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사례가 있습니다.
종례직전에 교사에게 욕설하는 아이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본보기로 공개적으로 혼을 내고, 종례를 늦게 끝냈습니다.
4학년 아이들이 5학년들에게 덤비려고 했다는 5학년 선생님의 제보를 받고 안전을 위해 아이들을 혼내줬습니다.
중간고사에서 손가락으로 컨닝했다는 제보를 받고, 아이들의 시험지를 공개적으로 찢어버렸습니다.
교담시간에 깝죽대고 분위기 망치는 애를 담임교사가 우연히 보고 밖으로 불러내 모자로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첫번째 사례로 인해서 그 선생님은 그날 밤 8시 30분 학부모의 항의 전화에 시달렸습니다. '어떻게 우리 애를 공개적으로
망신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틀째 전화할 때는 '우리애는 욕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고, 학급의 다른 아이들도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고 합니다. 삼일 째 또 전화가 왔습니다.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별일은 없었지만, 전화를 안받은 것은 회피로서 학부모에게 무시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서 교실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두번째 사례로 인해, 4학년 담임 선생님은 퇴근 후 학부모와 한시간 반 가량 통화에 시달렸습니다. 우리 애 말을 선생님이 끝까지 들어주지 않아서 속상하다는 겁니다. 아이의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세번째 사례로 인해, 학부모가 학교로 공개적으로 찾아왔습니다. '아이 말을 제대로 들어보지 않고 어떻게 시험지를 찢을 수 있느냐, 아이가 받았을 상처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고 따지면서 교장실로 찾아가겠며 역정을 냈습니다. 선생님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네번째 사례로 인해, 아이가 학교를 뛰쳐나가 사라져 버렸고, 담임은 그 아이를 찾아 헤매였습니다. 학부모가 학교에 찾아와서 아이의 머리를 때린 것에 대해 항의했습니다. 다행히 그간의 신뢰로 넘어갔지만, 교사와 아이, 학부모에게 남겨진 상처가 컸습니다. 이 사례는 제 얘기입니다.
위의 네가지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선생님들께서 평소에 경험적으로 일을 처리할 때가 많으며, 특히 스트레스가 쌓이고, 감정이 폭발하면 합리적으로 일처리하시던 선생님들도 거쳐야 할 절차를 빼놓아서 선생님들께서 곤욕을 치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끊임없이 선생님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쉬운 것도 자주 잊고 다시 물으며, 자기 스스로 할 것도 하지 못해 선생님이 두번 세번 손이 가기도 합니다. 사소한 부주의와 장난으로 안전사고가 발생합니다. 반복적인 잘못을 저지르고 뜬금없는 질문을 헤대며, 더군다나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도 못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교사 아닌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요?
이를 예방하기 위해선 먼저 평소에 잘못을 잘 저지르거나, 선생님께서 분명히 관찰한 것일 찌라도 소명의 기회를 주십시오. 그것이 거짓말일 수 도 있지만, 적어도 얘기는 들어주셔야 합니다. 이는 아이가 가지고 있는 분명한 권리입니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어떤 벌이 내려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할 절차입니다.
*문제행동으로 추정되는 일 포착 -> 지적에 대한 아이의 의견 듣기 -> 의견에 대한 교사의 판단 -> 후속조치(문제안됨, 한 번 더 기회를 줌, 벌이나 봉사 및 상담) -> 후속지도
네 번 잘못해도 봐줬다가 다섯 번째 또다시 잘못을 저지른 줄 알고 변명같아서 아이 말을 무시한채 자동적으로 혼냈는데, 알고 보니 그럴 말한 이유가 있거나 사실이 아닌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소위 문제아동과 모범생간의 다툼의 경우, 모범생이나 다른 아이들의 제보로 문제아동의 얘기를 들어보지도 않고 혼냈다가 제대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 문제아동이 집에 가서 억울한 사정을 부모님께 얘기하면 일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집니다.
특히 공개적으로 아이가 망신을 당하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끼게 되고 교사에게 어쩔 수 없이 굴종한다면 자존감이 낮아집니다. 굴종하지 않는다면 교사에 대한 반감을 품고 아예 '나쁜 아이 컨셉'으로 못된 짓을 도맡아 합니다. 세력을 규합해서 교사를 괴롭힙니다. 만약, 담임 선생님께서 교무회의 때 관리자에게 공개적인 지적과 비판을 받게 되면 어떤 기분이 드실까요? 얼굴이 화끈거리고, 분노고 치밀어 오르고, 도대체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혼란스러우실 껍니다. 관리자에게 욕이라도 퍼붓고 싶을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기분도 이와 같습니다. 공개적으로 혼내는 것은 삼가셔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공개적으로 혼내는데도 대들게 되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교사가 당황하게 됩니다. 교사 본인도 내가 좀 심하게 했다고 머릿속으로 생각은 하지만, 이이 엎질러진 물이고 감정의 대립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저아이를 꺾어서 못된(?) 버릇을 바로 잡고 자기 권위를 지켜야 된다고 고집피우기 때문에 예기치 않은 체벌이나 몸싸움, 막말을 하게 됩니다.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선생님과 해당 아동이 싸운 것으로 여깁니다. 놀랍고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나도 혹시 잘못해서 저런 일을 당하면 어쩌지? 괜한 고민에 빠집니다. 이런 틈을 타서 아이가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게 된다면 더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선생님쪽입니다.
고로 공개적으로 아이를 혼내시는 것을 줄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공개적으로 혼내도 되는 아이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공개적으로 혼내는 일을 줄이시고, 혼내는 말 대신에 '~~~을 해야 한다'라는 일반적인 규칙의 표현으로 학급 전체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집중하지 않는 애들이 몇 명있네'의 사실적 표현으로, '좀만 참자'라는 권유형으로, '집중! -때로는 짤막한 단어가 아이들에게 효과적입니다. 필요한 때만 최소한의 말과 최소한의 시간안에, 아이의 인격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문제행동의 교정을 이끄셔야 합니다. 방과후에 따로 남아서 대화하거나 자리를 옮겨 선생님의 영역인 연구실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문제행동의 금지를 계속 언급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행동을 주문하시는 것이 좋다는 것은 선생님들도 익히 아실껍니다.
물론 이렇게 해도 문제가 다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선생님께서 곤경에 빠지실 일은 상당 부분 줄어듭니다.
*참고자료 - 이 글을 쓸 때 특별히 참고한 책은 없지만, 다음의 책들이 제 생각을 짜는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비폭력대화, 교사와 학생사이, 감정코칭, 교사역할훈련, 화내는 부모가 아이를 망친다, 김동렬의 구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