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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기똥찬
read 3183 vote 0 2013.01.08 (14:36:22)

SBS 리더의 조건에서 한 기업의 직원복지 사례가 알려지면서 요즘 큰 반향을 일으키네요.

그러나 오늘도 역시 제 일터는 전쟁터 같은 직장생활이 시작되네요.

 

우리 회사는 10명에서 13정도 인원이 왔다갔다 하는 곳인데, 직원들은 1년 미만이 대부분이구, 오래 못버팁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 소개돼 있습니다. 좀 오래 버티나 하면 사장은 자신이 설정한, 책읽거나 주변사람들의 말에 의해 끊임없이 추가되는 각종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짜릅니다. 일은 참 즐겁고 재미있는 분야인데, 늘 전쟁터가 되는 이유는 60전후의 사장님 철학 때문이죠.

 

사장님의 용어매뉴 : 정리정돈, 디테일, 완벽, 보고...

 

전형적인 관리형이랄까요? 매일 A4 30매 분량의 개인 업무일지를 관리정리해 이메일로 보고하고 다음날 아침이면 한명씩 불려갑니다. 업무일지의 오탈자부터 각종 사항들이 지적대상이 됩니다. 주간계획서도 쓰고 매주 한차례 전체회의에서는 주로 1~2시간 훈화 말씀이 이어집니다. 물론 자신의 ‘철학’을 반복 하면 직원들은 꼼꼼하게 훈화말씀을 받아 적어야 합니다. 그리고는 퇴근 전 업무에 훈화말씀을 업무일지에 정리해야 합니다. 때론 훈화말씀 정리가 미약하다 싶으면 전 직원의 훈화기록을 통합하여 다시 정리하라는 지시도 내려집니다. 직원들은 이외에도 늘 혼나는데 주로 수시보고 중간보고, 결과보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이고요.

매월말에는 한달 업무 평가서를 쓰고, 연말에는 몇 년 계획서 뭐 이런 것들을 쓰게 합니다. 끊임없이 피드백을 요구합니다.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 합니다.

 

물론 자신의 논리가 있죠.

- 세계최고 경영자 웨렌버핏은 사장은 직원에게 하나의 이야기를 수백번은 해야 겨우 1번 한거와 같다고 말했다.

- 책상 정리정돈 안되는 사람은 업무에서도 정리정돈 안된다.

- 회사는 군대이고 보고에서 시작해 보고로 끝난다. 복명복창의 보고가 안되면 전쟁에 지고 기업은 망한다.

- 메모하지 않는 사람의 습관은 업무에서도 메모하지 않는다.

- 예의, 인사, 태도가 바르지 않으면 업무에서도 나타나니 그래서 회사를 망친다.

- 오탈자 하나가 회사를 망친다.

- 업무일지를 완벽하게 쓰는 습관이 완벽하게 일처리할 수 있는 교육이다.

- 한 사람보다는 팀이 중요하고 우리 회사의 가치관이 중요하다.

- 이런 것에 못하겠다면 그 사람은 바이러스로 팀을 헤친다.(귤이 하나 썩으면 귤상자 귤이 다 썪는다) 그래서 기준에 맞지 않으면 나가야 한다.

- 회사는 직원이 키우는 거다.

- 나의 이런 철학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조직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니 회사를 망친다.

- 성공한 사람들 모두 사소한 것들이 회사를 망친다고 하니 사소한 것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

- 직원들의 모든 것을 알아야 나와 코드를 맞출 수 있다.

 

지난주 사건이 또 하나 터졌네요.

회사의 팀워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직원 신년 워크샵이 잡혔습니다. 워크샵 전날 사장은 팀장을 따로 불러 워크샵에 가지 말라고 지시했죠. 이제 2년차가 되는 실무 최고참이고 그 밑 직원은 모두 1년차 미만인데, 실무책임자에게 워크샵을 가지 말라니. 사실상 해고에 준하는 통보입니다.

 

이 결정의 발단은 지난 연말, 내가 꿈꾸는 회사의 미래상, 나의 미래상, 그런 과제와 좋은 회사란, 그런 회사에 있는 직원들의 상은? 어떤 직원들이 많으면 좋은 회사가 되나? 이런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작성하라는 지시를 냈습니다.

 

당연히 팀장은 좀더 시스템적인 기업조직과 효율적인 역할분담 등 회사의 구조적인 것들이 잘 정비되고 그런 회사가 좋고 그런 회사들이 회사가 발전한다.. 식으로 정리했던가 봅니다.

딱 봐도 알 듯, 실제 업무는 그냥 멀티플레이로 이것저것 정신없이 하는 식이지요.

사장은 심각한 불안과 위기감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 썩은 귤하나가 전체 귤박스를 망친다.

- 회사는 개인보다 팀워크다.

- 직원들이 열심히 노력해야 회사는 발전한다. 회사에 바라기 전에 스스로 열심히 하겠다는 주인정신이 필요하다. 내 철학과 맞지 않는다.

- 일로선 중요하지만 정체성이 안 맞는 한명이 전체를 망친다.

- 그래 난 과단성 있어. 힘들더라도 정체성에 맞지 않는 한 명은 팀 전체를 위해 희생시킬 용기가 있어..

 

연말에 뭐, 이런 고민을 한 후 결국 그런 결정을 내린 셈이죠.

 

직원을 새로 뽑아 가르치면 되고... 올 사람은 늘 있고, 또 새로 뽑아 시시콜콜 가르치면 금세 이등병을 일병으로 만들죠. 그런 식으로 회사는 하부구조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식으로 나름 장점을 발휘하며 굴러갑니다.

사장의 자부심 역시 대단하지요. 자신의 이런 철학들을 이해하고 따라오면 인생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늘 조직은 혼란스러움 그 자체네요.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겠지, 하면서 사는데...

그런데 한편으로 직원의 시각이 아니라 사장의 시각으로 보면,

사장도 어떤 측면에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추구하고 있고(그러다 보면 뭔가가 만들어지죠)

개인보다 팀중심의 철학을 고수하고 있고

사장의 세계로 봤을 때 나름 구조를 만들어놓고 태우고 버리고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렇게 생각하면 이렇고 저렇게 생각하며 저렇고, 직원이니까 못보는 게 있는가? 안에 있으니 생각하면 할수록 모르겠네요.

 

밖에 있는 구조론 식구들이 보는 시각은 어떤지 알고 싶네요. 그래서 끄적끄적...


[레벨:11]토마스

2013.01.08 (14:52:41)

저라면 그런 회사 1주일도 못 다닙니다.

연봉 1억원에 제가 아주 좋아하는 업무를 하는 회사가 아닌이상.

저는 직장생활을 참 오래 했지만 나름 직장인으로 살아오면서 내린 결론이

'하루 4시간 이상 일하는 것 쉽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하루 집중해서 바짝 일하는 시간이 4시간 미만이고 놀랍게도

하루 4시간만 굉장히 집중해서 열심히 일하면 굉장히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보통 회사들이 9시출근 6시 퇴근으로 식사1시간빼고 8시간  근무제겠지만

8시간중 4시간만 굉장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있다면 회사는 잘 굴러갈 것입니다.

 

저는 맨날 야근한다는 직원보면 이해가 잘 안가요.  그건 본인이 무능하던지

아니면 낮에 딴짓하던지 아니면 회사의 수익구조가 안맞던지(죽도록 일해도 야근해야 할

정도로 직원 충원할 능력도 안되니까) 그 중 하나라고 봅니다.

 

1년 이상 다닌 직원에게 사장이 아직도 업무를 가르치거나 훈계해야 한다면

그건 회사가 아니라 바보집합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장이라면 퇴근시간전 일 못끝내고 야근 자주 하는 직원 해고 1순위입니다.

그리고 제가 사장이라면 업무일지 대신에 'output'을 통해서 업무체크를 하겠습니다.

제가 채용할때 기대했던 업무와 급여에 맞는 output을 요구하고 그걸 제 때 가져오는

직원이라면 나머지 시간에 놀던 자던, 인터넷 보던 상관 안하겠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9]텡그리

2013.01.09 (10:33:39)

야근하는 상황이란...

(저는 '인류의 적'으로 지칭되는 회사에서 일하는데요)

제가 예전에 있던 팀은 맨날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15분 마다 걸려오는 전화응대, 하루 100통이상 들어오는 이메일 읽고, 회신하면, 해가 져요.

공식 업무 시간이 끝나야 자신의 업무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맨날 야근.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3.01.08 (14:56:10)

기똥찬님은 옛날부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듯 하오.

창업하고 십년이상 되었는데도 직원 10여명이라면 구멍가게잖소.

구멍가게는 논외로 봄이 적당하오.

 

직원이 100명이상에 

1년에 30퍼센트 안밖으로 성장하는 회사 기준으로 시스템을 논함이 적당하오.

 

SBS의 그 회사도 직원 100명 이하라면 의미가 없다고 보오.

몇년전 창의적인 경영을 한다고 소문난 일본의 무슨 회사도 중소기업이더만요. 논외. 

 

국가차원에서 연구할만한 모델이 되려면

직원 1천명 이상에 연평균 30퍼센트 성장해야 하오.

[레벨:15]오세

2013.01.08 (15:24:17)

전송됨 : 트위터

그 정도 기준이라면 구글같은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이나 해당하겠네요.. 


[레벨:1]야간비행

2013.01.08 (16:00:38)

이 사장님은 회사경영보다는 직원훈계에 더 관심이 많은 분이군요.

경영에는 에초부터 관심이 없고, 시골 학교 교장이 되고 싶은거지요.

기똥찬님이 이런 비전없는 회사에 계속 근무하는 것도 불가피한 이유가 있을테고요..

[레벨:2]기똥찬

2013.01.08 (17:10:39)

초딩 2명과 마눌, 엄니,,, 먹고 사는게 현실이구요.. 늘 멋진 리더, 멋진 회사를 내가 되고 만든다면 어떻게 할까?를 생각합니다. 그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다가가려는 거죠. 나라면 어떻게 기업을 운영할까? 나라면 어떤 회사를 만들까? 정말 좋은 회사, 좋은 리더라는 게 뭘까? 그런 걸 꼭 내가 만들어보자. 

 

우리 독특한 사장님은 좋은 교보제라 할까요? 관찰을 통해 그걸 찾고 싶은거죠. 구조로 뭔가 답을 찾을 수 있다면 내가 꿈꾸는 회사나 조직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늘 고민하는데 늘 막히다 보니,,, 워낙 구멍가게다 보니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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