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둘이 하나의 토대를 공유할 때 ‘이게 이렇게 되면 저게 저렇게 되는’ 상호작용의 구조가 작동한다. 그것이 관계다.
관계는 서로 떨어져 있다가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갑자기 소집된다. 사랑이라는 보이지 않는 토대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쁘다. 네가 성공하면 나도 성공이다. 이게 이렇게 되면 저게 저렇게 된다. 보이지 않는 끈에 의해 서로는 묶여있었던 거다. 모든 예술은 그 숨은관계찾기 게임이다.
관계에 의해 서로는 조금씩 닮아간다. 관계에 의해 서로는 조금씩 치유된다. 관계에 의해 서로는 조금씩 위대해진다.
모르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고 있다. 소립자들이 이온을 주고받으며 상호작용을 하듯이. 우리는 거대한 관계의 장 안에서 호흡하고 있다. 그 관계의 토대는 보호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기에 위태롭다.
관계는 예기치 못하는 순간에 문득 끼어들어 스위치를 켠다. 그리고 그대의 존엄을 묻는다. 그러므로 위태롭다. 그 관계의 급소를 보호하는 데서 인류는 진보한다. 그 보호의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스타일이다.
서로 붙어있지 않고 서로 침범하지 않고 서로를 통제하지 않고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으면서도 서로를 도울 수 있고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관계다. 그 관계의 문법이 있다. 그 관계의 문법을 지킬 때 스타일은 완성된다.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것이 관계다. 상대의 영역에 침범하지 않고 서로 다치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지 않고 그것을 해내는 것이 예술이다. 이게 이렇게 하면 저게 저렇게 하는 상호작용의 원리를 통하여 그것은 달성된다.
관계는 너무 멀어져도 안 되고 너무 가까워져도 안 된다. 멀어지면 관계는 끊어지고 너무 밀접하면 서로에게 붙잡혀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관계의 황금률은 있다. 서로간에 딱 알맞은 거리가 있다.
관계는 상호작용을 통해 점차 견고해진다. 그 관계의 발전과정에서 무수한 위태로움을 겪는다. 그럴때마다 더욱 높은 레벨의 공유하는 토대를 불러내는 방법으로 관계는 진화한다. 마침내 자연과, 진리와, 역사와, 진보와, 신과 친구가 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