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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9294 vote 0 2012.10.21 (21:07:00)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여라

 

    끽다거 하면 차를 마시라는 말이다. 두 번 끽다거 하면 나는 주인이고 너는 손님이라는 말이다. 세 번 끽다거 하면 너와 내가 만나듯이 차와 차가 만나고 세상과 세상이 만나고 모두 만난다는 말이다. 그렇게 서로는 토대를 공유한다는 말이다. 그러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점차 관계의 밀도를 높여나간다.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힌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그 과정에서 스타일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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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성은 제자리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맨 처음에는 아기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엄마가 아기를 버릴 수는 있어도 아기는 엄마를 버릴 수 없듯이. 첫 출발점은 교환할 수도 없고 환불 받을 수도 없다. 애초에 선택권이 없다. 맨 처음에는 이등병처럼 다 받아들여야 한다. 흰 도화지처럼 온갖 색깔을 다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한번 색깔이 칠해진 다음에는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울리는 색깔만 받아들이는 거다. 그렇게 상호작용은 시작된다. 깨달음의 게임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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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순수성을 얻은 다음에 활동성으로 나아가야 한다. 상대방의 대응을 보아가며 거듭 나아가는 것이 상호작용이다. 거기서 멈추지 말고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서야 한다. 왜냐하면 환경이 변하기 때문이다. 밤낮은 변한다. 날씨는 변한다. 계절은 변한다. 세상은 변한다.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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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동의 순수성을 얻었거든 강호동의 활동성으로 올라서야 한다. 물론 강호동이 김제동보다 낫다는 뜻은 아니다. 김제동에게는 유재석처럼 절묘하게 분위기를 맞추고 균형을 맞추는 대칭성도 있으니까. 그러나 올밴의 순수성보다는 강호동의 활동성이 한 레벨 더 윗길이다. 활동성은 끝없이 상대를 따라가는 것이다. 상대가 산으로 가면 산으로 가서 보조를 맞춰주어야 하고, 상대가 바다로 가면 역시 바다로 가서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부단한 상호작용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아야 한다. 역사가 가면 가는대로 따라가야 하고, 시대가 가면 가는대로 따라가야 한다. 인터넷으로 가면 따라가야 하고 SNS로 가면 따라가야 한다. 궁시렁대지 말고 세상의 흐름을 따르라. 결을 타고 흐름에 올라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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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을 이루는 데는 가운데서 좌우의 균형을 잡는 방법도 있지만 맞은편에서 균형을 잡는 방법도 있다. 부모가 두 자녀들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균형을 잡는 방법과 남녀가 서로 간에 균형을 잡는 방법이 있다. 커플티를 입고 동시에 똑같은 행동을 하는 균형도 입고 돌아가면서 교대로 입는 시간차 균형도 있다. 이 지점에서 조형적 질서는 매우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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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캐릭터와 이야기와 예술은 기본적으로 대칭에서 시작한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거다. 선과 악의 대칭구도에서 선이 악을 이기면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결과는 허무해진다. 틀렸다. 거기서 이야기를 끝내지 말아야 한다. 톰과 제리의 대결은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내일도 방송국은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칭성으로는 부족하고 다음 단계인 방향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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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 콘서트 달인은 순수성의 노우진, 활동성의 김병만, 대칭성의 류담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활동적인 달인 김병만이 순수한 수제자 노우진을 갈구면 대칭성의 류담이 수제자의 편을 들어 김병만을 때린다. 물론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조합을 끌어낼 수 있다. 개그프로그램은 대부분 엉뚱한 주장을 하는 보케와 이를 꾸짖는 츳코미의 일본식 만담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달인에서는 노우진과 김병만이 보케를 맡고, 류담이 츳코미를 담당한다. 그 사이에서의 팽팽한 균형이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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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홍철의 활동성, 정형돈의 대칭성, 김구라의 방향성을 대비할 수 있다. 노홍철의 수다와 박명수는 ‘버럭’이 활기를 불어넣지만 대신 불안하게 한다. 정형돈이 체중의 잇점을 구사하여 노홍철과 박명수의 오버를 제압함으로써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유재석이 가운데서 불편부당을 구사하여 균형을 잡는데 비해 정형돈은 반대쪽을 돌며 빈 자리를 메꾸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는 차이가 있다. 김구라는 특히 방향제시에 탁월한 능력이 있다. 최민수급 막강한 게스트가 출연해도 단번에 제압하고 딱딱해진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패널과 게스트 사이의 대결구도를 성립시킬 소실점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 만약 유재석과 정형돈만 있으면 균형을 잘 이루지만 대신 50 대 50으로 교착되어 심심해질 수 있다. 김구라의 방향제시는 그러한 교착을 타개하고 활력을 불어넣는다. 물론 박명수도 때로는 상당한 방향제시의 능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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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칭성은 강-약약으로 맞출 수도 있고 장-단단으로 맞출 수도 있고, 쿵-따따로 맞출 수도 있다. 그 가운데 방향성이 있다. 정과 반의 기계적인 50 대 50 대칭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차를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절묘한 대칭을 만들어가는 것이 방향성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가 소실점을 바라보고 한 줄에 꿰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만하게 된다. 김구라나 양현석은 그것을 할줄 아는 사람이다. 순수성의 김국진과 활동성의 이경규에게는 없는 능력이다. 왕년의 전유성, 최양략, 주병진도 상당한 방향제시 능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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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태로운 지점을 포착하고 그 지점을 보호하고 조율하는 방향으로 팀을 인도하는 것이 방향성이다. 고흐가 그림에 떡칠을 해버리듯 엄청난 에너지의 물량공세를 퍼부어서 그 신경질적인 대립구도를 무너드리고 다 함께 말춤을 추게 하는 것이 싸이의 창의성이다. 그 대결지점을 바꾸어 새로운 질서를 창의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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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둘의 대칭을 조성하여 긴장을 유발한 다음 그 소실점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겨버릴 때 웃음은 유발된다.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것은 주로 물의 수압, 공기의 기압, 지구의 중력, 안료의 질감, 조명의 밝기와 같이 바운더리 전체에 두루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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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만의 조절스위치를 창안해야 한다. 시공간 전체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토대의 공유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형태, 질감, 명암, 구도, 순간동작들에서 그것을 찾아내곤 했다. 만약 그것을 얻으면 어떤 경우에도 상황을 장악하고 자기 뜻대로 끌어갈 수 있다. 그러한 수단은 반드시 현대성을 갖추어야 한다. 양현석이 힙합위주로 방향을 잡은 것이 그러하다. 시대의 트렌드를 따라가야 조율은 가능하다. 말을 제어하려면 머리에 재갈을 물려야 한다. 소를 제어하려면 역시 머리쪽에 코뚜레를 장착시켜야 한다. 말꼬리에 재갈을 물리고 쇠꼬리에 뚜레를 구사한다면 시대착오다. 이문열처럼 역주행을 하면 반드시 실패하고 만다. 영화 광해가 과거의 소재를 들고나왔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켜 현대와 교감하듯이 반드시 현대성에 의지하지 않으면 그 조절스위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싸이처럼 앞서가야 한다. 김기덕 감독처럼 시대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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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풍철에는 단풍색깔 옷을 입어주는 것이 스타일이다. 21세기에는 21세기철에 맞는 작품을 쓰는 사람이 김기덕 감독이다. 그럴 때 예술은 조절부를 획득한다. 창의하여 소실점을 옮길 수 있다. 군중을 향하여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할 수 있다. 그것이 현대성이다. 이수만이나 박진영은 21세기라는 계절에 맞추지 않고 일본이라는 공간, 미국이라는 공간에다 깔맞춤을 시도했기 때문에 실패하고 만다. 계절에 깔맞춤을 하는 것이 현대성이다. 그래야 앞서갈 수 있고 우일신할 수 있다. 계절은 매일 변하며 소실점이 매일 바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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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수가 여럿이면 활동성이 생기고, 활동이 여럿이면 대칭성이 생기고, 대칭이 여럿이면 방향성이 생기고, 방향이 여럿이면 창조성이 생긴다. 이러한 단계적 상호작용 과정을 거치면서 예술은 점차 풍성해진다. 나무는 더 많은 줄기와 가지를 갖추게 된다. 노우진, 김국진, 정준하가 여럿이면 노홍철, 박명수, 김병만이 등장하여 분위기를 띄우고, 이들이 함부로 폭주하면 유재석, 정형돈이 정리하고 그러다가 싱거워지면 양현석, 김구라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여 활로를 개척한다. 그럴 때 싸이와 김기덕이 이를 다시 해외로 연결시킨다. 소실점을 다른 곳으로 옮겨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증폭되고 공명되면 예술은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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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을 옮길 수 있다. 그것이 스타일의 창의다. 스티브 잡스가 모든 사람의 시선을 스마트폰으로 옮겨버렸듯이 한꺼번에 모두 바꿀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토대를 흔들어버림으로써 가능하다. 세상 사람들이 가장 크게 공유하는 토대는 무엇일까? 그것은 공간에 없고 시간에 있다. 모든 사람은 날자와 시간을 공유한다. 모든 사람은 가장 앞서가는 것을 바라보게 되어 있다. 답은 현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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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은 과거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헤쳐온 방향성을 포착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바람의 결을 읽어 내일의 날씨를 예측하려는 것이다. 날씨에 맞추어 옷을 입는 것이 스타일이다. 비록 박근혜 구름이 몰려오고 있지만, 여전히 안철수 안개에 덮여 있지만 문재인 달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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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관계다. 관계는 긴장을 유발한다. 우리는 그 긴장이라는 토대를 공유한다. 창의하여 그 토대를 흔들어버릴 수 있다.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된 공기를 흔들어 버림으로써 타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래서 예술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예술은 힘이 있다. 깨달음은 그 예민한 지점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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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순되는 둘이 공존할 때 긴장한다. 우리는 그 긴장의 질서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긴장을 조각할 수도 있다. 심지어 그 긴장을 디자인할 수도 있다. 그 긴장을 연주할 수도 있다. 그 긴장을 복제할 수도 있고 증폭시킬 수도 있다. 그 긴장의 소실점을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그 방법으로 웃음을 유발할 수도 있고 사람을 울릴 수도 있다.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가장 멋진 것은 에너지를 태우는 것이다.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관계로 나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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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순간적으로 그 공간의 조형적 질서를 파악하고 그 구조를 복제하여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게 한다. 한 사람이 웃으면 모두가 웃게 하고 한 사람의 울면 모두가 울게 한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그것을 지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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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의 본의는 현대성에 있다. 현대성은 계승된 전통 위에 새로운 전통 하나를 올려놓는 것이다. 그렇게 진보하여 가는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깨달음의 족보가 있다. 깨달음의 전통이 있다. 다빈치와 세르반테스와 마네와 고흐와 주성치와 김기덕과 노무현이 공유하는 것이 있다. 전체가 한 줄에 꿰어진다. 그들은 모두 서로 다른 둘을 공존시킨 다음 그에 따른 긴장을 연주하는 솜씨를 보여주었다. 이제는 우리가 주류다. 우리에게 정통성이 있다. 그것이 현대성이다.

 


[레벨:3]귤알갱이

2012.10.26 (19:12:04)

그림이 표시가 안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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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오는데 저만 그런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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