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서프에서 논객이 사라진 이유?

‘서프에서 왜 논객이 사라졌나’ 하는 질문은 잘못된 것입니다. 논객은 사라지는 것이 맞습니다. 원래 논객의 수명이 길지 않습니다. 제가 PC통신시절부터 15년간 지켜봤지만 한때 이름을 떨치던 논객이 대략 2년을 못가더군요.

논객의 자연수명은 6개월 정도로 봅니다. 그 안에 밧데리 고갈됩니다. 어떤 조건이 주어지면 그 수명이 연장되는데 그래봤자 2년 정도입니다. 서프가 있으니까 2년 정도이고 자연상태에서는 6개월입니다.  

그러므로 ‘왜 서프에서 논객이 사라지는가’가 아니라 ‘왜 서프에서 새로운 논객이 탄생하지 않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합니다. 논객은 사라지고 눈팅이 논객되는 것입니다. ‘왜 더 이상 눈팅이 논객되지 않나’ 이것이 본질입니다.

논객들은 대부분 자신의 고정 레파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이야기를 하더라도 실제로는 그 고정 레파토리를 중점적으로 설파하기를 원하는 것이며 정치는 거기에 묻어가는 것입니다.

독자들은 정치 위주로 소비하지만 실제로 논객들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아이템이 하나씩 있습니다. 그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고 나면 밧데리가 고갈되어 글쓰기를 그만둡니다.

그 기간이 대략 6개월입니다. 그 6개월 동안은 열정이 살아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머릿속에서 어떤 아이디어들이 튀어나올지 자신이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퍼즐조각을 하나씩 맞추어 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늘도 가슴에 설레임을 안고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그것을 다 풀어낼 때 까지는 열기가 고조되어 있습니다. 다 풀어내고 나면? 제 2 단계로 도약합니다. 이 시기에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그룹을 짓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빌려 자신의 생각을 보충합니다. 공공의 적이 출현하고 연합전선으로 대항하는 것입니다. 같은 편끼리 머리와 가슴과 몸통으로 역할을 분담하여 손발을 맞춥니다. 이심전심이 됩니다.

이게 또 한 2년 갑니다. 그동안은 열정이 살아있습니다. 무에서 유가 창출되는 창의적인 공간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초가 놓이고 기둥이 올라가고 건물의 뼈대가 형성되는 구조가 있습니다.

끝없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관점을 학습합니다. 리플놀이도 있고 DR북 만들기도 포탈공략도 있고 다양한 참가방법이 고안됩니다. 서프랑으로 가무방으로 무대는 날로 확장됩니다.

줄기에서 가지가 나오고 잎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가 영그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생태계의 진화와 비슷하게 전개됩니다. 문제는 자연의 생태계는 햇볕과 물이 무한공급 되는데 인터넷은 그게 아니라는 거지요.

논객의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특정 조건이 주어져야 하며 그것은 가치의 공유, 집단학습, 대결구조, 방향성, 공동목표, 역할분담 따위입니다. 그 구조의 핵이 있습니다. 핵이 빠져나가면 다 빠져나갑니다.

서프에서 더 이상 논객이 탄생하지 않는다면 핵이 소멸했기 때문입니다. 눈팅을 논객만드는 시스템이 고장난 것입니다. 가치의 공유와 방향성이 사라진 것입니다. 어떤 대결구조가 소멸한 것입니다.  

그동안 서프를 유지시켜온 힘의 상당수는 난닝구 및 궁물파와의 대립구도였습니다. 난닝구와 궁물파가 몰락했으므로 서프도 기운이 빠진 것입니다. 시민광장이나 사람사는 세상으로 흩어진 것도 있구요.

세월은 흐르고 논객은 사라져 갑니다. 밧데리 고갈로 사라지고 연합전선 붕괴로 사라집니다. 그리고 신상의 변동이 또한 주요한 이유가 됩니다. 그 사이에 취직한 사람도 많고 정계에 투신한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다들 그만두게 됩니다. 그래서 논객의 수명이 2년을 못갑니다. 그러므로 눈팅을 논객 만드는 시스템을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것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떠난 사람 부를 필요 없고 그냥 놔두면 눈팅이 저절로 논객된다고 여기는 분도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남프라이즈가 좋은 예입니다. 남프 출범 때 논객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논객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논객은 조류와 같아서 둥지가 있어야 깃드는 생물입니다. 기관차가 끌어줘야 객차가 달리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햇볕이 되고 샘물이 되어 자원을 무한공급 해줘야 합니다. 저절로는 안 됩니다.

그게 저절로 가능하다면 비슷한 정치칼럼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나와야겠지요. 오직 서프가 있었을 뿐이며 아류들은 전부 망했습니다. 여기서 서프의 본질을 포착해야 합니다. 왜 서프만 되는가? 정확히 말하면 ‘왜 노짱방만 되는가?’

눈팅이 논객되지 않을 뿐 아니라 논객들 모아놔도 역시 사이트 굴러가지 않습니다. 논객들끼리 편갈라 싸우다가 사이트 아작납니다. 구조는 완성형이 있습니다. 포지션들이 있는 거지요. 거기서 하나가 빠지면 전체가 무너집니다.

노하우21사태 아실 것입니다. 서프 논객들 다 빼갔습니다. 수십명 몰려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보시다시피 저렇게 되었습니다. 떠난 논객들 다시 불러모은다고 해서 서프 정상화 되지 않습니다.

오직 그때 그 시절 전성기의 서프만이 눈팅을 논객 만들 수 있는 사이트였으며 지금 그 본질이 훼손된 것입니다. 정면으로 직시해야 합니다. 그 구조적 완성에서 지금 핵심 몇 가지가 빠졌습니다.

지금 자동차에 엔진이 없는데 바퀴 숫자 늘린다고 차가 굴러갑니까? 자동차에 기름이 없는데 엔진 수리한다고 차가 가준답니까? 길이 없는데 그 깊은 산 중에서 기름 넣는다고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무엇이 길이고 무엇이 기름이고 무엇이 엔진인지 생각해 보세요. 노무현이 길이었고 공유된 가치가 기름이었고 논객이 엔진이었습니다. 그냥 되는게 아닙니다. 정밀제어를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서프의 외연을 늘린다며 길을 끊어버리는 우를 범한 노하우21의 오류, 기름 필요없어 기름 대신 궁물 집어넣고 시동을 건 궁물연의 오류. 엔진 필요없어 바퀴만으로 굴러간다는 남프라이즈의 오류 경계해야 합니다.

논객문제 해결? 간단합니다. 서영석님이 전화 한 통화만 돌리면 다들 돌아옵니다. 서영석님이 반나절만 투자하면 논객 20명은 끌어옵니다. 그런데 서프 운영진은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보세요. 시민기자? 다 옛날 이야기입니다. 그저 그런 언론사가 된 것입니다. 공론도 없고 방향성도 없고 네티즌에 의한 피드백도 없고 특유의 분위기도 없고 기자와 편집부의 능력 만으로 꾸려갑니다.

그들도 이제 이력이 난겁니다. 어떻게 보면 그게 발전한 거지요. 아마추어리즘 버리고 프로가 된 것입니다. 독자 너희들은 걍 써주는대로 읽어라는 식입니다. 거기서 조중동의 냄새를 맡지 못했습니까?

서프도 오마이뉴스를 따라갈 것입니다. 조만간 노짱방 없어도(혹은 노짱방과 무관하게) 굴러가는 대단한 서프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이 진화이면 진화지요. 세상 이치가 다 그런데 어쩌겠습니까? 자본주의 사회가 원래 그런거죠.

서프는 원래 자원봉사 시스템으로 출범했으며 그 시스템의 한계는 2년이었습니다. 먹고사니즘의 화신 공희준 편집장이 그만둔 시점이지요. 외부에서 자본을 투입하면 서프 특유의 생명력이 죽습니다.

자본의 투입없이 참가자의 열정만으로 꾸려가려면 특정한 조건이 갖추어지고서도 그 수명이 대략 몇 년입니다. 생태계에서 생로병사의 한 사이클이 그렇다는 거지요. 햇볕도 없이 샘물도 없이 그 정도 굴러갔다면 많이 간 것입니다.

서프는 자체 취재진을 보유하고 인터넷 신문사로 등록하여 어떻게든 굴러갈 것입니다. 상부상조, 두레, 이심전심, 네티즌의 놀이공간 뭐 이런 시스템에서 그냥 기업이 된 것입니다. 그게 맞는 방향일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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