 잡으면
저 세상 간 오사마빈은 억울해서 어쩔꺼나..
저 시가 재밌어서 막 웃었는데...
섬뜩하기도 했고요
다시 쓰자면 시를 읽고 뭔가에 걸려 마음이 뿔따구 난거.
저 시에 마음에 드는 포지션이란 없기 때문. 그런데 대체로 천민이나 평민 포지션 몫에서 자신이 보인다는 거에 낚여서 뿔따구가 난 것임.
마땅히 시와 자신을 분리시켜서 그 요지경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포지션을 취해야 함. 그 시선이 시와 대등한 시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