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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10194 vote 0 2012.10.21 (17:45:48)


    언론이 괴물이다.

 

    ‘김기덕의 열등감’..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언론이 괴물이다. 솔직히 생각해봐라. 초등학교 겨우 졸업한 사람이.. 해외영화제에서 여러번 수상했다면 성공한거 아냐? 설사 황금사자상을 못 받았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센세이션 한번 일으켰으면 많이 성공한 거다.

 

    그만하면 되었지 무얼 더 하란 말인가? 무얼 더 욕심낸다는 말인가?

 

    처음 악어를 만들고 섬을 만들었을 때 그는 이미 개인적으로는 정상에 올라 있었다. 자기 자신의 목표는 달성한 거다. 거기서 더 올라갈 데가 없었다.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고, 누구와도 대화할 수 있고,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이게 진짜 중요한 것.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만나기 싫은 사람 안 만나기.. 이것만 충족되면 인생은 살만한 거다.

 

    영화인들의 배척? 그건 문제가 아니다. 관심도 없었을 거다. 그 바닥에서 인정받고 패거리 짓겠다는 욕구 자체가 없을거다.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 초대라도 받으면 본인이 불편해서 거절할 거다. 김기덕이 영화계를 왕따시킨 거다. 나라도 그렇게 한다. 입으로만 영화 만드는 자들과 뭣하러 말 섞나?

 

    그런 자들과 만나서 이해할 수 없는 현학적인 단어, 콩글리시 섞인 지식자랑 듣고 있노라면 배알이 뒤틀릴 거다. 김기덕 감독은 중학생도 아는 고사성어를 틀리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자리에서 아는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소한 거 트집잡아 웃는 모습이 두어번 연출되어 버리면 두 번 다시는 그런 자리에 가고싶지 않을 거다.

 

    아웃사이더? 천만에. 김흥국을 보라. MBC 사옥 복도가 그의 집이었다. 3년 동안 복도에서 굴러먹으며 PD들 잔심부름 했다. 구두도 닦아주고 커피도 날라줬다. 어렵게 힘있는 사람들과 안면 트고 인맥 닦았다. 그에게 호랑나비의 히트는 대성공이었다. 그만하면 출세한 거다. 적어도 그 바닥에서는 김흥국에게 열등감이 있을 리 없다.

 

    초딩도 아니고.. 어휴.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성공했는데 무슨 열등감이 있겠는가? 열등감은 실패한 자의 것이다. 분명히 말한다. 열등감 따위는 없다. 단지 스타일이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다음 작품이 머리 속에서 계속 맴돌기 때문이다.

 

    가수협회라는게 있다. 탤런트 협회도 있다. 회장자리는 누구의 차지일까? 보통 코미디언 중에서 가장 못 웃기는 코미디언이 코미디언협회 회장을 맡는다. 왜? 바쁜 코미디언들이 회장 자리를 사양하기 때문이다.

 

    돈 벌기 바쁘고 노래하기 바쁜데 무슨 얼어죽을 놈의 회장? 결국 노래 못 부르는 가수가 가수협회장하고, 연기 못하는 탤런트가 탤런트협회장 한다. 한 두편 성공해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렸는데, 그 바닥에서 더 이상 불러주는데가 없으면 인맥이나 닦고 회장이나 하면서 이곳저곳에 전화질이나 하는 거다.

 

    열등감은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왜냐? 초등학교 나온 김기덕에게, 상고 나온 노무현에게 그 정도의 성공도 매우 감지덕지한 일이기 때문이다. 기분 째지는 일이다. 매우 좋다. 나날이 즐겁다. 분에 넘친다. 그런데 무슨 열등감?

 

    상고 나온 노무현은 대학생활을 못했기 때문에 젊은 386 비서들과 어울리는게 매우 즐거웠다. 그게 너무나 즐거워서 민주당 중진이라는 설렁탕 패거리들과 어울리지 않았다. 열등감 때문이 아니고 즐겁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진실이다.

 

    입장바꿔 생각해보라. 자기를 따르는 만만한 후배들이 잔뜩 있는데 뭐하러 영감들 비위 맞춰주며 영감들과 노냐? 영감들과 시시덕거리며 놀면 재밌냐? 재미 하나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특별히 젊은 386들과 어울린 것이며 그 이유는 딱 하나다. 즐거웠기 때문이다. 열등감 때문이 아니다. 전혀다. 그렇다면 다른 민주당 중진들은? 그들은 따르는 젊은이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자. 당신이라면 말 잘듣는 젊은이와 놀지 노인네와 놀겠는가? 만만한 제자들이 있는데 뭣하러 영화계의 꼰대들과 어울리겠는가?

 

    문제는 포지션이다. 왜냐? 다음 단계의 계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따지고 보면 진정한 아웃사이더는 이명박이다. 이 자도 상고나온 자다. 회사 말아먹고 그 바닥에서 대접 못 받은 자다. 그래서 인정받으려고 부지런해졌다.

 

    아웃사이더는 누구인가? 전여옥이다. 정통 코스를 못 밟은 자다. 사기쳐서 책 팔다가 여불때기로 국회의원 붙어먹었다. 아웃사이더는 누구인가? 유인촌이다. 역시 정통 코스를 못 밟았다. 예술가도 아니다. 그런데 예술의 전당 이사장이다.

 

    보라! 구두나 닦던 김흥국 아웃사이더, 예술가도 아닌 예술의 전당 이사장 유인촌 아웃사이더, 남의 글 훔쳐서 작가된 전여옥 아웃사이더, 현대건설 망해먹은 이명박 아웃사이더.. 이들이 진짜배기 아웃사이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어쩌다 한 건 올리고 난 다음의 계획이 없다. 자기가 본래 굴러먹던 바닥을 떠나 남의 동네를 기웃거렸다.

 

    책은 도적질해서 썼고 다음에 나올 책이 없다. 곤란해졌다. 전여옥. 현대건설은 망해먹었고 다음 건설은 없다. 건설할래야 건설할 수 없다. 이라크에서 2조원을 날려먹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명박은 개털이다. 거지다.

 

    한때 한국에서 제일 잘나가던 재벌집단의 일원이었던 그의 신분(정주영이 전문경영인 운운할 때 이명박 위치는 지금 이건희 아들 위치. 정주영은 이명박에게 현대 물려주고 대통령에 도전할 참.)으로 보면 지금 이명박 위치는 거지도 이런 거지가 없다. 상거지다.

 

    변희재가 왜 저럴까? 변희재야말로 진정한 아웃사이더다. 어느 바닥에도 낄 자리가 없다. 겉도는 신세. 방송에 출연 못하는 방송인, 책을 쓰지 못하는 작가, 삽질을 못하는 불도저.. 이들 공중에 붕 떠버린 자가 아웃사이더인 것이다.

 

    그들이 주류질서에 하부구조로 포섭되어 아양을 떠는 신세가 된 것은 다음 단계의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다음에 찍을 영화가 없고, 다음에 부를 노래가 없고, 다음에 행할 경영이 없다. 무엇인가? 그들은 본업에서 짤린 자들이다.

 

    ◎ 변희재.. 짤린 논객. 부업으로 고소나 하세.
    ◎ 김흥국.. 짤린 가수. 부업으로 정몽준 가방들이나 하세.
    ◎ 유인촌.. 짤린 연예인. 부업으로 명박이 홍위병이나 하세.
    ◎ 이명박.. 짤린 기업가. 부업으로 서울시장이나 하세. 
    ◎ 전여옥.. 짤린 작가. 부업으로 금뺏지나 하세.
    ◎ 박승대.. 짤린 개그맨. 부업으로 기획사나 하세.
    ◎ 아놀드 슈왈제네거. 짤린 근육맨(근육이 짤렸음) 부업으로 주지사.
    ◎ 박공주.. 짤린 공주. 부업으로 대선후보나 하세.

 

    열등감은 본업에서 짤린 떨거지들의 것이다. 이들은 본업에서 짤렸기 때문에 겉도는 신세가 되었다. 그들이 아웃사이더다.

 

    그렇다면 유시민은? 본업인 책쓰기와 방송활동이 남아있다. 오히려 정치가 부업이었다. 본업으로 돌아가면 된다. 노무현은? 왕년에 하던 변호사 계속하면 된다. 그들은 짤리지 않았다. 인세만 받아도 충분히 먹고 산다. 멀쩡한 본업이 있는데 무슨 열등감이란 말인가?

 

    김기덕 감독은? 영화 만들면 된다. 멀쩡한 본업이 있는데 무슨 열등감? 김기덕은 황금사자상을 안 받았어도 충분히 개천에서 용이 난 것이고, 그가 소원하던 모든 꿈을 다 이룬 것이며, 더 이상 올라갈 고지가 없다.

 

    인생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자신을 알아주는 진정한 세 친구다. 넷이면 벌써 피곤하다. 여기저기서 전화질 해오면 짜증난다. 필요한 때 전화하면 곧 달려올 친구가 셋만 되어도 이 세상은 살만한 거다. 김기덕 감독에게 친구 세 명이 없겠는가? 제자가 수십명이고 지지자가 수만 명이다. 무엇이 아쉽겠는가?

 

    천재작가들이 아웃사이더 포지션에다 포지셔닝을 하는 전략적인 결정이다. 왜? 역사의 본질은 ‘변방에서 중심을 흔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의도적으로 변방에 서고자 한다. 열등감처럼 보이는 것도 연출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굵은 줄기는 신과의 계약이다. 이건 내 스스로가 정한 자신과의 약속이다. 김기덕 감독도 비슷할 거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피에타.. 개봉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청계천 이 강도’다. 이건 고도의 계산된 판단이다. 김기덕이 갑자기 안하던 TV출연을 하고 언론 인터뷰를 하는 것은 단지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그러려고 했다. 황금사자상 정도야 언제든지 가져올 수 있는거고 중요한건 타이밍. ‘사람이 먼저다’로 고전하는 문재인을 ‘수평사회’라는 화두로 지원사격 하려면 지금이 딱.

 

    그의 분노도 그의 한도 자기 자신을 학대해서 에너지를 쥐어짜는 방편이다. 이외수는 글이 안 나오면 문을 쇠창살로 만들어서 용접해 버린다. 그 정도로 쥐어짜야 그만한 글이 나와주는 것이다. 배 부르고 맘 편한데 글이 나오겠는가?

 

    김기덕은 자신을 학대하고 쥐어짜서 창작열을 끌어낸 것이고, 그것은 천재들이 늘 하는 방식이다. 박완규의 똥고집, 김태원의 기행.. 천재들은 보통 그렇게 한다. 아웃사이더라서? 열등감 때문에? 천만에. 원래 그렇게 한다.

 

    존 레논도 한 동안 증발한 적이 있다. 김기덕의 은둔과 판박이다. 오노 요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왜 그랬을까? 천재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다. 한번쯤 사라졌다 돌아오지 않은 천재가 있다는 말인가?

 

    그들의 삶에는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기승전결이 있다. 천재들은 오해받기를 좋아한다. 세상이 자신을 공격하게 한다. 그 방법으로 세상과 상호작용한다. 그 상호작용의 밀도를 무한히 높여간다. 거기서 창작의 에너지를 얻는다.

 

    김기덕은 처음부터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김흥국처럼 알랑댈 수 있었고 유인촌처럼 출세할 수 있었고 전여옥처럼 행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안 했다. 왜? 찍을 작품이 밀려서다. 그의 머릿속에는 항상 십여편의 작품이 돌아다니고 있다. 그 작품들 챙기느라 그럴 겨를이 없는 거다.

 

    인터뷰 안 한다. 왜? 안 해도 되는데 왜 하나? 내가 김기덕이라도 안 한다. 나중에 황금사자상 받고나서 해도 되는데 왜 지금 하나? 언론이 시키는대로, 세상이 요구하는대로 순응하는 자는 이유가 있다. 그렇게 해야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다. 그렇게 안 해도 되면 당연히 안 한다.

 

    그는 오해받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왜? 그래도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 어차피 자신이 설계한 게임이니까. 서울대 출신은 세계정상까지 가도 그다지 상승한게 아니다. 그래서 열등감이 있다. 그러나 초졸 출신은 영화 한 편만 만들어도 크게 출세한 거다. 그런데 무슨 열등감? 장난하나?

 

    열등감이 아니라 스타일이다. 스타일을 만드는건 거슬림이다. 그것은 역설적인 의미에서 오만이다. 김기덕은 오만한 사람이다. 그는 세상 모두의 뒤통수를 치려고 완벽하게 설계해온 사람이다. 한국인들의 무식과 무지를 들추어 그들을 당황하게 하려고 계략을 쓴 것이다. 열등감? 낚인건 니들이야. 작전일 뿐.

 

    콤플렉스니 열등감이니 이런 표현들은 천재를 이해못하는 똥들의 자기합리화일 뿐이다. 그들 똥들의 목적은 매사를 희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필자도 왕년에 한 십 년 산 속을 돌아다닌 때가 있었는데, 진짜 이유는 생각할 거리들이 잔뜩 밀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거 매우 즐겁다. 마약 중독보다 더 중독성이 있다.

 

    길이 있으면 그 길을 계속 가게 된다. 계속 가다보면 옷 갈아입기도 귀찮고 머리 깎기도 귀찮다. 한눈 팔 겨를이 없다. 모자 눌러쓰고 구두 빠개신고 계속 간다. 김기덕 감독은 양말 갈아신기 귀찮아서 안 신는 거다. 그게 진짜다.

 

    왜 모자를 썼냐고? 열등감 때문에? 이건 기자들이 원하는 답변을 해준 거. 그는 속으로 세상 모든 인간을 경멸하고 있었다. 오만하기 때문이다. 원래 정상에 오르면 오만해진다. 그것이 자기만의 정상이라도 마찬가지다.

 

    세상 인간은 안 중에 없다. 그것이 존엄의 세계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그가 모자를 쓴 이유는 거울 보고 머리빗기 귀찮아서다. 그게 스타일이다. 하나를 바꾸면 다 바꾸어야 하는데, 다 바꾸기 귀찮아서 하나도 안 바꾼거다.

 

    모자를 벗으면 머리도 깎아야 하고, 면도도 해야하고 의상도 코디를 해야 하고 뭔가 일이 잔뜩 많아진다. 옆에서 누가 챙겨주면 김기덕 감독도 좋은 옷 입는다. 양복도 입는다. 근데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안 하는 거다.

 

    필자도 태어난 이후 양복이라곤 입어본 적이 없다. 아마 죽을때까지 안 입을 거다. 하나 물러서면 다 물러서게 된다. 그래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원래 그렇게 한다. 몰랐나? 인생은 신과의 게임. 신과의 게임은 그렇게 한다.

 

    필자가 어떤 행동을 하든 그 밑바닥에는 써야할 글들이 잔뜩 밀려있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하루는 24시간인데 집중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기껏해야 하루 두어시간.. 나머지는 그 두어시간을 위해 워밍업 하는 시간이다.

 

    이런 글도 사실 그냥 30분만에 그냥 나오는 글이다. 문장을 다듬다 보면 한 시간 걸릴 때도 있다. 근데 때로는 단어 하나 가지고 일주일을 씨름 하기도 한다. 뇌가 간질간질해지면 참을 수 없다. 당신들도 필자처럼 써야할 글이 백과사전 한 질 두께로 밀려 있으면 필자처럼 까칠하게 된다.

 

  필자가 5천원짜리 이발을 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만원짜리 이발소 가면 무려 30분이나 걸리기 때문에, 5분만에 깎아주는 이발소로 가는 것이다.

 

    김기덕 감독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찍어야 할 영화가 잔뜩 밀려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찍을수도 없다. 세게 필을 받아야 한다. 예열이 충분해야 한다. 워밍업이 잘 되어야 한다. 황금사자상 받는데는 3년 정도 워밍업이 필요해야 이야기가 마춤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누군가가 김기덕 감독을 욕하면 그 워밍업이 잘 된다는 거다. 충전표시막대 팍팍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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