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read 3395 vote 0 2013.02.12 (03:40:20)

 

 

 

 

최근에 김어준 관련 동영상들을 보다가...

문득 내가 상실감에 빠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유없이 화가나고 짜증이 났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대가 나에게 준 상실감을 무의식적으로만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의 체험은 의식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조금 색다르다 여겨졌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동안 이런 상실감을 느꼈을까.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 상실감이 주는 이 독에 무대책으로 당했을까.
개인을 넘어서는 시대의 상실감...
특정하게 누구에게 화를 낼 수도

구체적으로 감정표현을 할 수도

참 막막한 감정 앞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무너져 내리고 또 일어서기를 반복 했을까.

한편으로 불안하기도 했다.

이런 기분나쁜 감정이 느껴지는 것에서

이 시대의 앞날을 예감 했기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무엇인가 손가락 사이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이 실제적으로 느껴지고 점점 기운이 없어질때
그 빠져 나가던 것이 상실감 이었나 보다.

내가 상실감에 빠져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아차 싶었다.

이 대책없이 나를 강타한 이 독에 내가 당했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 상실감이란 독은 느껴보는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내가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잃어가고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것을 알게 해 주니까.

이 독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그 상실감을 철저히 대면하는 것이다.
존엄을 회복하는 길과 정확하게 같다는 것.
상실감에 빠져서야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졌으로.
방향은 더 선명해진 것이다.
독화살 한방에 면역이 생겼을까...
앞으로도 멀쩡히 길 가다가 뒷통수 맞을 일 많을지도... 그냥 대책없이 독화살은 날라온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과연 상실감 없이 그냥 이 시절을 지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게냐...
이미 무의식에서는 알고 있었다.
단지 의식차원에서 이제서야 조우 했을 뿐.

그러나 의식 차원으로 떠올랐기에 상실감은 더이상 독이 아닐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웃음이 서린 슬픔이란 것을 알게 되어 껴안을 뿐.

 

 


프로필 이미지 [레벨:15]pinkwalking

2013.02.12 (16:00:49)

아름답고 행복한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밤,

사랑하는 연인을 나쁜 권력이 소집하는 강제 징집에 빼앗긴 신부의 마음이랄까.

조금 끄적이는 데도 집중하기가 힘들고

삐뚤어질 테다는 마음을 먹기도 전에 제대로 삐뚤어져 있었고

독화살 맞은 심장은 애꿎은 사람에게 독화살을 쏘아대고 있더군요.

제가 독화살에 맞았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독화살을 쏠 때 알았습니다.

그때 오는 부끄러움과 미안함과 괴로움이란......

 

누군가 그러더군요.

일제 36년동안 싸우던 독립운동가들의 계란으로 바위 치기 심정.

또 새삼 목이 메는군요.

 

이 상실감을 느끼기는 해도 표현해 버리면

내가 진짜 잃은 게 될까봐, 내가 잃은 걸 재차 확인하는 게 될까봐

아직 말하지 않았는데

덕분에 아란도님 글에 묻어서라도 마주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2.12 (20:30:07)

생각해보면...인생이 상실감의 연속이었소.
모른척 아닌척 살았던거고...
상실감을 느끼지 않고도 우리가 뭔갈 제대로 안다는 것도 어불성설이오.
상실감이 클수록 우리의 인생은 덤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2.12 (18:25:20)

김어준이 지금 대한민국에 없어서...혹은 활동을 못하니... 그렇다보니 미처 깨닫지 못한 느낌들을 마저 알게 된듯...

김어준이 활개칠만한 세상이 우리 역시 숨쉬기 좋다는 것을....활기없는 사회가 되어가는 지금... 김어준이 활개칠 세상을 잃어버린 상실감...바로미터....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2.12 (18:27:03)

김어준이 우리사회 공기측정의 바로미터였다는 것을 새삼 알게됨.
사회공기 정화제 였다는 것을....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3.02.12 (20:52:04)

탄갱속의 카나리아. 약한고리... 유럽에 망명하면 아휴...상실감 곱빼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2.13 (04:46:49)

약한고리가 있다면

이를 보호하지 않고서는 인간은 절대 존엄할 수 없다는 것을...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15門15門

2013.02.12 (21:01:36)

외면에서 대면으로 가는 길은 정말 힘든 길이더군요. 저는 지금까지도 외면하고 있는 중입니다.

비겁한 태도라는 건 알지만 정말 쉽지가 않아요. 이런 제 자신이 참... 웃프네요.^ㅜ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2.13 (04:48:18)

대면하고 싶어서 하는 대면은 아니고 그냥 몸도 마음도 아프니 저절로 대면하게 되는 것..ㅋㅋ

누군가 내 코뚜레를 뚫어서 끌고 가는 느낌...존엄이라는 그넘~~~~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992 알통굵기 40cm인 저는 꼴보수 인가요? 9 락에이지 2013-02-19 5159
1991 병만족이 배워야 할 거. 2 김동렬 2013-02-19 2599
1990 아멘일때 메롱인가. 아제 2013-02-19 2891
1989 독립음악가 김용 image 4 냥모 2013-02-19 3070
1988 닭대가리의 문제 2 김동렬 2013-02-18 5579
1987 쿠엔틴 타란티노의 장고를 보면서 4 까뮈 2013-02-18 3444
1986 미창과부 장관? 1 sunbee 2013-02-18 2737
1985 뭘까요? image 3 김동렬 2013-02-16 3922
1984 서울(Seoul)이 남한(South Korea)의 수도라고 한 것이 뭐가 어때서? 4 노매드 2013-02-16 3121
1983 어린이를 사랑하는 법 - 야누슈 코르착 4 이상우 2013-02-14 4309
1982 베어그릴스 VS 병만족 1 까뮈 2013-02-13 3860
1981 상실감과 김어준 image 2 아란도 2013-02-13 5005
1980 허세 image 7 오세 2013-02-12 4354
» 상실감(1) 8 아란도 2013-02-12 3395
1978 알던거지만 재탕 13 차우 2013-02-11 3687
1977 이건희는 왜 쁘띠거니가 되지 못할까? image 2 15門 2013-02-08 9745
1976 뇌가 섹시하다는 남자 5 솔숲길 2013-02-08 3912
1975 신형포르테 image 지명 2013-02-08 2691
1974 뇌과학 강의를 듣다가, 입술+손가락+눈동자의 링크 2 오세 2013-02-08 2826
1973 순서 2 mrchang 2013-02-06 2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