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0054 vote 0 2008.06.04 (12:58:02)

“이명박 위기의 본질”
‘조중동 호랑이 입 속에서 호구잡힌 이명박’

필자의 어제 글에서 ‘호구잡혔다’는 표현의 의미가 잘 전달되었을지 모르겠다. 정치는 우리의 상식과 다른 이면에서의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은 감추어져 있다. 이심전심으로만 전달된다.

어떤 주장을 하는 당사자도 자신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예컨대 남녀가 맞선을 본다고 치자.. 소통이 쉽지는 않다. 서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말하고.. 상대방에게 맞춰주면 되는데..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기 자신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이명박과 국민의 소통불가..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필자의 주장은 ‘까놓고 말하자’는 거다. 그러나 지식인들은 까놓고 말하지 않는다. 조중동도, 한겨레도, 오마이도, 경향도 그 누구도 까놓고 진실을 말하지는 않는다. 왜? 적나라한 진실은 이성과 논리의 영역을 초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건 본능이다. 남녀가 맞선을 보는 자리에서.. 첫 인상이 안좋다는 둥 에둘러 말하지만..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게 뭐냐다.

정치 시스템은 결코 합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표면은 ‘쇠고기’지만 본질은 따로 있다. 그 본질은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국민은 직관적으로 알아챈다. 생존본능으로 눈치챈다. 그러나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한겨레도 오마이도 조중동도 말하지 않는다. 소통은 불가.. 사태는 교착.. 끝없는 갈등.. 풀어야 한다. 까놓고 진실을 말하자.

인간은 언어로 소통한다고 믿지만.. 실로 직관으로 소통한다. 언어는 아는 것을 설명하고 전달할 뿐. 예컨대 남자가 바람을 피웠다 치자.. 이는 일상에서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으로 나타난다. 여자는 그 어색함을 포착하고 넘겨짚는다. 남자는 여자의 직감에 놀라게 된다. 그러나 여자는 자신이 남자의 어떤 어색함을 포착했는지 자기 자신도 모른다. 단지 기분이 나쁠 뿐이다.

남자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여자를 불쾌하게 하고 여자는 경험칙으로 넘겨짚은 것이다. 이것이 직관의 메커니즘이다. 직관적으로 알지만 말로는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소통은 불가. 사태는 교착. 갈등은 지속. 지혜로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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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세계는 결코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상당부분 본능과 감성이 작용하는 비이성의 영역이다. 그 본능, 그 감성을 존중해야 한다. 조중동의 과학타령은 그 정치의 본질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예컨대 사바나라 치자. 소떼가 사자무리를 만나면 긴장한다. 사자무리가 물러나 주기를 바라지만 힘을 합쳐 사자를 물리칠 생각은 없다. 동료 중 누군가가 사자에게 얼른 잡혀먹히기를 바라는 엉큼한 마음이 가슴 한 구석에 숨어있다. 사자무리가 배 부르면 공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판은 이런 모순된 행동이 난무하는 공간이다. 조직되지 않은 대중은 소떼와 같다. 죄수의 딜레마다. 힘을 합쳐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불신하여 차악을 선택한다는 것이 양쪽 다 손해보는 결과로 된다.

현실정치는 어떤가? 대중이 완벽하게 조직되었으며 시스템은 이성적으로 작동하고 대중이 항상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잘못된 전제로 만들어진 가상적인 시스템에 지배된다. 불완전하다. 정치는 언제라도 불완전하다.

만약 소떼들에게 지도자가 있고 소들이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면 소들은 힘을 합쳐 사자무리를 물리칠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당정치는 죽었다. 지금 한국인들은 지도자를 잃었고 소통하는 언어를 잃었다. 최선을 포기하고 차악을 선택한다는 것이 최악이 되었다.

이제 새롭게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의 이 고난도 그 소통의 언어를 획득하기 위하여, 그 새로운 지도자를 찾아내기 위하여 앓는 산고이다. 민주주의 2.0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의사소통구조와 의사결정구조를 세팅하기다.  

무엇인가? 호구잡혔다는 말의 의미는.. 진보는 진보의 정책을 펴고 보수는 보수의 정책을 펴는 정상적인 정당정치 시스템의 작동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역설적으로.. 국민의 심중 깊은 곳에 있는 또다른 기대.. 그것은 진보가 진보를 통제하고 보수가 보수를 통제하는 거꾸로 된 시스템이다.

국민이 노무현을 지지한 것은 진보적인 정책을 펼쳐보라는 뜻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진보를 잘 아는 진보출신인 당신이 ‘시끄러운 진보를 침묵시켜라’는 의미도 있다. ‘노무현을 뽑아놓으면 진보가 조용해지겠지’ 이런 기대가 있었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영화인 출신인 이창동이 해결하는 식이다. 영화인 이창동이 영화인의 권익을 지켜달라는 의미가 아니라 거꾸로.. 장관 한 자리 챙겨줬으니 좀 참아달라.. 나쁘게 말하면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는 정반대의 의미가 있다.

지금 뉴질랜드 키위는 키위 재배업자 정운천들이 수입하고 있다. 뉴질랜드와 우리나라는 키위 출하시기가 다르므로 참다래 유통사업단이 키위를 수입하게 하면 서로 손실을 피하는 절묘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식이다. 이건 배신이다.

그렇다. 정치는 배신의 연속이다. 독일만 해도 동독과 가까웠던 사회당보다 동독과 멀었던 기민당이 통일을 실현시켰다. 친하면 친할수록 거래는 어렵다. 서로 모르는 사이여야 쿨한 거래가 가능하다.

이러한 배신의 구조는 누구도 말로 설명하지 않지만 국민이 직관으로 아는 것이다. 예컨대 군사쿠데타가 일어나서 군인출신이 집권하면 최소한 더 이상의 쿠데타는 막아주겠지 하는 엉뚱한 기대가 있다.

전혀 합리적이지 않지만.. 박정희는 집권 18년 동안 쿠데타를 막은 공이 있다는 역설의 심리가 있다. 독재권력이 유지되는 것이 그 때문이다. 소떼가 힘을 합쳐 사자를 물리치기는 커녕 동료가 얼른 잡혀먹히기를 바라는 식이다.

민주화란 이러한 정글에서의 역설의 법칙을 합리적인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을 지지한 일부 유권자들은 이명박이 보수를 침묵시켜줄 것으로 기대했다. 어리석게도 말이다.

재벌들의 생리를 잘 아는 재벌출신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재벌들이 함부로 설치지 못할 것이라는 엉뚱한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정리하자. 호구잡혔다는 말은 진보를 통제하지 못하는 진보출신은 필요없고 북한을 통제하지 못하는 햇볕정책은 필요없다는 심리다. 마찬가지로 미국에 당당하지 못한 친미정치인은 필요없다. 조중동을 제압하지 못하는 보수는 필요없다. 기득권을 다스리지 못하고 재벌을 통제하지 못하는 보수는 필요없다.

(조중동의 폐해를 뻔히 알면서도 김대중, 노무현도 제압하지 못한 조중동인데 어쩌겠나? 차라리 이명박이 집권하면 조용해 지겠지. 조중동도 착해지겠지. 누이좋고 매부좋고 다 좋아지겠지.. 이런 안이한 생각하고 이명박 찍은 인간 다수 있다.)

이명박은 자기를 밀어준 미국, 일본과 조중동, 재벌, 기득권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진보에서 권력을 창출한다면 절대로 진보세력을 통제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왜 정동영과 손학규, 문국현은 안 되는가? 진보진영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노무현은 진보를 향해 ‘좀 참아달라’고 부탁할 수 있지만.. 솔직히 그래서 많이 참았지만.. 그래서 파병도 할 수 있었고 FTA도 추진할 수 있었지만 정동영, 손학규들은 그럴 수 없다. 진보가 전혀 그들의 말을 들을 태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참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진보에서 정권을 낸다면 그 사람은 진보 속에 갇혀 있는 사람도 아니고 진보 밖에서 겉도는 사람도 아니어야 한다. 진보에 갇혀 있는 민노당은 민총에 호구잡혀서 안 되고 밖에서 겉도는 통합당은 진보와 끈이 없어서 안 된다.

김대중은 30년간 독재와 싸워온 경력에서 얻어진 위상이 있었고.. 노무현은 친노세력이라는 확실한 자기세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진보 속에 갇히지도 않고 밖에서 겉돌지도 않는 절묘한 균형이 가능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수출신 이명박이 보수를 잘 아니까 보수를 잘 통제해주기를 바라고 미국 앞에서 당당하기를 바랬는데 그 환상이 깨진 것이다. 그들이 대선에서 이명박을 찍었다가 지금 일제히 등을 돌렸다.

정치는 결단의 연속이다. 김대중은 김종필과의 연합을 결단했다. 노무현은 파병을 결단했다. 그 결단은 자기진영을 통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진영논리에 끌려가지 않고 자기진영 내부에서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

이명박, 지금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에게는 결단의 능력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과는 기본적으로 체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노사모와 같은 독립적인 자기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끝없이 조중동에 끌려다닐 뿐이다.

덧글

이 글은 옳다/그르다의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합리와 이성과 시스템이 지배하는 표면이 아니라 본능과 감성과 결단이 지배하는 이면에서의 감추어진 흐름을 노출하자는 의도에서의 '까놓고 말하는' 글이라는 점을 받아들여 주기 바란다.

www.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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