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6047 vote 0 2008.04.01 (16:05:37)

노공이산
'인류집단지능 네트워크 건설프로젝트'

노공이 산을 옮겼을까? 아니면 노공이 산(山)인 걸까? 노공=이산(정조임금)일지도 모르겠다. 전설에 따르면 우공이 태형산과 황옥산을 떠서 발해만을 메우려하자 옥황상제가 호응하여 두 산을 삭동과 옹남으로 치워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산을 옮긴 이는 우공이 아니라 옥황상제였더란 말인가? 아니면 옥황상제의 명을 받들어 산을 뽑아간 과아씨의 두 아들이었더란 말인가? 어쨌든 우공의 대담한 프로젝트 가동 이후 산은 치워졌다.

중요한 것은 우공이 시스템을 주장했다는데 있다. 우공이 혼자 힘으로는 산을 옮길 수 없지만 자식들과 손자들과 그 손자의 자식들로 자자손손 이어지는 시스템은 산을 옮길 수 있다. 우공에게는 그 자식과 손자들이 대를 이어가며 우공의 뜻을 따르게 하는 힘이 있었다. 내부에 그만한 신뢰가 구축되어 있었다. 강력하다. 핵심은 그거다. 노공은 산을 옮길 수 없겠지만 노공의 시스템은 산을 옮길 수 있다. 충분하다.

노공은 지금 시스템을 건설하려고 한다. 그에게는 대를 이어가며 뜻을 따라줄 자식과 손자가 필요한 거다. 그 자식의 자식이 필요하고 그 손자의 손자가 또한 필요한 거다. 당장이라도 노공은 사람을 모을 수 있다. 노공이 움직이면 기본 십 만은 함께 한다. 그러나 부족하다. 10만으로는 저 걸치적거리는 딴산을 치울 수 없다. 백 만으로도 치울 수 없다. 인력으로 아니되고 시스템으로 된다.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하는 웹 2.0의 의미 그리고 시민주권운동의 의미는 대중이 신뢰하고 따를만한 합리적인 의사소통-의사집약-의사결정의 시스템을 건설하는 데 있다는 거다. 나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일종의 교육운동이며 그 결론은 집단지성의 건설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집단지성과 그 문화와 양식의 건설에 참여해야 노공의 자식이 되고 손자가 되는 거다.

말하자면 노공은 사이버상에 -아들과 손자를 양성하는- 일종의 학교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언론을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당을 건설하려는 것이 아니고. 물론 정당도 필요하고 언론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공이 산을 옮기는 전략은 그 정당과 언론의 기초가 되는 시스템부터 만드는 것이다. 그 시스템은 교육으로부터 시작된다. 먼저 교육이 되면 다른 것은 저절로 해결된다. 교육의 씨앗이 언론의 새싹으로 자라나고 꽃 피워서 정당의 결실에 이른다. 그렇게 된다.

진보란 무엇인가?

인류의 의미는 문명에 있다. 문명이 없다면 인간과 동물의 구분은 없을 것이다. 문명의 의미는 진보에 있다. 진보가 없다면 문명은 없다. 진보란 무엇인가? 인간이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것? 아니다. 부자가 되어 떵떵거리고 사는 것? 아니다. 진보의 참된 의미는 따로 있다. 그것은 생물의 진화와 같다.

수십억년 전 지구 상에 최초의 DNA 염기서열이 탄생한 이후 생물은 진화를 거듭해 왔다. 인류문명 역시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있어 최초의 진보는 교육에서 일어났다. 언어와 문자의 발명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종이의 발명과 인쇄술의 보급에 의해 거대한 진보는 일어났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그 모두가 교육이라는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한다.

생물이 태초의 미생물에서 고등동물로 진화하듯이 그리고 마침내 생태계를 완성하듯이 인간의 교육은 최초의 손짓발짓에서 언어로, 문자로, 인쇄술로, 컴퓨터로 인터넷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것이다. 그렇다면 저 도시와 자동차와 공장과 도로는? 그것은 하드웨어일 뿐이다. 우리가 컴퓨터를 다룰 때 손으로는 하드웨어를 만지지만 실제로는 소프트웨어를 운용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진짜는 교육이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진보가 아니다. 교육의 완성이 진보다. 자연이 생태계의 완성을 추구하듯이 진보는 인류네트워크의 완성을 추구한다. 인류는 아직 합리적인 의사소통-의사결정의 시스템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문명은 여전히 그 양식에서 미완성이다. 그러므로 교육되어야 한다. 소통에 성공할 때 까지.

많이 아는 것이 교육은 아니다. 지식일 뿐 지성은 아니다. 개인을 가르침은 교육이 아니다. 길들이는 것이 교육이 아니다. 국가를 위하여 쓸모있는 일꾼으로 키우는 것은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진짜가 아니다. 개인의 지가 전체의 지와 소통될 때 지성이 성립된다. 인류의 집단지능을 형성해야 진짜다. 그렇게 교육의 완성이어야 한다. 문화로 전개하며 삶의 양식으로 발전해야 한다.

지식과 지성

오늘날 지식의 교육은 있어도 지성의 교육은 없다. 지식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한다. 그 문제가 사라지면 그 지식도 소멸한다. 지식은 일회용이다. 한국이 일제로 부터 독립되면 일본총독의 이름은 교과서에서 사라지고 그 지식은 소멸한다.

반면 지성은 진보한다. 생물이 진화하듯이 스스로 진화한다. 사라지지 않는다. 종이 진화할 뿐 아니라 생태계도 진화한다. 개인의 지식이 다른 개인의 지식과 만나 거대한 네트워크를 건설한다. 그 네트워크는 살아있다. 그리고 성장한다. 그 네트워크는 어떤 문제의 해결을 위한 도구로 기능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목적이다. 자기향상이 목적이다. 자기완성이 목적이다.

지성이란 무엇일까? 검을 다룰 수 있으면 검사(劍士)다. 기를 다룰 수 있으면 기사(技士)다. 지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지성인이다. 지식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의 어떤 본성을 다루는 것이다. 지에 결이 있다. 이치가 있다. 내적인 정합성이 있고 외부와 맞서는 자체의 완결성이 있다. 완전성이 있다. 그것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마스터가 되어야 한다.

지식인이 아니라 지성인이어야 한다. 지식은 도구다. 도구는 문제를 해결하고 사라진다. 지성은 유전인자다. 우공의 자식으로 그리고 손자로 이어져 내려가는 혈통이다. 그 지식이라는 도구를 쓰는 주인의 혈통이다.

일찍이 중국에 군자 개념이 있었고 우리에게는 선비 개념이 있었다. 사(士) 계급이 존재했다. 서구의 기사라는 것도 있다. 박사도 있고 기사도 있다. 이들은 무엇일까? 머리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이들은 자체 네트워크를 가진다. 그 그룹 안에서 검증된다. 자체검증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상승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이 상승하는 것이다.

결국 지성은 머리를 쓰는 것이며, 그 머리를 일정한 시스템 안에서 검증받는 것이며 그들 특유의 문화적 양식으로 완성하는 것이며 그 방법으로 그 시스템을 점차 업그레이드 해 가는 것이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인류문명의 부단한 업그레이드라는 위대한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사람이 이 시대의 지성인이다.

물질은 하드웨어다. 지성은 소프트웨어다. 지식은 그 소프트웨어가 운용하는 정보나 파일이다. 지식은 일회용으로 사용되는 것이고 지성은 그 지식을 운용하며 부단히 진화한다. 도스에서 윈도로 진화하듯이 지성은 진화한다. 그러므로 진보인 것이다. 부단히 진화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웹 2.0이 필요한 것이다.

교육을 말했지만 적합한 표현이 아닐 수 있다. 네티즌을 교육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자가발전하는 시스템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네티즌이라는 컴퓨터에 새로운 정보를 입력하려는 것이 아니다.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것이 아니다. 그 정보를 운용하는 OS를 깔아놓으려는 것이다. 동기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밖에서 주입하려는 것이 아니다. 생태계가 저절로 진화하듯이 가만 내버려두어도 내부에서 저절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지식은 주입되고 지성은 진화한다. 그 진보의 편에 서서 인류의 집단지능 네트워크와 소통하는 사람이 지성인이다. 그 집단지능 네트워크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가는 사람이 지성인이다. 문화를 만들고 양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노공의 이름을 빌었지만 필자 개인의 의견에 불과할 수 있다. 통하기를 기대한다. 소통에 성공하면 나의 의견이 곧 너의 의견이고 너와 나의 의견이 곧 노공의 의견이고 노공의 의견이 곧 너와 나의 의견인 거다. 그러므로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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