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프로필 이미지
[레벨:3]김동렬*
read 18727 vote 0 2012.10.21 (17:47:55)


    안철수는 고수인가?

 

    ‘하수는 수 쓰다 망하고 고수는 아끼다 망한다’고 한다. 손학규, 김두관은 하수다. 수 쓰다가 망했다. 안철수는 확실히 고수다. 타이밍정치 하는게 그렇다. 근데 아끼다가 망했다.

 

    정작 창당할 타이밍을 놓쳤다. 안철수는 결단력이 없다. 멘토부대가 있다는 거 자체가 웃긴 거다. 본인의 의사결정 능력이 안 되니까 주변에 조언을 구하는 거다. 그게 더 혼란을 부른다.

 

    자식은 없는데 아버지만 많다. 문재인과 반대다. 문재인은 독재자와 독재자의 줄에 선 거짓 아비들을 찾지 않았다.

 

    정치를 알아야 한다. 정치는 후흑의 세계다. 정치판에서 배신을 밥먹듯 하는건 당연한 거다. 이는 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다. 유별난 악당이 나쁜 마음을 먹고 배신하는 것은 아니다.

 

    구조적으로 배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배신한다. 손학규, 김두관이 배신을 때린 것도 그렇다. 배신하려고 배신한게 아니라, 배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 안에 포지셔닝한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배신을 막는 것은 시스템이다. 상부구조가 있어야 한다. 중재자가 있어야 한다. 이해찬, 박지원이 있어야 한다. 전통이 있고 규율이 있고 정통성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에게는 그 어떤 것도 없다.

 

    배신의 공식은 이렇다. 급한 보고가 있는데 비서들이 인의 장막을 친다. 독대를 청하지만 면담은 거절된다. 이때 방해자인 비서를 제거하려고 시도한다. 부마항쟁이 위급한데 방해자인 차지철을 제거해야 박정희와 독대가 된다. 차지철 잡으려다가 박정희까지 잡는다. 이건 공식이다.

 

    비서들이 인의 장막을 안 치면 되잖느냐고? 불가능하다. 눈도장 찍을 목적으로 쓸데없는 보고서를 올려서 윗사람을 피곤하게 하는 일은 무수히 일어난다. 잡무에 시달리다 보면 장막을 치게 된다.

 

    역사상의 허다한 농민반란이 실패한 것은 대개 분열 때문이다. 절친이었던 오광과 진승이 진시황의 독재에 대적하여 일어났을 때부터 태평천국이 망할때까지 중국의 농민반란사는 한 마디로 분열사였다.

 

    분열하지 않으면 될 거 아니냐고? 불가능하다. 왕조시대에는 군대의 훈련권과 이동권을 분리하였다. 대장은 군대를 훈련시키기만 하고 이동하지는 못한다. 군대를 이동시킬 권리를 가진 사람은 직접 군대를 양성하지는 못했다.

 

    이러니 전투력 떨어지는 것은 당연. 이순신 장군이 원균과 틀어진 것도 초기에 선조의 허락없이 경상도로 군대를 이동시키는데 따른 부담 때문이었다. 원균은 자신이 상급자니까 무조건 자기 지시를 따르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순신 장군 입장에서는 함부로 군대를 이동시켰다가 목이 달아나는 위험이 있었다.

 

    분열은 의심에서 시작되고 의심은 스트레스에서 시작된다. 전투가 시작되면 스트레스는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왕조시대에는 전투력을 희생시켜 가면서까지 이를 물리적으로 막은 거다. 시스템으로만 막을 수 있다.

 

    정치의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은 복잡하다. 신뢰만 있으면 쉽게 해결될 일이 신뢰가 없어서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신뢰가 그냥 사적인 약속, 대화, 의논, 의리 이런걸로 되는게 절대 아니라는 거다.

 

    공사구분이 되어야 한다. 안철수팀은 사적 시스템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 공적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한다. 이때 내부경쟁은 필수다. 내부경쟁은 필연적으로 내부의 적을 만든다. 배신은 일어난다.

 

    신뢰는 오직 전통, 경험, 정통성, 시스템, 중재자, 상부구조, 역할분담에 의해서만 작동한다. 안철수는 진작에 창당을 해서 조직을 가동시키는 훈련을 했어야 했다. 경험부터 쌓아야 한다. 그런데 늦었다.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홀몸이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이 쉽다. 문재인은? 홀몸이 아니다. 챙길 식구가 한 트럭이다. 문재인이 언제 이해찬 허락맡고, 박지원 허락맡고, 범친노진영의 중지를 모아서 김두관, 손학규의 견제를 피해서, 그 복잡한 미로를 탈출해서 의사결정을 하겠냐 말이다. 못한다.

 

    결국 안철수는 뭔가 결정하는데 문재인은 아무 것도 결정을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안철수를 지지하는 거다. 그러나 이건 9월 16일까지다. 이제 상황은 반전되었다. 당이 후보에게 전권을 위임했다. 이제는 이해찬, 박지원도 문재인 못건드린다. 손학규, 김두관은 깨갱이다.

 

    문재인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의사결정이 용이한 구조를 만들었다. 통합진보당의 난맥상과 다르다. 안철수는? 의사결정이 불능이다. 멘토 300명한테 전화해봐야 한다. 왜 안철수는 어려워졌는가? 안티 때문이다.

 

    공격이냐 방어냐다. 공격은 항우가 혼자 하는게 낫다. 부하들 많아봤자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정예 3만으로 유방의 56만을 깨뜨렸다. 방어는? 절대로 자기 포지션을 지켜야 한다.

 

    수비수들이 자기 지역을 이탈하면 지역방어가 무너진다. 방어는 절대적으로 한신의 10면 매복을 써야 한다. 근데 10면 매복을 할 10명의 장수가 항우에게는 없다. 항우는 수비가 안 된다.

 

    공격전문의 항우는 빠른 이동을 필요로 하므로 이동속도가 떨어지는 방어전을 못한다. 무엇인가? 약한 고리를 감추는게 수비전술이다. 항우는 불안요소인 조직의 약한 고리를 아예 없애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숫자가 적어졌다.

 

    안철수는 혼자다. 혼자이면 공격일변도로 가야 한다. 자연히 방어가 약해진다. 문제는 목동 30대여자 소동에서 보듯이 사방에서 온갖 악랄한 공격이 들어온다는데 있다. 누가 방어해주랴? 없다.

 

    초반에는 공격 잘 하는 사람이 점수를 따지만 막판에는 방어 잘 하는 사람이 끝까지 간다. 필자가 홍명보호 4강은 갈 수 있다고 호언한 것은 수비수 출신인 홍명보가 방어를 잘 하기 때문이다.

 

    월드컵을 하더라도 초반 리그전에는 점수 잘 뽑는 팀이 올라가지만, 16강전부터는 수비 잘 하는 팀이 올라간다. 공격은 발빠른 의사결정능력으로 하지만 방어는 절대적으로 자기 위치를 지켜야 한다.

 

    막판 한달은 버티기 싸움이다. 절대적으로 세력이 있어야 한다.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 수비 잘 하는 사람이 이긴다. 공격은? 외곽에서 때려줘야 한다. 유시민팀과 같이 배후에서 기동해줄 외곽세력이 있고 본인은 침착하게 수비를 잘 하는 쪽이 큰 싸움에서 이긴다.

 

   

 

 

http://gujoron.com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32 안철수 이미 늦었다 김동렬* 2012-10-21 9862
» 안철수는 고수인가? 김동렬* 2012-10-21 18727
430 안철수의 정답은 유시민의 길 image 김동렬* 2012-10-21 21750
429 김기덕식 복수 image 김동렬* 2012-10-21 10116
428 언론이 열등감 괴물이다 image 김동렬* 2012-10-21 10194
427 우리가 이기는 방법 image 김동렬* 2012-10-21 9886
426 진짜진보 이야기 image 김동렬* 2012-10-21 8802
425 이석기 김재연 박근혜 image 김동렬* 2012-10-21 9941
424 바보같은 슬로건들 image 김동렬* 2012-10-21 9653
423 박근혜 망가졌다. image 김동렬* 2012-10-21 9370
422 혜문과의 대화 image 김동렬* 2012-10-21 9760
421 문재인의 전략은? image 김동렬* 2012-10-21 11718
420 세상은 2년마다 그대를 부른다. image 김동렬* 2012-10-21 9925
419 손학규가 뜨지 않는 이유? image 김동렬* 2012-10-21 8044
418 이번 대선 네거티브가 결정한다 image 김동렬* 2012-10-21 9119
417 김종배의 천기누설 image 김동렬 2012-07-05 11980
416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image 22 김동렬 2012-06-28 12672
415 남자가 세상을 망친다. image 4 김동렬 2012-06-28 10240
414 한국의 미래 여자가 결정한다. image 17 김동렬 2012-06-27 11869
413 멍청이 지식인이 문제 image 8 김동렬 2012-06-25 9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