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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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11800 vote 0 2012.10.21 (17:51:45)


    만수가 철수에게

 

    ‘관계’를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 관계는 우리가 발 딛고 선 토대의 공유다. 좁은 방에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있다. 한 사람이 이렇게 하면 다른 한 사람이 어떻게 되느냐다.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

 

    어떤 영향이든 상대방은 불쾌하다. 사절을 보내서 사전에 허락을 맡아야 한다. 허락없이 일을 저지른다면 무례한 짓이다. 사절을 보낸다면 누구를 보낼까? 젊은이를 보내면 함흥차사 목만 돌아온다.

 

    상부구조가 있다는 말이다. 국가원로급을 사절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이야기가 된다. 근데 국가원로가 미쳤다고 나를 위해 대신 발품을 팔아주겠는가? 마땅한 사절을 못구한다면? 깨갱이 맞다.

 

 

    안철수의 코메디 정치

 

    중요한건 포지션이다. 포지션은 관계의 토대 위에서 작동한다. 국민들은 정치가의 말이 아니라 포지션을 보고 판단한다. 우리식 표현으로는 ‘경우’다. 정치인은 특히 경우바른 사람이어야 한다.

 

    안철수는 하극상을 저질렀다. 날이 심을 친 것이다. 경우없는 행동이다. 주제에 3자회동을 제안할 짬밥인가?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소집하는 거다. 어린 사람이 할배, 할매를 오라가라 할 입장인가?

 

    지가 왕자인가? 경우없는 행동을 보면 어른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이렇게 말한다.


    “쟨 아냐!”


    이걸로 상황종료다.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노무현은 반대였다.


    “다 필요없고 난 이인제 하나만 잡으면 돼!”


    국민은 이렇게 말했다.


    “왜 이인제만 잡아? 잡는 김에 수구꼴통 다 잡아버려. 하는 김에 대통령까지 해버려! 왜 중간에서 멈춰? 계속 가봐!”


    이게 정답이다. 자기가 말 다 해버리면 안 되고 국민에게 마이크 넘겨야 한다. 안철수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대통합을 하겠습니다. 내가 다 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은 닥치시고 구경이나 하세요.”

 

    이게 무슨 말인가? 국민을 잡겠다는 말이다. 국민을 가르치겠다는 말이다. 지가 뭔데? 무슨 자격으로? 젊은 사람이 공격수를 해야지 왜 수비수를 해? 수비수는 김대중 대통령 같은 원로가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보복금지를 제안하고 김종필을 끌어들여 대통합을 외친 것은 그만한 위치가 되기 때문이다. 3천억 해먹은 영삼도 그 덕에 살아난거다. 안철수는 그럴 위치가 안 된다.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할아버지 흉내를 내고 있다. 국가원로 행세를 하고 있다. 그런 말씀은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이나 성철 스님이 해야 어울린다. 젊은 사람은 곧 죽어도 공격수를 해야 한다.

 

    궂은 일을 해야 한다. 통합은 국민이 한다. 3자회동은 국가원로가 중재자로 나서서 소집하는 거다. 그래도 2자회동이 되기 십상이다. 이만수 감독도 요즘 조심한다. 철수는 만수에게 배워야 한다.

 

    '선발투수가 못 막아서 내가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왔다. 박근혜 하나만 잡으면 내 역할은 끝난다. 대통령 못해도 좋다.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는 움직임을 멈출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 ' <- 이게 안철수의 정답이다.

 

 

    쿠릴타이의 원리

 

    개업식이 폐업식 되는 수 있다. 안철수 출정식이 그짝이다. 그동안 준비해온게 고작 이거였나? 안랩 주가 떨어지는게 이유가 있다. 세가 약한 조직은 되도록 전체회의를 소집하지 않으려고 한다.

 

    거품 꺼지고 속을 들키게 되기 때문이다. 그 원리를 적용한 것이 쿠릴타이다. 쿠릴타이가 소집되면 각 세력이 병력을 거느리고 초원에 집결한다. 원로들은 대대로 내려오는 가문의 화로 앞에 모여서 회의를 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결론이 나는 것은 아니다. 세로 결정한다. 각 우두머리들이 자기들이 데리고 온 병력을 집결시켜 세과시를 하는 것이다. 분위기가 좋으면 부족 간에 시장이 서고 잔치가 벌어진다.

 

    분위기가 나빠지면 일제히 칼을 갈고 활시위를 매긴다. 병사들의 눈빛만 봐도 누가 이기고 있는지 지금 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게르에서는 원로들 간에 논의가 활발하다.

 

    “야. 너는 병력도 없는 주제에 까부냐?”
    “오고있다니깐요. 10만이에요. 강물이 불어서 애들이 늦는가보네.”
    “둘러대지마. 항복해.”

 

    한 곳에 모아놓으면 세가 드러난다. 화살 한 대 쏘지 않고 강자와 약자,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안철수는 결정적으로 세를 들켜 버렸다. 박선숙, 조정래? 이헌재 이게 다야? 웬 변호사들이 많아?

 

    상부구조가 있어야 한다. 문재인은 상부구조가 있으므로 계속 추가로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 이해찬과 박지원이 계속 보내준다. 명분과 정통성 밖에 가진 것 없는 시민단체가 지지선언을 한다.

 

    원로들의 역할은 정통성 확인이다. 쿠릴타이 소집권을 상징하는 가문의 화로를 인증해준다. 원로들은 정통성이 있는 문재인을 지지할 수 밖에 없다. 시민단체 역시 원로 역할이다. 상부구조에 속해 있다.

 

    문제는 상호작영의 법칙이 작동한다는 거다. ‘쟤가 안철수 밑으로 들어가면 난 안 갈래.’ 이렇게 된다. ‘조정래, 이헌재가 갔다구? 그럼 난 안 가.’ 이거다. 하나가 들어가면 반드시 하나가 나간다.

 

    문재인은 걱정이 없다. 문재인 보고 들어오는게 아니라 이해찬 보고 들어오고 노무현과의 의리 보고 들어오고 박지원 보고 들어오고 민주당 보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게 정통성의 유리함이다.

 

    벌써 유시민이 지원사격 해줬다. 문재인과 줄 대려고 그러는거 아니다. 노무현과의 의리 때문이다. 그게 상부구조의 힘이다. 안철수는 그게 없다.

 

    안철수와 친하고 싶어도 먼저 안철수의 아비를 방문해야 경우에 맞다는 구조론적인 딜레마 때문에 못한다. 안철수가 동작동에 가서 이승만 아비, 박정희 아비를 찾았지만 헛수고다. 니 애비냐?

 

    안철수를 까고 싶지는 않다. 단지 정치를 가르쳐주고 싶을 뿐. 이 참에 배워두시라. 정치 계속 할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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