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1098 vote 0 2012.11.16 (11:51:00)

 

    인간이 불행한 것은 욕망이라는 허상을 쫓기 때문이다. 지하철 승객이 비어 있는 옆칸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옆칸이 좋기 때문이 아니라, 이 칸이 만원이기 때문이다. 만원 지하철의 압박 때문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항상 빈 칸을 찾게 된다. 만원이 아닌데도 빈 칸을 찾아 허둥댄다. 그렇게 길들여져 가는 것이다. 그것이 욕망이다. 욕망은 길들여진 가짜다. 욕망으로는 잠시 행복할 뿐이고 또다른 열패감을 맛보게 된다.

 

    길들여진 채 목표를 쫓아 욕망할수록 근본에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삶에 있어서 만원지하철의 압박은 존재불안이다. 존재불안은 관계를 맨고 관계의 중심으로 쳐들어가라는 유전자의 명령이다.

 

    지하철 빈 칸을 찾아다닐수록 제대로 된 관계에서 멀어진다. 존엄에서 멀어져서 비루하게 된다. 그 지하철의 주인이 될 수 없다. 존재불안을 극복하는 길은 거룩한 만남 뿐이다. 그것이 돈오다.

 

    우연히 장난감 바이얼린을 발견했다면 5분 정도 가지고 놀다가 버린다. 좀 치는 사람이 우연히 스트라디바리를 얻었다면 계속 가지고 놀다가 뛰어난 바이얼리니스트가 된다.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흐름에 올라타고 흐름을 따라 계속 간다. 그것이 완전성이다. 완전성에 반응하는 것이다. 문제는 사람들이 스트라디바리를 발견하고도 그냥 버린다는 점이다.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트라디바리의 맑은 소리에 영혼이 반응해야 한다. 완전성과 상호작용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가게 된다. 스타일을 이룰 때 반응할 수 있다. 약한 고리를 보호할 때 스타일은 얻어진다.

 

    원래는 지구가 작은줄 알고 6개월 안에 후딱 다녀오려고 했는데 지구가 생각보다 커서 마젤란은 3년이 걸렸다. 산을 욕망하여 산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아직 다 오르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오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뒷동산을 오려르고 했다. 그러나 지구의 모든 산이 실은 하나의 봉우리로 통짜덩어리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음에는 지구의 모든 봉우리를 오르게 된다.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했더라도 봄여름가을겨울 각각을 완등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따라 계속 가게 된다. 그것이 완전성의 힘이다.

 

    아직 그대를 충분히 다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만나는 것이다. 아직 다 연주하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연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애초에 큰 세계를 만나야 한다. 가장 큰 세계는 신이다. 그 사람의 연주는 끝없이 계속된다. 그 사람의 등반은 끝없이 계속된다.

 

   

 

   

 

    ###

 

   

345678.jpg

 

     욕망이라는 색은 거짓입니다. 그것은 공(空)한 것입니다. 그것은 길들여진 것입니다. 진상을 보십시오. 당신의 등을 떠미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진짜는 관계를 맺고 관계의 중심에 서는 것이며 그것이 존엄입니다. 그러려면 만나야 하고 만났을 때 알아보아야 하고 알아보도록 반응해야 하고, 반응하도록 민감하게 벼르두어야 하며 그것이 스타일이고 그 스타일은 약한 고리의 보호에 의해 획득됩니다. 아슬아슬한 부분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약한 고리입니다. 그것을 자유자재로 다루게 될때 당신은 길에서 우연히 발견한 스트라디바리를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노무현을 알아보고 김기덕을 알아보고 싸이를 알아보고 서태지를 알아보고 신을 알아보고 진리를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그럴 때 당신의 마음은 평온해집니다. 그리고 짜릿해집니다.

 

http://gujoron.com/xe/?mid=Moon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상우

2012.11.16 (13:24:17)

내가 피한게 아닌 줄 알았는데, 결국 피한 것이었다.

내가 피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에는 피하지 못했다.

피하지 말고, 갈데까지 가보자!

[레벨:11]큰바위

2012.11.16 (14:23:26)

욕망은 없다.

길들여졌을 뿐이다.

 

욕망을 버릴 필요도 없다.

아예 없는거니까.

 

산은 올라야 한다.

산이 거기 있으니까?

 

그러나 산에 관심이 없다면

산이 있어도 없는 거다. 

 

그래서 보는 사람만 보는 거고,

듣는 사람만 듣는 거다.

 

오늘도 신접(신을 대)하며........

주저리 주저리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18171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990
3999 시간으로 완성하라 image 2 김동렬 2012-10-29 11116
3998 과학계의 문제 33 김동렬 2011-05-02 11116
3997 구조론의 탄생 김동렬 2008-02-27 11115
3996 돈오와 점수의 대립 image 3 김동렬 2012-11-23 11113
3995 거시세계의 양자현상 image 2 김동렬 2013-06-05 11111
3994 철학이란 무엇인가? 9 김동렬 2014-03-05 11110
3993 로봇의 진화 image 6 김동렬 2012-01-18 11100
» 욕망은 없다 길들여졌을 뿐 image 2 김동렬 2012-11-16 11098
3991 구조론은 즐겁다 image 3 김동렬 2012-03-14 11099
3990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 김동렬 2007-02-02 11099
3989 최장집 황석영들의 슬픈 허우적 김동렬 2007-02-13 11093
3988 창조와 진화 5 김동렬 2011-05-11 11090
3987 구조적으로 생각하기 image 8 김동렬 2011-12-14 11085
3986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image 3 김동렬 2018-04-27 11081
3985 이중슬릿 image 김동렬 2018-04-02 11079
3984 서프라이즈 업로드 태그 김동렬 2002-09-08 11077
3983 익숙한 것과 결별하라 image 2 김동렬 2014-12-29 11075
3982 지갑줏은 민노당 그 지갑 어쨌나? 김동렬 2007-01-12 11072
3981 기적은 왜 존재하는가? image 김동렬 2018-04-23 11067
3980 한국 영화의 경쟁력 김동렬 2006-02-07 11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