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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오세
read 3937 vote 0 2013.02.09 (14: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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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병준씨의 강연을 글로 옮긴 것이오. 

강연의 핵심은 이렇소. 


-문재인이든, 박근혜든, 결국 현재 국가단위의 의사결정구조가 도저히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임.

-정책문제의 대량화, 구조의 복잡화라는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해결의 신속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상황. 

-그러나 국회는 농경 또는 초기 산업시대의 유물인 국회는 도저히 합리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가 없는 구조

-이러한 의사결정구조의 한계를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차지한 것이 로펌, 회계법인, 관료 테크노크라트, 기업 로비단체 등. 

-이러한 이익단체들의 의사결정과정 개입으로 인해 결국 [합리적 의사결정]은 날이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음.

-국회라는 국가 단위의 의사결정구조의 <구조적 문제>부터 손을 봐야지, 이걸 사람 바꾸기, 국회의원 수 줄이기 등의 미봉책으로 덮어선 안 됨. 

 -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하여 국회의원들의 권한 못지않게 책임도 강화시킨다던지, 지방정부에 중앙정부의 권한을 대폭 이양해 의사결정의 속도를 늘린다던지 하는 구조적인 개혁이 필요한 시점. 


이러한 고민이 참여정부 때부터의 고민이었고, 노무현의 고민이었고, 진짜배기 노무현 세력들이 고민한 지점이었다는 것.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의 고민은 하고,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자격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소?


구조론에서는 의사결정의 정확성과 속도는 반비례한다고 말하고 있소. 

의사결정에 만전을 기할수록 정확성은 늘어나지만 속도는 줄어들테고, 

의사결정 속도를 늘이면 빨리빨리 결정은 되겠지만 대신 정확성이 희생되고,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과연 무엇이겠소?



-----------


새로운 정치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합리적이고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할까에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국가운영은 결정의 연속입니다. 국가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결정이 합리적으로, 또 시의적절 하게 내려져야 하죠. 그런데 우리의 형편은 어떻습니까? 결정의 속도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합리성 또한 점점 더 떨어지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단편적이기는 합니다만 의회, 즉 국회의 문제를 잠시 짚어보죠. 사실 의회 자체가 농경시대의 유물입니다. 그래서 모이는 것도 추수 끝나고 모여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집으로 돌아가고 했죠. 요즘과 같은 지식경제체제에는 잘 맞지 않는 시스템이죠. 무엇보다 정책문제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국회가 생성되던 농경시대나 그것이 발전해 왔던 초기 산업시대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겁니다.

 

우선 정책문제의 수가 달라졌습니다. 상정되는 문제의 양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겁니다. 미국 의회만 해도 남북전쟁 이전에는 상정되는 법안의 수가 불과 몇 개였습니다. 그 몇 개를 가지고 몇 달씩 논의하곤 했죠. 그런데 요즘은 다르죠. 수많은 법안이 올라옵니다. 그것도 엄청난 경쟁을 통해서 말이죠. 올라오지 못하고 사라지는 정책문제들이 훨씬 더 많죠.

 

또 있습니다. 정책문제의 구조도 매우 복잡해 졌습니다. 농경시대나 초기산업사회는 문제와 문제가 얽혀있는 게 적은데 지금은 온갖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노동문제는 환경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환경문제는 경제문제와 연결되어 있고........ 이걸 해결하면 저게 터지고, 저걸 해결하면 이게 터지죠. 이해관계 구조도 훨씬 복잡해 졌고요.

 

또 요즘의 문제는 그 해결에 있어 신속성을 요구하는 게 많습니다. 빨리 해결해야 됩니다. 길게 시간을 끌 수가 없어요. 또 있습니다. 해결에 있어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도 많습니다.

 

자, 어떻습니까? 정책문제가 대량화 되었죠, 구조는 복잡해 졌고요. 게다가 해결에 있어서는 신속성과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의회제도가 생겨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의 모습과 완전히 다른 거죠. 이런 상황에 의회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까요?

 

우선 대량화 문제부터 대응을 못하죠. 국회가 일사불란한 군대조직이 아니지 않습니까? 심사와 숙고의 장이고 논의와 타협의 장입니다. 국회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 더 이상 국회가 아니죠. 물론 국회 나름대로 대응을 하기는 했죠. 어떻게 하느냐? 옛날에는 본회의 중심으로 운용되던 것을 상임위원회 중심 구조로 바꿨죠. 본회의 중심으로 운용하면 한 문제밖에 못 다루지만 상임위원회 중심체제로 운영하면 동시에 상임위원회 수만큼 처리를 할 수 있는 거죠.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 본회의는 대충 그냥 통과시키는 겁니다.

 

상임위원회 중심체제로도 감당이 안 되니까 나중에는 소위원회 중심체제로 움직이죠. 소위원회 통과하면 상임위원회를 그냥 통과하고, 또 본회의도 그냥 통과하는 겁니다. 본회의에 참석한 다른 상임위원회 소속의 국회의원은 그게 무슨 안건인지도 모르고 그냥 통과시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문제를 만들까요. 결국 소위원회나 상임위원회 소수 국회의원이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이해관계 세력들이 그냥 두겠습니까? 국회의원 전체라면 엄두를 못 내겠지만 몇 명의 국회의원이야 쉽게 포섭을 해 버립니다. 로비집단이나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또 이들에 포섭된 관료조직까지 이를 위해 맹렬히 움직이게 되는 것이고요. 결국 여기저기서 관료조직과 국회의원 그리고 이해관계 세력과 법무법인 등이 연계된 ‘철의 삼각형(iron triangle)’ 또는 철의 사각형 등이 수없이 형성되는 거죠. 정책과정의 합리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요.

 

신속성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갈 수가 없습니다. 국회가 신속하게 움직이면 국회가 아닙니다. 전문적인 것도 마찬가지죠. 보강이야 하죠. 스탭조직을 강화해 가면서 말이죠. 실제로 전문인력들이 많이 보강되었죠. 입법 보좌기구도 생겨나고, 또 강화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 또한 한계가 있습니다. 국회 쪽의 테크노크라트들이 관료조직의 테크노크라트와 연합을 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하고, 이들이 국정을 주도하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요.

 

이런 일반적 환경 위에 우리 국회는 그 정치적 특성으로 인한 모순까지 드러내고 있습니다.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또 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절 국회의원들은 권한도 없고 책임도 없었습니다. 거수기 노릇을 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상당한 권한을 가지고 있죠. 어떤 권한이냐? 무엇을 추진하기 위한 권한은 없어도 못하게 하는 권한은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거죠.

 

권한이 강해진데 비해 책임은 별로 없습니다. 국정이 잘못되면 대통령에게 십자가를 씌우거나 동료의원들에게 그 화살을 돌리죠. 대통령을 사실상 쫒아 내기도 하고, 공천혁명 운운하며 동료의원들을 잘라내죠. 당 이름을 바꾸기도 하고요. 그래서 국민들은 또 속아 넘어가고요.

 

빠져 나갈 구멍이 곳곳에 있는데 굳이 합리적 결정을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이유가 있을까요? 적당한 도마뱀 꼬리 자르기와 새로운 인물의 영입을 통한 분칠, 상대에 대한 분노 유발 등으로 연명을 하는 거죠. 당내 갈등만 부추길 정책논쟁은 할 이유도 없고요.

 

어떻게 하면 국회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해 줄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수 있을까?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사람 바꾸는 것을, 아니면 특정 세력이 이기는 것을 정치개혁의 출발로 주장해서도, 또 그렇게 여겨서도 안 된다는 겁니다. 국회의원의 수를 줄이고 어쩌고 하는 식의 안철수식 정채개혁안은 더욱 우스운 일이 되는 것이고요.

 

의회제도 자체의 문제는 뒤로 하고 현실적인 문제만 생각해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국회의원들이 빠져 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막아 버릴 수 있을까? 노무현정부가 잘못 되었으면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은 망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이명박정부가 잘못 되었다면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도 망해야 마땅한 거죠. 이게 안 되니 도덕적 해이야 발생하는 겁니다. 정책정당으로서 발전이나 합리적 의사결정 역량의 제고는 생각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고요.

 

결정의 속도와 관련하여 대통령제가 지닌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큰 과제입니다. 내각제 국가에 있어서는 내각의 결정의 곧 의회의 결정이 되고, 의회의 결정이 곧 내각의 결정이 됩니다. 한 라운드로 결정행위가 끝나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행정부 한 라운드가 있고, 이후 다시 국회 한 라운드를 돌게 됩니다. 이 두 라운드 모두에서 이해관계자들의 대립과 갈등이 심각히 반영되고요. 빠른 결정이 내려질 수 없죠.

 

참여정부 시절 조사한 바에 따르면 행정부에서 시작한 의제가 행정부 결정을 거쳐 국회를 통과한 후 집행단계에 이르는 기간이 평균 35개월, 즉 거의 3년 걸립니다. 이러고도 국가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까요? 대통령만 잘 뽑고 국회의원만 잘 뽑으면 나라가 잘 된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가끔 하는 말입니다만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그리고 안중근 의사가 다 함께 와도 안 될 문제입니다.

 

한두 가지 문제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우리의 현실과 관련된 문제만 해도 고민이 깊고 또 깊어야 되겠지요. 예컨대, 이런 건 어떨까요? 즉 국무총리를 여당의원들이 선출을 하게 하여 내각제적 요소를 강화하는 겁니다. 꼬리 자르기와 분칠로 빠져 나갈 수 있는 길이 어느 정도 차단되지 않을까요?

 

또 이런 건 어떻습니까? 속도의 문제와 관련해서 분권을 강화해서 중앙정부의 의사결정 부담을 줄여주는 겁니다. 지방으로 결정권을 분산하면 그만큼 빠른 속도의 결정이 이루어지고, 또 상호 경쟁과 실험을 통해서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요?

 

한두 가지 예를 든 겁니다만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좀 더 크게, 좀 더 깊이 말이죠...... (중략)


원문은 http://www.socialdesign.kr/news/articleView.html?idxno=6713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3.02.09 (19:40:51)

이 분 최고라는 말 여러사람들이 하더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2.09 (20:06:58)

이 양반도 방향제시는 못하고 디테일한데 얽매여 있소. 

말은 맞는거 같은데 매가리가 없소.

프로필 이미지 [레벨:16]노매드

2013.02.10 (06:28:00)

잘 기억은 안나지만, 이정우 만큼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참여정부의 원리주의자로 기억하고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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