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프로필 이미지
[레벨:6]sus4
read 2677 vote 0 2012.12.21 (00:46:06)

나는 내가 몽상가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에서 지고 보니까 내가 얼마나 현실적인 인간인이었던가 깨달았다.

현실이 사라지니까 이상을 잘 떠올릴 수가 없다.


발 딛고 설 땅이 사라진 것 같다.

선생님은 나라를 버리라고 했지만 그게 잘 안 될 것 같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우리의 나라를 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사실은 모두 끔찍히 사랑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수가 없다.

그게 무엇이든 간에 한국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다. 이건 내 솔직한 심정이다.


충격이 크다. 무조건 이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닭이 대통령을 할 수 없다는 생각.

근데 닭이 대통령이 됐다. 오일육퍼센트였다. 2340이 사람을 뽑았으나 560이 닭을 선택했다.

부모가 자식을 절벽에서 떠밀었다. 한국이라는 배가 어디까지 떠내려갈지 알 수가 없다.

난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정말 이번이 갈림길이라고 생각했다. 한 번의 선택으로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 올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이상하게도 져볼거라는 생각을 하질 않았다. 출구조사가 나와도 믿지 않았다.

언론에서 당선유력 당선확실이라고 해도 끝까지 봐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성을 잃었던 것이다.


어차피 문제는 하나다. 투표율은 75.8이었다. 진보는 모든 걸 쏟아부었고 표 차이는 100만표였다.

100만표. 이 3.6%의 차이는 좁힐 수 있을까.

우리의 이번 패배는 실수일까? 명박도 실수로 뽑은 것이고 닭도 실수로 뽑은 것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5년 후에 몸집을 키우고 제대로 연대하면 이길 수 있을까?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주위를 다시 둘러봤다.

트위터에서 누군가가 말한 것 처럼

선거에서 패했다는 사실보다 나의 친구와 나의 이웃들이 닭을 뽑았다는 사실이 더 슬프고

이번 대결에서 패했다는 사실보다 앞으로의 대결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감이 가슴을 찌른다.


바라건대 내가 이번 선거에서 한국의 미래를 모두 읽어낸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아직 늦지 않았기를 또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았기를.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선거 다음날 sus4 2012-12-21 2677
1851 쥐에서 닭으로. 3 노매드 2012-12-21 3028
1850 박근혜를 거부하는 3가지 이유 8 오세 2012-12-21 3222
1849 평화로운 문재인 image 7 토마스 2012-12-21 6483
1848 좋은 노래로 마음을 정화합시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합시다. 以人爲先也 2012-12-20 2592
1847 광란의 축제에 끌려나와 혼자 숨죽여 우는 기분입니다. 3 생쥐박멸 2012-12-20 2688
1846 자~~ 이제 합시다~~ 다원이 2012-12-20 2144
1845 다들 힘내십시요. 락에이지 2012-12-20 2269
1844 우리역사의 큰분기점임을 느낍니다 2 지사커 2012-12-20 2690
1843 연령별 유권자수 락에이지 2012-12-20 4124
1842 가입인사 드립니다. 5 락에이지 2012-12-20 2436
1841 연극이 끝나고 난 뒤 2 15門 2012-12-20 3090
1840 이제 인터넷이 걱정됩니다. Nomad 2012-12-20 2382
1839 좋은 사람의 딜레마 以人爲先也 2012-12-20 2638
1838 516 1 pinkwalking 2012-12-20 2679
1837 이야기할 만한 진실. 6 아제 2012-12-20 4769
1836 흥하는 정치 1 이성광 2012-12-20 2520
1835 다친 마음을 치유하시라고....... 사발 2012-12-20 2491
1834 문재인 후보님께 image 2 pinkwalking 2012-12-20 2718
1833 토끼와 거북이 게임 토마스 2012-12-20 4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