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4985 vote 0 2004.06.11 (16:02:22)

학문은 길입니다. 종교는 그 주어진 학문의 길을 가다가 볼 수 있는 길 가의 빵가게와, 단무지가게와, 생선가게입니다. 그래서 학문은 보편의 길 하나 뿐이고 종교는 잡다하게 그 숫자가 많지요.

학문은 보편이고 종교는 특수입니다. 학문은 큰 그릇이고 종교는 작은 그릇입니다. 학문은 인터넷과 같아서 누구나 접속만 하면 그 안에서 자기 홈페이지나 사이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점점 커지지요.

종교는 천리안과 비슷해서 동호회를 하나 만들려고 해도 사전에 허가를 맡아야 하고, 어떤 넘이 선점을 해버리면 다른 넘은 하고자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종교는 교주가 사전에 바운더리를 구획해 놓아서 그 교리라는 도그마의 바운더리 바깥에다가는 사이트는 커녕 블로그 하나 못 만들게 되어 있습니다.

논리와 직관을 대립으로 보는 관점은 이항대립적 사고에서 나온 것인데 잘못된 분별심입니다. 모든 논리는 연역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직관은 곧 연역입니다.

직관을 논리와 다르게 보는 것은 자신의 직관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직관에도 일정한 패턴이 있음. 논리가 기계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듯이 직관 역시 알고보면 기계적 구성을 가짐.)

학문은 인간을 구속하지 않으나, 종교는 인간을 구속합니다. 학문은 윈도 2000과 같아서 그 안에서 아무것이나 제약없이 수행할 수 있으나 종교는 프로그램(게임 소프트웨어)과 같아서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거나..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Loser 판정을 받고 사이버머니를 뺏깁니다.(게임방에서 강제로 밀려남. 헌금을 많이 내면 맵핵이라는 것을 줌. 맵핵을 쓰면 제법 버팀.)

하여간 공자나, 노자나, 석가는 스스로를 학자로 여겼지 교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예수 또한 마찬가지지요. 자신이 교주라고는 생각해본 일은 없을 겁니다.

농노가 거주이전의 자유를 빼앗기듯이.. 교회의 바운더리가 구획되고 교단이 신도의 생활을 규율하고 간섭하므로서 학문에서 이탈하여 종교가 된 것입니다.

즉 종교는 인간이 퇴행해서 자유를 빼앗긴 거에요. 왜? 죽음의 두려움 때문에.

모든 종교는 죽음을 두려워 하는 인간의 나약함에 기생하고 있는 거에요. 여기서 예외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죽음을 극복한 이에게는 종교가 의미가 없지요.

결론적으로 학문은 길이며 종교는 그 길가에 개업한 빵가게입니다. 빵가게 주인은 나그네에게 말하지요.

“먹기 위해서 그 길을 가는 것이 아닌가?”

천만에요. 가기 위해서 먹는 겁니다. 인간은 그 길을 가는 존재에요.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

원래 학문은 인문학이고 인문학은 완전한 인격을 추구합니다. 문제는 완전한 인격이 있느냐는 거지요. 종교는 그 완전한 인격의 모델을 몇 가지로 정해놓은 것입니다. 종교에서는 보통 천국이니 혹은 평정심이니 하는 상품을 팔고 있는데 이는 사이비이고 종교의 근본적인 행위동기는 그 완전한 인격에 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며 완전함을 추구한다. 그 완전성이 인문학적 관점에서 보면 완전한 인격으로 된다. 즉 인간은 원래 완전한 인격을 지향한다. 예수나 석가나 마호멧이나 완전한 인격의 모델이다. 공자나 노자나 소크라테스 역시 마찬가지다.

또는 그 종교가들에게 완전한 인격을 부여한 완전성 그 자체(신)에의 지향이다. 요즘 말로 하면 샤르트르가 체 게바라를 일컬어 “그 시대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 한 것과 같다. 사회주의교 신도들은 마르크스를, 주사파들은 김일성을, 박통교신도들은 박통을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보고 있을 것이다.

하여간 요는 두가지로 압축된다.

1) 완전한 인간(완전한 인격)은 있는가?
2) 완전성(신)은 있는가?

인문학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공자는 예를 알면, 석가는 자비를 알면, 예수는 사랑을 베풀면, 소크라테스는 진리을 깨치면 그 완전성에 도달한다고 말한 것이다.

아제님이 종교를 학문보다 근원의 것으로 주장하는 것은 그 완전성 혹은 완전이 그 길을 가는 것(학문) 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귀납적인 접근이고 언제나 그렇듯이 정답은 연역이다.

근데 학문이 더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길을 가다가 완전한 빵가게에 도달하여 빵을 먹는 것이 아니고 그 길 자체가 곧 완전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결론적으로 체 게바라는 완전한 인간인가?

1) 체 게바라는 완전한 인간이다. 왜냐하면 그는 그 빵(사회주의)을 먹었기 때문이다.
2) 체 게바라는 완전한 인간이다. 왜냐하면 그는 죽었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맞을까?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학문은 인문학이다. 2004-06-11 4985
269 우연과 필연 2004-06-07 5186
268 위험한 라즈니시병 2004-06-07 7153
267 라즈니시 그리고 진짜와 가짜 2004-06-06 5217
266 “뜰 앞의 잣나무로다.” 2004-06-04 4652
265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둘 2004-06-02 5385
264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2004-06-02 7289
263 부처님 오신 날에 2004-05-26 4581
262 나쁜남자 이해하기 2004-05-24 5379
261 유교주의의 병폐와 한계 2004-05-04 6823
260 인간이 자살하는 이유 2004-04-30 10502
259 세상은 구조다 2004-04-27 5103
258 내가 누군가요? 2004-04-27 5339
257 매트릭스의 실패에 관하여 2004-04-22 5181
256 인생의 세 친구 2004-03-27 5167
255 인터넷의 쌍방향성과 문화권력 2004-03-25 4890
254 사마리아의 남은 국물 2004-03-08 4718
253 통쾌한 이야기 2004-03-05 5728
252 김기덕의 사마리아 감상법 2004-03-02 5441
251 소통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2004-02-15 4936