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현대란 무엇일까? 현대미술, 현대교육, 현대무용, 현대문학……. 영어로는 contemporary, con+temporary다. '함께'를 뜻하는 접두어에 '잠시'를 뜻하는 말이 결합되었다. 대중들이 잠시 공유하는 것, 곧 '유행'이다. 현대성은 유행과 깊이 관련 있다. 정신없이 스쳐가는 유행이 현대의 단면이다. 어르신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경박해!' 번뜩이고 쉽게 변하고 우르르 몰려다닌다고 경멸한다. 이거다, 하고 딱 정하면 그대로 쭉 갔으면 좋겠지만 금세 아닌 게 되어버린다. 그러나 좋고 나쁘고를 떠나 이게 현대다. 정신없이 흔들어대는 그 중심에 우리가 있다.
현대성은 19세기 중반 프랑스 젊은 화가들로부터 본격적으로 촉발되었다. 그들은 잘 바뀌지 않는 시스템인 아카데미즘에 대립하여 나타났다. 젊고 배경도 없던 화가들은 불과 수년 만에 사회 주류를 뒤집어엎고 역사의 가운데 섰다. 소위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것들'이 세상을 들었다 놓은 것이다. 사람들은 그 젊은 녀석들을 한데 묶어 인상파라 이름 붙였다. 그들의 성공담은 인류를 자극했다. 20세기 들어 혁신을 외치는 젊은 세력들이 마구 쏟아져 나왔다. 무슨무슨 주의, 무슨무슨 파가 숨 가쁘게 생겨나고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었다. 인류는 인터넷과 모바일, SNS 같은 최신의 도구를 가지면서 더 자신만만해졌고, 더 유연하게 변해갈 준비가 되었다.
천덕꾸러기 싸이는 버르장머리 없는 3분짜리 비디오 하나로 불과 두어 달 만에 전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단지 공부하게 해달라는 파키스탄 시골 어느 10대 소녀(말랄라 유사프자이 Malala Yousafzai)의 외침이 오바마와 UN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등 전세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아무런 학벌과 배경이 없는 김기덕은 신발을 꺾어 신고 베니스로 날아가 황금사자를 마치 자기 것처럼 가져왔다. 이것이 현대의 본질이다. 가볍고 천박하고 쉽게 변하는 현대성은 동시에 더욱 드라마틱한 기회를 만들어내고 장벽 없이 창의적인 스토리를 발견해내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성의 본질은 소수의 권력자가 누리던 기회의 물꼬가 터져버린 데 있다. 우리는 그 물결에 휩쓸리고 있지만, 그래서 화가 날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세계는 에너지의 흐름을 공유하게 되었다. 말 그대로 유행流行은 쉽게 흐른다. 여기서 굽이쳤다 사라지고 다시 저기서 나타난다. 19세기 중반 세계의 중심은 프랑스 파리였지만 곧 독일로, 다시 뉴욕으로 옮아갔다. 이제 우리에게도 세계사적인 기회가 오고 있다. 우리의 IT 인프라는 잘 갖춰졌고, 자동차와 핸드폰과 전자기기를 세계시장에 힛트시키고, 김연아, 김기덕, 싸이와 같은 세계적인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현대란 특정한 시대를 가리키지 않는다. 오히려 '맨끝-첨단'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현대성은 흐름을 추동하는 에너지를 받아들여 흐름의 맨 앞에 서는 것을 말한다. 정신차릴 수밖에 없다.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흐름의 맨 앞에 서야 한다. 현대의 화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그저 자기 혼자 좋으라고 그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깜짝 놀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 맨 앞에 선 자가 뒤에 오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다. 아무도 가지 않은 눈 위를 걸어가는 사람이 다음 오는 사람들을 생각할 수밖에 없듯이 번쩍 깨어서 스스로 뒤에 오는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
싸이의 노랫말처럼 '갈 데까지 가보는' 것이 현대성이요 창의다. 이 경박한 유행의 시대를 저주하며 고립되어서는 결코 창의가 나오지 않는다. 전세계는 이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는 강남스타일을 지켜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싸이는 그들을 의식해 신나게 말춤을 춘 것이다. 세계인의 이목을 느끼며 시대의 흐름을 타고 갈 데까지 가보는 것이 현대성이며 진보며 창의의 비밀이다.
(제민일보 칼럼)
읽기 편하고 좋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