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방금 강론 게시판에서


"돈오돈수란 무엇인가?"를 읽었습니다.


글의 끝 부분에서 궁금한 게 있어서 질문글을 올렸습니다.


그 찰나의 지점을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 악사는 리듬에 태워 조절하고, 시인은 운율에 태워 조절하고, 화가는 명암에 태워 조절하고, 감독은 극본에 태워 조절하고, PD는 편집에 태워 조절하고, 감독은 작전에 태워 조절하고, 스포츠맨은 호흡에 태워 조절하고, 장인은 결에 태워 조절하고, 자연은 계절에 태워 조절하고, 문명은 진보에 태워 그것을 조절한다.

 

    그것을 최종단계에서 인간이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하다. 그래서 소통된다. 그렇게 반응한다. 그러므로 창의할 수 있다. 깨달음은 그것을 얻게 한다. 깨달음에 의해 우리의 삶은 풍성해진다. 그 지점이 조절되기 때문이다.



 인간이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는 부분을 계절을 예로 든다면

봄에 씨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는 방식을 넘어

비닐하우스에서 겨울에도 재배하고 수확하는 것을 말씀하신 창의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것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일까요?


두 번째로 궁금한 부분입니다. 사실 이 궁금증 때문에 제가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본문 내용 중에 『연인의 달아오른 마음도 차갑게 식고 만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러니까 남녀가 만나서 서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그 순간을 사람의 의지로 임의로 조절할 수 있을까요?


제가 요즘 고민하는 일과 얼핏 연관성이 있는 내용이라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네요.


제게 요즘 소위 말하는 썸녀가 있습니다.

처음에 그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나는 안 좋아하지만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대했구요.

그런 의도대로 잘 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그 찰나의 지점"을 조절했다고 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런데 이렇게 해야지 하고 한 일은 돈오돈수가 아니고 점오점수가 되는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위에 괄호 안에 인용한 부분을 제외하고까지는 글 내용이 술술 다 이해가 가더니

마지막 부분에 갑자기 혼돈이 오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9]무득

2012.11.06 (10:26:17)

세상을 간단하고  쉽게 해석하자는 것이 돈오돈수라고 생각합니다.

땅에 떨어진 동전 한잎을 들어올리는 것도 현대과학으로도 완벽하게 풀어내지 못합니다.

하물려 인간 관계의 문제는 더더욱이고요.

하지만

그 사람을 진정 사랑하십니까? 전진하시고요.

아니면 조용이 접는데 걸림이 없으면 돈오돈수라 생각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1.06 (10:38:15)

사람이 별을 딸 수는 없지만 

그 별을 이용할 수는 있습니다.


별빛이 유난히 반짝이는 그믐 날 밤중에 데이트를 하는 겁니다.


계절은 공기가 맑은 초가을이 좋겠고 

장소는 공기가 맑은 소백산 자락이 좋습니다.

소백산 천문대가 괜히 거기 있는게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딱 그곳 뿐입니다.

요즘엔 주변 도시에 불빛이 많아져서 그것도 망했지만 말하자면.


완전성이 무엇일까요?

별을 딸 수는 없으므로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이용해야 합니다.

이용하려면 시간과 장소와 무드를 딱 맞추어야 합니다.

그 완전성은 살아있는 완전성, 움직이는 완전성, 뻗어나가는 완전성입니다.

즉 조절부가 있어야 완전하다는 거지요.


옛날 화가들이 그림을 그렇게 그린 것은 나름대로 완전성을 묘사하려 한 겁니다.

우리나라 범종 양식은 하나 밖에 없고 3층석탑도 하나 밖에 없으며 불상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옥의 양식도 하나 뿐입니다. 

물론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다양하지 않습니다.

그 재료로 나올 수 있는 최대한은 그것 밖에 없다고 보는 겁니다.

완전한 것은 이런 것이다 하는 것을 보여줄라고 만든 겁니다.

그런데 조절부가 있어야 완전합니다.


만리장성이 크다한들 피라밋이 높다한들

성 베드로 성당이 웅장하다 한들 조절부가 없으면 꽝입니다.

그 조절부는 집이라면 대문이나 사랑채에 해당됩니다. 

외부인이 출입하는 빈 공간이죠.


한옥은 마당과 대청마루가 중요하고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 조절부만 그리게 된 것이 인상주의에요.

집을 그리랬더니 대문만 그려놓고 집이라고 우기는 거죠.


그래서 모든 양식이 특정한 한 부분만 강조하고 나머지는 비워두는 쪽으로 가게 됩니다.

비닐하우스 이야기는 엉뚱하지만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고요.

남녀간의 이야기는 조금 무리수로 보입니다.


여기서 이야기는 완전한 남자가 완전한 여자를 만났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님이 완전한 남자일리가 없고 파트너가 완전한 여자일리가 없잖아요.

그러므로 범위를 좁혀야 하는 거에요.


파트너가 못생겼다? 조명을 어둡게 해. 밤에 만나면 돼.

파트너가 멍청하다? 오락영화를 봐. 맞춰주면 돼.

파트너가 사이코다? 원 나잇 스탠드로 끝내면 돼.

파트너가 천재에다 미녀에다 스펙이 빵빵하다? 조낸 열심히 해서 맞춰가야지 뭐.


점오점수는 결혼식 신부화장처럼 

조금 안 생긴 사람이 화장을 떡칠해서 억지로 맞추는 겁니다.

근데 신혼 첫날 부인이 바뀌었다 하고 호텔을 뒤집어 놓곤 하지요.

돈오돈수는 맞출 수 있는 부분만 맞추고 더 이상 욕심내지 않는 거에요.

백살까지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안 맞는 파트너를 만났을 때는 그래 이 순간만 즐기는 거야. 이거죠.

파트너가 추녀라면 미녀로 보일때까지 양주를 들이붓는 거죠.

핵폭탄주를 마시면 추녀도 미녀가 됩니다.


돈오란 백살까지 잘먹고 잘살겠다는 

헛된 욕망을 버리고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겁니다.

점오점수는 별을 따려는 부질없는 노력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4]달뜨는 밤

2012.11.06 (17:49:33)

그러면 돈오점수는 뭔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1.06 (19:17:45)

이야기하자면 길어지는데 강론방에 써야겠군요.

[레벨:3]귤알갱이

2012.11.07 (02:43:34)

이 글을 써놓고 잠을 잤는데

꿈에 동렬님 댓글이

이런 허접한 글은 강퇴라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스스로도 꽤 민망했는데

친절한 답변 고맙습니다.


예전에 글에서 언급하셨던

"순간의 완전성" 개념과 통하는 게 돈오돈수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렬님 글 덕분에 매일매일 생각하는 즐거움을 느낍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2.11.07 (10:19:48)

하하하.  저두 강퇴당한적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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