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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당당
read 2504 vote 0 2012.11.08 (14:35:01)

흄은 지식을 두가지로 나눴다.

- 개념들의 관계

- 사실과 존재에 관한 것. 으로.


#####

그런데 머리속의 사고나 인식은 개념들일 수 밖에 없다. 무얼 생각해도 사실과 존재 그 자체는 아니다. 사실과 존재를 개념화한 것일 뿐이다. 결국 단어일 뿐이다.


개념들을 조작하는데 아무런 검증도 필요없다. 논리만 맞으면 된다. 개념들을 조합-분해-분리-변형하는데 아무런(? 거의) 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시간도 필요없다. 순식간에 가능하다. 내 머리속에서 조작하고 내 머리속에서 검증된다. 

이게 전형적으로 돈오(頓悟)다. 일초즉입(一超卽入)이다. 번뜩이며 뇌리를 스치는 것이다.


#####

어떤 개념을 사실과 존재에 적용하면 어찌 되나.

개념을 형성하고 조작한다고 해서 그게 현실에 그대로 적용되나? 그럴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그렇지 않다.

예를 들면 고통이란 개념이 있다고하자. 그 개념은 고통이란 실체가 구체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란 기표(記標)에 수많은 기의(記意)들이 달라붙어 있다. 수만은 기의들을 고통의란 기표가 대표한다고 볼수도 있고. 고통이란 개념[=기표]는 아주 다양해서 사람마다 다르고, 때와 장소에 따라서 혹은 맥락마다 다 다르다. 고통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아주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그것도 계속 변해가는 개념인 것이다.


그걸 하나의 것으로 어느 특정시점에 고정하여 개념화시키고 그걸 여러 다른 개념들과 조작하였다고 치자. 그러면 그건 그런 맥락에서만 유효할 뿐이다. 그런 깨달음 혹은 돈오라면 새로운 상황에서는 계속 새롭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라 골머리를 앓을 수 밖에 없다. 수만은 용례들이 쌓이면 대부분의 경우에 전번의 것을 꺼내어 그대로 적용하던가 아니면 변형하여 쓰면 된다.


수많은 용례들을 쌓는 행위를 점수라고 볼 수 있다.


#####

돈오하여 어떤 해결방식(해결모델)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게 어떤 경우든 문제가 생기면 기계적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 돈수가 맞으나,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우니 돈오한 해결방식을 창조적으로 재적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면 시간이 걸릴수밖에 없다. 또 사회조직이나 물리적 현상은 변형과 조작에 시간이 필요하고, 사회조직이나 물리현상은 조작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에너지를 다 소유할 수 없기에 사회조직-물리현상의 조작에 에너지를 들이면서 또 보충하고 계속 그렇게 흘러간다. 


그러면 시간의 지체가 일어나고 그걸 점수라고 볼수 있다. 


[레벨:12]부하지하

2012.11.08 (14:43:46)

 돈오를 제외하곤 시행착오정도의 의미 밖에 없소. 나 시행착오 많이 했는데 그것도 인정좀 해줘...잉.. 그러면 곤란함.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1.08 (14:46:17)

바보같은 소리요.

원래 수학자들이 이런 걸로 논쟁을 많이 했는데 누가 이겼겠소?

달나라에 로켓을 보낸 넘이 이겼소.

문제가 해결되면 이긴 거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진 거요.

수학자들은 하루에도 백개씩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소.

문제는 그것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요.

효율을 입증해낼 수 있으면 되는 거요.

유레카를 외친 사람은 금관의 중량을 속였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낸 사람이오.

 

고통이 있느냐 없느냐는 고통을 통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소.

진통제가 들으면 고통은 있는거요.

 

돈오는 문제의 해결이고

점수는 사찰을 떠나면 밥을 굶는다는 스님의 딜렘마요.

 

깨달았으면 바로 사회로 뛰어들면 되는 거요.

혜문스님은 사회의 일을 많이 하니 인정을 받는거요.

 

사회로 나갈 배짱이 없는 중들은 절집 안에서 사회를 만드는데

그건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라 점수가 되는 거요.

근데 그건 깨달음과 상관없는 딴짓이오.

인정받으려는 거.

 

[레벨:4]당당

2012.11.08 (20:12:31)

동렬씨의 논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돈오니 점수니 하는 동일한 말을 쓰더라도, 그 뜻은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해야 할 것이오.


돈오-점수의 본뜻이 있고, 그 구조를 확장적용이 있는데

내가 한 말은 원래의 뜻에 관한 것이고, 

동렬씨가 한 말은 그 구조를 확장적용한 것이오.


따라서 같은 말인 돈오-점수를 말하긴 했으나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오.


이건 맞다-틀리다의 방식으로 판정할 만한 사안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오.

동렬씨는 동렬씨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고, 나는 또 나의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1]노랑고구마

2012.11.08 (15:08:07)

잉크를 종이에 떨어뜨리면 자연스레 퍼진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2.11.08 (15:20:35)

 

이건 개인적인 얘기이기는 하지만...

불교를 처음 접했을 때 ... 막연하다는 생각을 했소.

모두 한문경전들이라서 그것을 다시 우리말로 풀어서 이해하다보니

점차 불교적 지식은 쌓여가는데..뭔가 알맹이는 빠져 있는 허전함...

그러다 팔리어로 쓰여지고 산스크리트어로 읽혀지는 초기경전을

한글로 바로 번역하여 한글경전들이 나왔는데,

뭔가 정리되지 않는 것이 정리된 느낌이었소.

아이고 붓다가 이런 말씀들을 하셨구낭~..하는게 바로 전달되었소.

뭔가 꽉찬 느낌이었소.

그래서 요즘은 대체로 위빠사나 7:사마타  3 정도의 비율이라고 하오.

물론 초기경전은 나에게 영향을 미쳤지만 위빠사나 수행이 나에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오.

 

그런데...거기에서 또 뭔가가 막히는데...그래도 내 마음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고 관계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고...

나를 닦듯이 참고 인내하고 덜 부딪히고 받아 들이고 ...그러면 될 줄 알았는데..이런 문제들은 전혀 피해지지 않았소.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아마 붓다도 이 시대에 태어났다면 조금은 이 시대에 근접한 언어로 표현했을 것이오.

그 시대 상황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이고...

다만 인간의 문제는 인간이 생겨난 이래 피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그 시대에 했던 말들이 지금 시대에도 유효해지는 경우들이 많다고 보이지만, 인간의 문화는 변하고 삶의 스타일들도 변하고, 그 시대가 고심하는 것들도 조금씩 달라지고, 그러나 고통이란 본질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고통을 느끼는 문제들이 양상을 달리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도 현대성이 적용된다고 보이는데...고통에도 현대성이 작용하고 있다라는 것이오.

이것 역시 시대가 변하기 때문이고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고통의 폭과 깊이도 커지는 것이라고 보이며, 고통의 해소도 이것에 비례한다고 생각되오.

불교도 각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시대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많은 시도들을 했다고 보이오.

요즘 불교의 문제점은 현대성을 너무 등한시 한다는 것이오.

아니 등한시 한다기 보다는 따라가기가 벅차다는 것이 더 맞을 듯.

뭔가 변화할려고는 하는데 그냥 제자리에서 맴도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소.

그러나 이도 그저 바깥에서 보는 관점에 불과할 수도 있소.

 

해서 구조론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한문 경전으로 된 선불교적 지식을 귀동냥 하듯 줏어 들어 쌓여가지만, 한글로 된 경전만은 못하드라이고,

한글로 된 경전도 현대성이란 시대정신이 없으면 뭔가 이도 요즘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진단하는데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라는 것이어서...

그렇다면 어떤 새로운 언어가 나와야 된다는 얘기인데...

구조론이 이 역할을 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소.

그러니까 이것은 시대의 흐름상에서 얘기하는 것이오.

아마도 구조론을 말씀하시는 분이 지금 시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인 것도 것도 같다고 생각하지만,

아주 먼 훗날 구조론도 그 시대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소. 왜?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치열하고도 민감하게 그 시대와 반응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불교와 같은 길을 가게 될수도 있기 때문이오.

형식과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 시대와 제대로 교감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이오.

불교도 이 시대와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변화할 수 있소. 다만 불교는 종단이나 등등으로 너무 비대해져서 시스템이 작동은 하지만 아직도 구시대적인 것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이 서로의 예라고 생각하고 있소. 현대적 시스템은 아닌 것이오.

여기에서 오는 피곤함도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되오.

 

해서 결론은 지금이오.

지금 깨닫는 것이 돈오라고 생각되오. 현대성을 갖고 있는 것이 돈오라고 생각되오.

이 시대와 맞아야 하오. 그래야 이 시대 사람들을 전율하게 할 수 있다고 보이오. 그래야 방향성을 맞출 수 있어서 고통이 해결된다고 보이오.

나머지는 모두 지적 유희라고 생각되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1.08 (15:45:27)

 

종교의 딜레마를 인정해야 하오.

기독교는 원래 해방의 종교인데 일단 원죄라는 감옥에 가둬놓고 시작하오.

가둬놔야 해방하지!

이건 딜레마요.

 

종교라는 울타리 안에 머무르는 한 어쩔 수 없는.

 

모세는 유대인들을 해방시켰소.

수천 년 후 목사들은 아직도 그것을 반복하오.

인간을 노예로 만든 다음 돈 받고 해방하는 것이오.

 

불교도 마찬가지요.

불교는 깨달음의 종교이오.

그러나 불교는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깨달음을 막아야만 그 존재가 유지되오.

윤회가 어떻고 환생이 어떻고 내세가 어떻고 까르마가 어떻고

하는 개소리들은 모두 반불교적인, 반깨달음적인, 반석가적인

바라문교의 낡은 관습이오.

 

근데 그게 없으면 불교라는 조직이 유지되지 않소.

 

어쩌겠소?

점수할 밖에.

 

모세의 해방이나

석가의 깨달음이나 본질은 같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는 것이오.

고삐와 재갈과 사슬을 끊고 놓여나야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을 수 있소.

마음의 사슬이든 신분의 사슬이든 마찬가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2.11.08 (17:20:48)

"고삐와 재갈과 사슬을 끊고 놓여나야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을 수 있소. 마음의 사슬이든 신분의 사슬이든 마찬가지요."

공감백배!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2.11.08 (17:39:04)

사람과 사람으로 보면...
무엇인가를 할때 시스템이 없으면 대략실패.
구조론 경우를 보더라도...이 사이트를 통하여 멍석이 제대로 깔리니 대화가 되는거.
그냥 개인대 개인으로는 뭔가를 전달하려 해도 잘 전달이 안된다고 보임.
시스템이란 멍석이 있어야 , 즉 그 토대가 있어야 하고 그 시스템을 의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임. 이를 통해서 통제가 되는 상황에서 대화가 되어야 한다고 보임. 여기서 통제는 억압이 아님. 닫힌계 형성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여겨짐.
이럴때 뭔가가 서로에게 반응이 오고가고 전달이 되거나 교감이 일어난다고 보임.

어느날 문득 거리에서 많은 건물들 지나가는 사람들 속에서는 어떠한 그 시대의 개념을 잡을수가 없음. 너무 범위가 크고 막연하기 때문. 그러나 분명히 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있음. 닫힌계가 형성되어야 그것을 알 수 있음. 군중속에서 뭔가를 찾으려 하면 찾을 수가 없음. 거기에는 의미가 없음. 그냥 소외된 개인과 허무만이 있을 뿐임. 그곳에서 뭔가를 시도하는 것은 조금은 무모함. 볼 방향은 그곳이 아님.
대표적으로 거리에서 도를 아십니까? 혹은 지하철에서 예수천국 불신 지옥을 외친다거나 무단으로 대문을 통과하여 현관벨을누르고 절에서 왔다면서 자신을 집안에 들여보내 주면 집안에 우환거리를 없앨 수 있다는사람들...
기본적으로 협박하고 있는 행위이며, 방향성이 없고 현대성도 없고 시스템안에 있지도 않음.
닫힌계 없이 무조건 사람을 포섭하려는 행위는 아무것도 아니고 그 자체로 허무고 그 자체로 사람을 소외시키는 것이라고 봄.
관계의 망에 들어가 있어야 서로에게 영향력 행사를 할 수 있지만 이 영향력도 서로가 가지는 시스템이 맞지 않으면 불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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