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22271 vote 0 2008.03.25 (11:5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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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에서 무슨 일이?
'재오견 상득손을 물다'

조광조는 중종의 총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주살당했다. 왜인가? 진실로 말하면 중종은 조광조를 일회용으로 이용했을 뿐이다. 그는 연산군의 퇴출에 의해 등떠밀려 왕이 된 자다. 지갑 주운 것이다.

중종에게 정통성이 있을 리 없다. 그는 정통성을 얻기 위해 선비들의 지지를 필요로 했고 이에 조광조를 이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종은 이미 왕이 되었는데 왜 정통성이 필요한가?

조광조 이후로도 무수히 모반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 주의를 두자. 기묘사화, 신사무옥, 김안로의 전횡, 유세창의 모역, 작서의 변, 정난정과 윤원형의 세도 등으로 국정을 착실하게 말아먹었던 것이다. 왜?

온갖 웃기고 자빠진 일이 일어났다. 정통성 없으면 이렇게 된다. 지갑 주우면 이렇게 된다. 개혁을 하다가 중단하면 반드시 이렇게 된다. 이명박의 앞길이 이러하다. 노무현 그룹의 이선후퇴는 조광조의 물러남과 같다.

중종을 견제하는 잠재적 위협세력은 반정공신들이었다. 한번 반란을 일으킨 자들은 두 번 일으킨다. 중종은 그들을 견제하기 위해 조광조를 이용했다. 그리고 이용가치가 없어졌을 시점에 조광조를 팽했다.

왜 이용가치가 없어졌나? 훈구공신들이 어느 순간 중종의 의도를 알아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공신들도 중종의 의도를 짐작하지 못한다. 임금이 뜬금 왕도정치를 하겠다는데 멀쩡한 대낮에 이게 무슨 생쇼인가?

그들은 핏줄로 얽혀있는 한 가족이다. 왕으로 등극하면 복잡한 정략결혼으로 이너서클을 형성하여 기반을 다진다. 그런데 왜 임금이 위험하게도 외부세력인 선비들을 끌어들여 동료를 치는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된다. 그 순간 밀실의 거래는 이루어진다. 얽힌 실타래는 풀리고 요점이 드러난다. 생쇼는 중지된다. 왕도정치 좋아하네. 그게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람. 폼잡을라고 걍 한번 해본 소리였다.

명박과 상득의 싸움이다. 명박이 상득에게 직접 선전포고 할 수 없으므로 재오를 움직여 상득에게 경고한다. 상득이 문득 명박의 의중을 알아챘다. 그걸로 타협이 된 것이다. 그러자 재오는 팽 되었다.

이 싸움은 재오의 승리다. 재오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입증했다. 명박은 수시로 재오를 써먹을 것이다. 재오와 명박은 충직한 개와 핸들러처럼 이심전심이 되는 관계다. 상득은 적당한 때 명박에게 충성서약을 갱신해야 한다.

이런 싸움은 지는 쪽이 이기는 구조다. 재오가 졌으므로 이긴 것이다. 개가 손님을 향해 달려들면 주인이 개를 꾸짖어 중단시킨다. 개는 주인에게 굴밤을 맞고 깨갱하지만 주인은 뒤로 뼈다귀 하나 던져준다. 쓸모있는 개다.

그 순간 손님은 깨닫는다. 자신이 손님대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주인이 개를 꾸짖은 것은 손님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한 배려였다는 사실을. 형님에서 손님으로 강등되었으니 이제는 형님정치 그만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박이 시절에 이런 매가리 없는 글을 다 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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